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 고원, 황우, 백경이와 두 번째 수업을 했어요. 이삭이 유치원 졸업식 날이었어요. 엄마들도 모두 졸업식 참석하고, 아이들과 모여서 함께 식사와 놀이를 했다네요.
백경이는 아파트 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갔는데, 벌써 다른 아이들은 다 와있었죠.그랬더니 백경이는 혼자만 나중에 온 게 마음에 걸리는지... 너희들은 언제 왔냐고 묻더군요.그리고 딴 애들은 카라멜을 먹고 있는데, 백경이만 없어서 제가 주머니에서 추파춥스를 꺼내 주었지요. 그런데 먹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은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도 혼자만 소외된 듯 하면 시무룩해져요. 이런 부분도 세심하게 주의해야만 하죠.
수학을 먼저 하려고 했더니, 배경이가 "맨날 수학을 먼저 하는거에요?"라고묻는 바람에 그럼 “딴거부터 할까?”하고 물으니.. 백경이를 제외한 3명이 영어부터 하자고 해요. 그래서 영어부터 했죠.
지난주에 이어 큰 숫자 읽기를 했죠. 먼저 number song를 유투브에서 찾아 틀어줬어요. 큰 소리로 떠라 하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잘 해요.40 이상의 수를 따라 읽고, 빨리 읽고, 순서 바꿔서 읽고.. 아이들이 쉽게 잘 했어요. 그리고 한 사람씩 읽게 시켰더니, 아이들은먼저 하겠다고 또 난리에요.. 아이들의 자발성은 참으로 놀랍답니다.뭐든 먼저 하고 싶어하니까요..
이렇게 15분을 공부하고 게임을 했죠. 제가 먼저 풍선을 공중으로 던지면 아이들이 잡는 거에요. 서로 잡겠다고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몇 번을 해도 잡지를 못하는 거에요. 그러니 흥미를 좀 잃은 듯싶어서, “누가 선생님 대신에 풍선을 던져줄래?”라고 요청했더니 또 서로 저요, 저요.. 난리죠. 그랬더니 지목해서 던지더라고요. 그러니까 풍선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잡은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풍선을 던지는 역할을 했죠. 그렇게 했더니 골고루 돌아갔어요. 그리고 풍선을 발로 차서 의자 위에 올려 놓는 걸 했죠. 너무 어려운 게임이어서 아무도 못했어요.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 성취감을 느끼는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약간 낙담.. 그 순간 “선생님을 할 수 있어요?”라고 아이들이 저 보고 하라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할거 같니?”라고 되물으니 모두다.. “못할 거에요?”라고 합창.. ㅋㅋ.. 그런데 한 번에 했죠.. 그랬더니 감탄~~
그리고 지난주에 나눠준 고전들을 읽었는지 물어봤더니 황우 빼고 전부다 읽었어요. 저는 좀 놀랐죠. 그 책을 일주일 만에 다 읽을 거란 생각을 안 했거든요. 이제 초3 올라가는 아이들인데.. 아무튼 대단해요. 황우도 거의 다 읽었어요. 아주 조금 남았더라구요.
읽은 책에 대해서 발표를 시켰어요. “누가 먼저 할래?”라고 했더니 모두다 회피하면서,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먼저 하기로 하자는 거에요. 그렇게 순서를 정했는데, 황우는 늘 잘 하더라고요. 이기는 게 유리할 때는 이기고, 지는 것이 유리할 때는 지더라고요. 가위바위보를 시켜봐도 아이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거든요.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은 피하려고 해요. 마치 자신은 운 없는 사람인마냥요.. 적극적인 아이는 늘 기회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꽉 찬 아이들도 많죠. 황우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편이니까 늘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죠.
‘톰소여의 모험’을 읽은 고원이는 또박또박 말을 참 잘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책을 읽고 표현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어요. 물론 독후감을 쓰는 것도 잘 안되겠죠. 이건 우리나라 아이들이 겪는 보편적인 현상이에요.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표현력이 떨어질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표현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것뿐이죠. 고원이 엄마는 아이가 말을 잘 안한다고 그러시는데, 고원이는 참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자기 주장도 강하고요. 말을 안하는건 아이의 특징이 아니고,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오는 것이겠지요.
보통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하면, 주제가 무엇이냐? 느낀 것이 무엇이냐? 배운 점이 무엇이냐?를 우선 묻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성인의 경우에는 합당한데,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냥 사건에 집중하고, 인물에 집중할 뿐이죠. 상상력, 즐거움을 찾는 것이지 교훈을 찾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은 교훈을 너무 강조하는 거죠.
