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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할머니집은 골동품 가게!

  • 개구쟁이맘
  • |
  • 2013-01-30
29

지난 주말 오랫만에 시어머니댁을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결혼하기 직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신후 시어머니 혼자 사는 집입니다.

남편이 외아들이라서 시어머니가 거의 저희 집을 당신 집처럼 드나들으십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저희 집을 오시는 일은 많아도

저희가 어머니댁을 가는 일은 드믈더군요.

-그래도 노인들은 당신 집에 오는것을 더 좋아하시더군요!

 

아이들도 할머니집에 가는 것을 몹시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할머니집에는 오래되고 신기한 물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은애는 평소에도 '집안 뒤지기'가 취미인 녀석인지라

할머니집에만 가면 여기저기 물건을 뒤지느냐 바쁩니다.

 

저는 안쓰는 물건은 대개 버리는 편인데,

어머니는 절약정신이 지나쳐서 물건을 거의 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두대의 냉장고안에는 유통기한이 벌써 지나버린 몇년된 음식들이 가득 쌓여있어

냉장고문만 열면 우루루 떨어집니다. ^^;;

제가 신혼일때 어머니 냉장고를 보고 놀래서 '언제 한번 맘잡고 정리해드려야짓!' 하고 다짐했으나

어머니가 음식 버리는것을 질색하시는 바람에 결국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음식을 해주시면 남편이 이렇게 묻습니다.

"몇년 된거에요?"

심지어 손주들 주는 음료수와 아이스크림까지 오래된 것이 많아

아이들까지도 꼭 유통기한을 확인한후 먹습니다. ㅋㅋ

 

집이 큰 편이라 방이 4개인데 2개의 방은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이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클래식 자동차들을 한아름 꺼내서 손주들에게 주십니다.

애들 사촌형이 놀던 바쿠간 시리즈도 꺼내서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뻐꾸기 시계도 40년 가까이 되었답니다.

 

서재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아버님이 젊을때 읽으셨던 옛날 제본의 소설책부터 시작하여

남편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여러가지 동화책과 대학시절 전공서적까지

그 어느것도 버려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작은애는 예전에 어느 박물관에서 타자기를 보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할머니댁에서 타자기를 발견해서 몹시 흥분했습니다!

할머니가 종이를 가져다주니 서툴은 손짓으로 타자를 치더니 글씨가 찍힌다고 좋아했습니다.

(그 뒤로 타자기는 작은애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큰애는... ^^;;

작년에 어머니댁에 스마트 TV가 들어온 이후,

게임하는 재미로 할머니댁에 갑니다.

TV게임이 지겨워지면 할머니 핸드폰으로 이어서 게임을 합니다.

 

남편이 오래된 오디오를 뚝딱 뚝딱 고쳐서

레코드판을 얹어 아날로그 음악을 틀어주었습니다.

특히 빈 소년 합창단의 <할렐루야>가 나오자

저를 부르더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라며 같이 듣자고 했습니다.

남편은 이어서 '로버트 태권브이', '서유기'등 어릴적에 듣던 동요와 동화를 틀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이 이 레코드판을 거의 외우다시피 듣고 노래를 불렀다고 회상하셨습니다.

 

이렇게 어머니댁을 방문하고 돌아가면 여러가지 상념이 떠오릅니다.

남편은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오르겠고,

아이들은 색다른 물건을 가지고 놀며 즐거웠고,

저는 남편이 저를 만나기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해봅니다.

그래서 어머니댁을 다녀오는 것은 온 가족에게 특별한 기쁨과 추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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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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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남매맘
  • |
  • 2013-02-01 17:27
답댓글

 

개구쟁이맘님.. ^^

 

오랜만에 쑥에 왔더니, 개구쟁이맘님 계셔서..

반가움에 금방 읽었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집의 모습이에요.^^

저는 뭘 버리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제 주변엔 다 버리기를 너무 좋아하는^^ 분들뿐이라.

그런 흔적들이 별로 없어서 참 아쉬워요.

 

나중에 저는 저렇게 모아놓고..

우리아이들이 커서 그런 추억을 할수 있게끔 해주고 싶어요...

 

근데, 저렇게 훌륭하신 시어머니는 못될것같아요..ㅎㅎ

 

예인이는 오히려 애교가 없어서.. 그런 재미가 덜한데..

살가운 예준이는 반찬 하나를 먹어도, 엄마가 해서 맛있어서 먹는거야..

어깨를 주물러도, 엄마 사랑해서 주물러주는거야. 알았지? 하면서

생색을 내고..

신발을 신고 나가도,

아빠랑 예인이는 쌩 하고 나가는데.

예준이는.. " 엄마, 우리 서로 신발 신겨주기 할까..? " 하면서,

둘이 서로부츠를 신겨주고 사이좋게 나가요.ㅎㅎ

 

그런 맘이 들면 안되는데..

