배경, 하늘, 고원, 황우.. 이 아이들이 이제 3학년이 되었답니다. 바뀐 선생님은 다들 좋다고 하네요. 좀 엄한 거 빼고..
모두들 수업시간에 맞춰서 왔어요. 아이들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서 주1회 하던 것을 이제 주2회 하는데 주2회로 바뀐 첫날이었죠. 먼저 페르마의 정수론으로 수업을 시작했어요.
알람을 누가 맞춰줄래? 했더니 모두 손들고 난리에요.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1등한 황우가 아이폰으로 알람을 맞춰 놨습니다. 알람 음악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 놓았고요. 아이들은 이런 작은 것에서도 큰 성취감을 느끼는걸 알죠. 그래서 아주 작은 것에도 아이들을 참여시킵니다.
페르마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정수론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죠. 궁금하긴 한데 책을 보면서 하나 하나 알아가자고 이야기했죠.
수업하는 방식은 돌아가면서 한 줄씩 읽도록 했죠. 뭐 그랬더니 천천히 읽는 아이도 있고, 막 읽는 아이도 있고 다 나름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읽더라고요. 이런 것에 주의를 주지는 않았고 잘 읽었다고만 대답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스스로 처음엔 엉뚱하게 읽었다고도 곧 이어서는 자기도 겸연쩍은지 곧잘 일게 된답니다. 그리니 아이들의 자유분방함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자유스러움에서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으니까요.
첫 페이지에 자연수에 대해서 나옵니다. 자연수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수학이라고도 하고, 그냥 숫자라고도 해요. 그래서 그냥 숫자가 맞다고 맞장구 쳐 주었죠. 그리고는 책을 5권 아이들에게 내밀고는 몇 권인지 세어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한 권, 두 권,.. 다섯 권이요..
이것이 자연수라고 말해 주었죠. 1에서 시작해서 하나씩 늘어가는 것.. 그런데 왜 0부터 세지 않았지? 라고 물으니.. 굳이 0은 셀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없는 건데 뭐 하러 세냐는 거죠. 맞는 말이라고 칭찬해줬고, 곧바로 0이 자연수일까? 물으니 아니라고 큰소리쳐요. 그러더니 아.. 자연수는 자연스러운 수로군요.. 라고 고원이가 대답을 했어요. 그래서 모두 큰 박수를 쳐주었답니다.
자연수는 이렇게 무슨 물건을 셀 때 사용하는 숫자이라고 말해주고, 물건의 수를 세는데 1.5, 1.6 이렇게 세는 사람도 없고, 2분의 1개라고 세는 사람도 없다고 했죠. 1,2, 3.. 이것이 물건 세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답니다.
그 다음으로 자연수의 무한성이 나오는데, 가장 큰 자연수가 있을까라고 물으니 없다, 있다 서로 헷갈려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대체로 끝이 없다는 쪽으로 아이들 스스로 결론을 내더라고요. 고원이가 무량대수가 끝이에요 라고 했다가 스스로 무한이에요 라고 정정했어요. 무한은 끝이 없는 거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요.
그리고 자연수의 성질이 나오는데.. 제가 물었죠. 자연수의 성질이 좋을까? 나쁠까? 그랬더니 백경이는 나쁠 거라고 하고, 나머지는 좋을 거라고 대답했어요. 왜 좋을 거 같으냐고 했더니 숫자는 좋은 거라고 대답을 해요. 백경인 왜 나쁘다고 생각하니 물으니 저주받았을 거라나요.. 백경인 좀 부정적이고 어두운 구석이 있어요. 스스로 잘 하면서도 나서는 것을 주저주저 하고, 안 하겠다 못하겠다는 표현을 상습적으로 하곤 하죠.
자연수는 홀수와 짝수로 나눠지는데 짝수가 무엇이고 홀수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했더니 모두 알더라고요.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그리고 짝수 + 짝수가 홀수가 될까 짝수가 될까라고 물으니 모두 짝수가 될 것이라고 했어요. 예를 들어 보라니까 2 + 6은 8이니까 짝수가 된다는 설명도 잘 했고요.
그럼 홀수 + 짝수는 뭐가 될까?라고 물으니 이번엔 갈렸어요. 홀수가 될 거라고 대답한 아이는 백경, 황우이고, 짝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아이는 하늘, 그리고 짝수도 홀수도 될 수 있다고 대답한 아이는 고원..
먼저 황우와 백경이에게 왜 홀수가 되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2 + 9는 11이 되니까 홀수가 된다고 설명했어요. 제가 잘 했다고 했죠. 저는 다른 아이들도 답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바꾸더라고요. 하늘이에게 왜 짝수가 되느냐고 했더니, 아까 책에서 2 + 6은 8이니까 짝수라는 거에요. 흠..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다시 이번 문제는 짝수 + 홀수에 관한 문제라고 했는데도 여전히 히히 낙낙해요. 다음으로 고원이에게 물이니.. “선생님 보세요. 하늘이는 짝수라고 하고 황우는 홀수라고 하잖아요.그러니까 짝수도 될 수 있고, 홀수도 될 수 있는 거죠.”