그래서 우선 주인공의 특징을 설명해 달라고 했죠. 성격, 모습, 그리고 가족관계 등.. 그리고 허클베리핀에 대해서도 아는걸 이야기해달라고 했죠. 이렇게 먼저 인물에 대한 묘사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죠? 모험을 떠났다고 해요. 보물찾기.. 그리고 보물을 찾아서 아주 부자가 되었다고 설명했어요. 일단 아이들에게 묘사하는 방법을 은연 중에 익힐 수 있도록 관련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질문을 통해서 아이들의 사고력이 커가는 거니까요..
설명을 듣고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도 궁금한 것을 질문하라고 했는데, 도통 질문을 안 해요. 이건 우리나라 교육의 아주 큰 병폐죠. 이삭이의 경우에도 유치원에서 궁금한 것을 질문하라고 해도 할 수가 없다고 해요. 질문을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거죠. 질문은 질문시간에 하라고 하는데, 질문시간이 없을 때도 많다고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면 핀잔을 주니까요.. 유치원도 그런데 하물며 초등학교에서야.. 에휴.. 고전읽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묘사하는 방법과 질문하는 방법, 그리고 질문에 대한 설명을 적절히 하는 방법만이라도 우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한 황우는 약간 횡설수설하는 편이었죠. 수학은 다른 아이보다 자신 있어 하는데, 문학 쪽에서는 자신이 없는 듯 보이더라고요. 이야기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죠. 그냥 되는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그러니 다른 아이들이 지루해서 죽으려고 해요. 아무튼 잘 했다고 칭찬해 줬죠.
발표가 다 끝나고 나서 “친구들 발표하는 거 들으니 어떠니? 잘 하는 거 같니?”라고 물으니.. 모두 그렇다고 해요.. 제 생각에도 나름 열심히 발표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것은 어른들이라고 해도 힘들었을 거에요. 발표에 대한 공포감.. 이런 게 아직 만연해 있으니까요.읽었던 책을 앞으로 가져오게 하고는 읽고 싶은 다른 책을 고르도록 했어요. 책을 서로 돌려가면서 읽게 되는 거죠. 이렇게 4권의 책을 모두 읽게 되면 토론이 좀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아요.
잠깐 게임을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수학을 했죠.지난주에 이어서 숫자 읽기를 했어요. 무량대수까지.. 일단 지난 시간에 조 단위까지 익혔으니까 해경자양구간정재극 항아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 이걸 외우도록 했죠. 무턱대고 외우라고 하지 않고, 따라 읽으라고 했죠. 그리고 손가락을 짚어 가면 아이들이 큰소리로 따라 읽고.. 빨리 읽기도 하고, 번갈아 가면서 읽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한 아이씩 암기를 완벽히 했는지 테스트를 했죠. 자신 있는 아이부터 먼저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 없어 하는 아이도 다른 아이가 하는 것을 보고 자기 차례가 되면 잘 할 수 있게 되거든요. 또 자신 있는 아이는 먼저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그걸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죠.
처음에는 못 외우겠다고 해요. 참.. 제가 또 하나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암기 훈련이 거의 되지 않았다는 거. 그렇기 때문에 암기하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갖고, 마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더라고요. 암기도 아주 쉽고 연습하면 충분히 늘어나는 능력인데, 이런 중요한 훈련을 전혀 시키지 않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부터(적절한 때가 오면) 좋은 시를 외우게 하려고 해요. 시를 외우면 문장력도, 표현력도, 정서도 아주 발달하게 되거든요. 시는 외우는 것만으로 참 많은 것을 선사하죠.
아무튼 대견하게도 아이들이 모두 암기를 했어요. 물론 다음주에 물어보면 까먹었겠지만.. 일단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겠죠. 할 때마다 큰 박수를 서로에게 쳐주었고요..
그리고는 “아주 큰 수를 문제로 낼 사람 손들어!” 하니까 서로 하겠다고 난리에요. 고원이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아이패드에 3줄이 꽉차도록 큰 수를 써놨어요. 10간 단위 숫자였어요. 아이들은 완전 겁을 먹었죠. 먼저 할 사람 하니까 서로 미루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자신 있어 보이는 황우가 먼저 했어요. 처음에는 단위마다 한글로 써줬어요. 억, 조, 경, 해, 자.. 등등.. 그랬더니 쉽게 읽더라고요. 모두에게 한 번씩 읽게 하고는 이제 한글로 썼던 것을 지웠어요.. 또 못하겠다고 난리에요.. 힘들다고.. 그런데 놀랍게도 황우, 고원, 하늘, 백경이 순으로 모두 잘 해냈어요. 서로 알려주기도 하고, 힌트를 주기도 하고.. 이러면서 잘 해내더라고요. 어른보다 훨씬 낫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더 했어요..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시간도 좀 길었고, 발표시간이 좀 지루해서 다음부터는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이 되도록 개선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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