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는 어려서부터 유독 괴물만 그렸습니다.
괴물이 아닌 것을 그려보라 해도
독수리, 용, 상어, 육식 공룡 등 괴물류의 동물들만 줄기차게 그리더군요.
7세때 개인 미술수업을 했는데,
선생님이 아무리 다른 소재로 유도해도 늘 괴물로 회귀된다고 웃으며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초등 1학년때는 3월 학부모 면담이 끝난후 담임 선생님이 부르셔서
자화상을 야누스처럼 그렸다며 아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군요.
심리 그림 검사를 해보면
아이 그림안에서 화가 나고 불안하고 짜증이 많다고 했구요.
어느날 학교에서 동시를 그럴듯하게 잘 써왔는데
제목이 '비귀신'이었어요. ^^;;
그림책도 괴물이 나오거나 심하게 비틀은 패러디물을 좋아했고,
영어책도 수퍼 히어로물이나 캡틴언더팬츠나 프래니같은 엽기적인 책만 좋아했어요.
낙서하기를 즐겨했는데 늘 졸라맨이 나와 괴물과 싸우는 그림만 그렸어요.
그림 그릴때 보면 입은 귀까지 찢어져있고 이빨은 또 어찌 그리 많이 그리는지?
손톱과 발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배경화면도 늘 음산하고 괴기스럽게 그리더군요.
다른 집 아이들이 예쁜 풍경과 사랑스러운 동물을 그릴때
저희 아이는 스푸키하고 할로윈스러운 그림들만 그려서 참 답답했어요.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팀 버튼전에 가보니
큰애와 똑같은 스타일의 그림들이 벽에 붙어있는 것입니다!
각 스케치마다 다양한 제목들이 붙여졌지만 (연인, 여인, 남자, 뮤즈, 외계인, 해적...)
다 하나같이 괴상하고 우수꽝스럽고 음산한 괴물스타일의 그림 말입니다!
큰애도 전시회를 보더니 팀버튼이 자기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
집에 와서 전시회에서 나눠준 어린이 체험 보고서에 신나게 괴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이제 커서 팀 버튼처럼 괴물 그리는 사람이 될거라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큰 애의 정신적 멘토? 소울 메이트?
괴물만 그린다고 늘 부정적 피드백만 받던 녀석한테
뭔가 새로운 꿈을 심어준 계기가 된 전시회였어요.
시청역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4월 14일까지 전시회를 하니
아이들과 한번 구경하고 오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단, 여린 감수성을 지닌 여자아이를 두신 어머니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시회 관람중에 어떤 여자아기가 엄마한테 "나 오늘 밤에 못잘것 같아."하며 걱정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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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팀 버튼전을 소개하는 인터넷 기사입니다.>
영화 <다크 섀도우>의 고딕풍 저택을 연상시키는 담쟁이 넝쿨과
‘TIM BURTON’ 글자로 장식된 정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아치 위에서 <크리스마스의 악몽> 잭 스켈링튼이 앙상한 팔다리를 이끌고 휘적휘적 걸어나올 것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캐릭터 움파 룸파의 모형,
<배트맨>에서 펭귄맨이 탔던 유모차,
캣우먼의 의상과 장갑, <크리스마스의 악몽> 잭의 26개에 달하는 얼굴 모형이 전시돼 있다.
지난 25년간 출시된 14편의 팀 버튼 영화들의 독특한 시각적 연출과 주제는
그 스타일이 너무 독특해서 일명 ‘버튼 양식(Burtonesque)’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미술관을 들러 꼼꼼하게 작품을 체크했다는 팀 버튼에게서
‘영화감독’이 아닌 프로작가 냄새가 느껴진다.
무섭고 괴기스러운 영화 속 캐릭터를 중심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판타지를 통해
사회를 비판해온 팀 버튼의 모습은
마치 머리 속 아이디어가 여기 저기로 뻗쳐 나가기라도 하듯,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뻗쳐 있다.
시립미술관 정문 입구에서부터 내부 기둥, 벽면이 ‘팀 버튼 스타일’로 변신했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팀 버튼의 영화처럼 긴 혓바닥이 드리운 계단을 지나 괴물의 입(몬스터 마우스) 속으로 들어가면 전시장이 나온다.
1층 로비를 가득 채운 벌룬 보이는 뉴욕 MoMA에서도 화제가 됐다.
영화 속에서 팀 버튼의 영웅들은 다리를 여러 개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모든 일을 해치우는 괴물이기도 하며,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얼음을 조각하던 이상한 형상을 한 <가위손>의 주인공은
현실 속 인간보다 더 순수하고 어린 아이 같은 모습으로 상처받고,
‘현실’이라는 이상한 나라에서 생존하려 애쓴다.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히키코모리 내지 정신병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팀 버튼
역시 언제나 논란에 휩싸이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악몽에나 등장할 듯한 그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외양과는 달리, 사랑 받고 싶어하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외롭고 우울한 소년기를 거친 할리우드 괴짜 감독은
기괴하고 공포스럽지만 한 편의 멋진 악몽 같은 전시회를 만들어냈다.
시간이 난다면 그가 얼마 전 방한해 광장시장 빈대떡집 벽에 남긴
<크리스마스 악몽> 잭 스켈링튼 그림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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