문득.. 저번엔..

" 아고.. 이녀석.. 나중에 여자친구한테도 끔찍하게 잘하겠네.. " 싶다가..

이런 녀석 아까워서 어찌 남주나..ㅎㅎㅎㅎ

싶더라구요.^^

 

하지만, 신랑이랑은 애들 크면..

둘이서 시골가서..

아침부터 삼겹살 구워서 든든히 먹고..ㅋㅋㅋ

운동하고, 차마시고..  그러자고 자주 약속을 하기 때문에...

나중엔 맘이 좀 비워지지 않을까 해요.크크..

 

준수도 잘 있나요?

입학이네요... 아가때 알았던 쑥 친구들이라,

동갑 몇몇  친구들은 얼굴도 못보았는데..

너무 정이가고 보고싶고 그래요.크크.

 

주말잘보내세용..^^

 

언제나 언제나 좋은글... 감명깊은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글...

감사해요.^^

 

개구쟁이맘님의 소중한 글로..

또 인생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있다는걸.. 꼭 기억해주세요.^^

 

 

바로..

 

저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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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3-02-04 15:59
어머! 예남매맘~~ 반가와요~
우리 예인이, 예준이 참 이쁘게 컸네요.
특히 애교가 많은 예준이. 얼마나 이쁠까?
예인이야 딸이니 기본은 할테고... ^^

그러게. 애기때부터 봐온 우리 아이들이 벌써 입학이네.
첫 아이들이라 엄마가 얼마나 설레일까?

사실 난 큰애 보낼때 설레임보다 걱정과 불안이 더 많아서
입학식날 기쁘기보다 한숨이 많이 나왔지.
하지만.. 지나고보니 그런 내 모습때문에 더욱 큰애가 불안했던것 같아 미안해지더라.
엄마가 담담하게 바라봐줘도 괜챦았을텐데...

작은애도 키워보니 나름대로 문제가 많은데,
큰애때는 처음이라 그 문제만 더 부각되어 보였나봐.

쑥쑥 어느 글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나네.
-모든 아이들은 다 특별하다.
-모든 아이들은 다 문제가 있다.
-그래도 모든 아이들은 다 이쁘다.

우리 요런 마음 가져봅시다~
(적고보니 로잘리아님 글이었던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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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톨
  • |
  • 2013-02-01 13:41
답댓글

개구쟁이맘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글에서.

감기가 왜이리 고달프게 걸렸었는지.. 나이가 먹어 그런지.. 낫지도 않는 감기 붙들고 1주일 헤매다 돌아왔네.

늘 그렇듯. 같은 상황이더라도 착하고 이쁘게 받아들이는 개구쟁이맘이기에 이런 느낌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 착한 사람인것같아. 개구쟁이맘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넣어두고 계신 시어머니를 보고 있는대로 흉을 보는 며느리도 있을테고.

남편의 추억이 깃든 집이 아니라 그저 시월드로만 받아들이는 며느리도 있을텐데,

개구쟁이맘은 참 이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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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3-02-01 14:44
아이고, 오랫만이다 싶었더니 그간 아프셨군요!!
독감이었나보네여. 1주일이나 고생했다니..
직장 다니면서 힘드셨겠어요.

뭐. 저도 사람인데 시어머니때문에 스트레스 받을때도 있죠.
하지만 친정엄마에 비해 장점이 많으시고(나랑 대화가 통하고 내 맘을 알아준다는 점)
그 장점이 너무 좋다보니 다른 면들은 어떻든 괜챦다 싶은거에요. ^^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상호적이죠.

전 남편을 20대 후반에 직장에서 만났기 때문에
남편 대학,고교 친구들 만나 남편 옛 모습에 대해 듣는게 재밌더라구요. ^^
남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ㅎㅎ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언니도 참 마음씨 곱고 다정한 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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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essy
  • |
  • 2013-01-31 13:36
답댓글

사는 기쁨의 반은 과거의 추억이라네요.

그래서 살았던 기억.  저절로 내몸에 세겨진 과거의 흔적들에의해

영향받고,제한받고..

또 조정 당하기도 하나봐요..

할머니집이 남편분께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힐링 모두다 주는 곳이네요.

지금 댁에서 누리는 화목함의 근원지이고요.

상상만으로도 저도 즐거웠어요. 쌩유 - 행쇼 !! ㅋㅋ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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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3-02-01 13:12
결혼후에 디게 신기했던 것이 가족들이 모이면 서로 흉보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훈훈한거에요.
어머니는 딸이나 아들 흉을 주로 보시고, 시누이는 남동생 흉을 봐요.
그 흉으로 기분이 상하는게 아니라 유머로 승화시켜서 재밌어해요. ^^
제 생각엔 어머니가 역할을 잘 하셔서 그런것 같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라 하시더군요.
저는 나중에 그런 시어머니가 될 수 없을것 같아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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