아이들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참으로 기상천외하답니다. 곧이어 답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무척 궁금해 했어요. 답은 홀수라고 이야기해주고 다시 설명해 주었죠. 그리고 맞춘 아이들을 위해 박수를 쳐주었고요. 15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그리고는 5분간 피구게임을 했어요., 좋은 아파트라 층간 소음 문제가 없어서 편하게 뛰놀 수 있죠. 의외로 황우보다 고원이가 제일 잘했어요. 모두 맞춰서 아웃 시켰죠. 황우는 진 것을 억울해 했지만.. 5분이 지나서 게임을 종료했어요. 아이들은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난리지만 다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줬죠. 공부할 때는 20분 이상 한 과목을 하지 않을 것과 중간 중간에는 반드시 5분, 길어도 10분 이상 쉬지 않게 합니다. 너무 많이 쉬면 태만해 지고, 다시 공부를 손에 잡기가 힘들거든요. 이런 훈련이 된다면 이 아이들도 좀 놀다가도 시간에 맞춰 책상 앞에 앉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 다음은 고전 읽기를 할 시간인데, 아이들이 읽을 책을 다 가지고 왔어요. 고원이는 다 읽어서 읽을 책이 없다고 해서, 제가 갖고 온 새 책 중에서 고르라고 했죠. 그랬더니 모든 아이들이 몰려와서 자기도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거에요. 그래서 너희들 다 읽었니? 라고 물으니 모두 다 읽었다는 거에요. 제가 또 확실히 해두기 위해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다 읽었다고 했어요. 뭐 이쯤 되면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보다 새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이 크다는 사실에 반응해줘야 한다고 느꼈죠.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했어요.
황우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하늘인 보물섬, 백경인 돈키호테, 고원인 해저 2 만리..
알람은 고원이가 맞추었고, 모두 조용히 읽으라고 했죠. 순간 정숙함이 몰려왔는데,한 2분쯤 지나자 하늘이가 누워 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경고를 했죠.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그랬더니 꼭 그래야 하냐고 그 이유를 묻길래 바른 자세로 읽어야 오래 볼 수 있다고 일렀어요. 또 1분 있다가는 티슈를 가지러 가지 뭐에요. 그리고는 바른 자세로 나머지 시간엔 집중해서 책을 잘 읽었어요. 책 읽는 동안에는 떠들지 못하도록 해요. 영어, 수학 시간에는 토론도 하고 아무 이야기나 다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만 책 읽는 시간만큼은 완전 집중하기를 권하고 있죠.
10분 동안 아이들이 아주 많이 읽었어요. 황우는 31쪽, 하늘인 29쪽, 백경인 65쪽, 고원인 45쪽을 읽었죠. 그랬더니 아이들이 모두 백경이가 어찌 그리 많은 페이지를 읽었는지 의아해 했어요. 그랬더니 백경인 자랑스럽게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거죠. 아주 칭찬해 줬어요. 이것이 집중해서 읽을 때 경험하는 놀라움이죠. 그리고는 이런 책.. 글자가 좀 빼곡한 것을 읽어 볼 것을 권했어요. 다음주까지 다 읽어서 서로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모두 좋다는 거에요. 만약 한 아이가 읽어 오지 못하면 돌려 볼 수 없다는 사실도 일러 두었더니, 다 읽을 수 있다는 거에요. 제 느낌상 고전읽기는 잘 정착되는 듯싶어요.1달 만에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이런 책을 어떻게 읽느냐고 따졌던 아이들인데 말이죠.
다음 시간에는 영어를 할 것이라서 미리 종이와 연필, 가위를 가져오게 하고 적당한 크기로 종이를 자르도록 했죠. 게임 대신에 종이 자르기를 한 것인데, 아이들이 이걸로 뭘 할거냐고 무척이나 궁금해 했어요. 단어를 쓸 것이라고 하니 한글을 써요, 영어를 써요 라는 질문을 해댔고, 곧이어 자기들끼리 영어만 써요.. 또는 한글만 써요 하면서 제안을 했죠.
그리고는 에릭 칼의 The very quiet cricket을 펼쳐 보여줬어요. cricket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메뚜기라는 아이도 있고, 귀뚜라미라는 아이도 있었죠. 그리고는 한 문장씩 아이들에게 읽도록 했어요. 그 중에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서 종이에 쓰도록 했는데, 앞면에는 영어를 뒷면에는 한글 뜻을 쓰도록 했죠. 단어도 아이들에게 찾도록 했어요. 아이패드에서 단어를 찾고, 음을 들어보고, 따라 읽도록 했는데 이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맡겼죠. 돌아가면서 단어를 찾는데,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것 자체에 매우 큰 즐거움을 느끼는 듯 해요. 서로 단어를 찾으려고 난리죠. 단어 찾는 즐거움이 있는 게 어딘가요? 아이들이 찾은 단어는 born, tiny, chirp, rub, want, happen 등이었어요.
고원이가 좀 이상한 반응을 보였는데, 다른 아이가 읽을 때 집중하지 않고, 자기가 읽을 부분에만 신경쓰는 거에요.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못 읽는 단어가 나왔는데 눈치를 많이 보더라구요. 제가 그래도 잘 읽었다고 했는데, 아이는 이런 부분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보였어요. 좀 세심하게 주의해야 할 것 같았죠.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자기가 쓴 단어 카드를 외우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스스로 해보라고 했죠. 그랬더니 잘 하더라고요. 그리고 게임을 했어요. 아이들은 영어를 보고 한글을 맞추는 연습을 했지만, 저는 거꾸로 한글을 보여주고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맞춰 보라고 했죠. 아이들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서로 맞추겠다고 난리였죠. 모두들 2문제씩 맞췄는데, 백경인 하나도 맞추지 못했어요. 먼저 손을 들지 못하고 뒤에서 방관자처럼 바라만 보더니 게임이 끝나자 울음을 터트리는 거에요.
백경인 잘 알면서도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고, 그것 때문에 속상해서 울곤 하더라고요. 동생이 뭐라고 하면 그것이 억울해서 울곤 한다는 거에요 눈물이 많은 것인데, 눈물 많은 것이야 장점이 될 수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이 문제죠. 자신감이 좀 결여된 듯 보여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이 부분도 서서히 자존감을 찾으면서 회복되리라고 믿어요.
게임을 더 하자는 아이들을 만류하고 오늘 수업을 여기서 마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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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SQR] Day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