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제 아이의 학교폭력 사건을 올린 이후로 쑥에 들어오기는 해도 글은 못 올렸는데,
빨간머리 앤님 글 덕에 오래된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부천에서 서울로 이사오는 바람에 졸업3개월을 남겨놓고 서울로 전학을 와야했지요.
처음에는 호의적이던 아이들이 갑자기 적대적으로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그 다음에는 놀림, 비아냥, 나중에는 폭력으로 까지 변질되었지요.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으셨고 저는 자존심에 상처받고 아무에게도 내색 않고 꾹꾹 참는
것만이 전부였지요.
졸업때까지 3개월을 어떻게 참고 견뎠는지, 가슴이나 엉덩이등 신체적 놀림은 당연했고
신발주머니에 돌멩이를 넣고 폭력을 행사한 남학생도 있었습니다.
저는 울지도 않고 참을 뿐이었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제가 왕따를 당하고 있던 것은 담임도 알고 있던 부분이었고 담임이 직접 조장한 부분도 있더군요. 이유는 전학생이면 엄마가 와서 간식도 돌리고, 선생님께 잘봐주십사 봉투도 드려야 하는데
저희 엄마는 전학온 날 인사만 했을 뿐 다시 또 찾아온 적이 없었거든요.
아이들 눈에도 저는 부천에서 이사온 아이라 시골애라고 생각하는데 그런티 전혀 안나고 또 단순히
선생님께서 약간의 조장을 하니 쉽게 딸려 든 것 뿐이더군요.
졸업하고서는 다들 그러더군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니가 잘난체 하거나 밉게 군게 없는데
왜 너를 그렇게 놀리고 때렸는지, 왜 안말렸는지 미안하다고....
졸업식날 담임이었던 자에게 꽃을 드리니 "내가 너한테 미안한게 있다"고 하더군요.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 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까요?
저에게는 지옥같은 3개월을 지낸 후였고 제 기억속에 초등6학년때의 친구나 담임선생은 없습니다.
힘든 3개월을 보내고 중학교에 올라간 저는 운 좋게 배치고사 1등을 했고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선생님들의 이쁨을 받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저는 덤으로 성적까지
올라갔지요. 미술대회면 미술대회, 백일장이면 백일장, 과학경시대회면 과학경시대회 모두 나가 학교를
대표해 상을 많이 받아왔고 제가 모르는 친구나 선배조차 저를 알정도로 학교에서 명물에 속했습니다.
괴로웠던 3개월을 보상받듯 중학시절을 보내고 제가 사는 동네에서 대학진학률이 제일 좋다는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고1,2는 우수한 성적으로 평탄하게 지냈고 고3이 되었지요.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 저희집은 전세였고, 집주인 할머니는 아들내외와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그 집주인 할머니의 둘째 손녀딸이 저와 같은 반이되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 없는데, 어느날 그 집 엄마(집주인할머니 며느리)가 찾아왔더군요.
저희 엄마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따님이 공부를 그렇게 잘한다면서요? 우리 영희랑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하더군요.
저나 엄마는 그냥 하는 소린가 보다 하고 스쳐들었지요.
그런데 며칠뒤 그 아이와 제가 짝이 되었습니다.
가나다순으로 해도, 키로 해도, 성적으로 해도 그 아이와 제가 짝이 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짝이 되었더군요.(당시 저희학교 교육방침은 공부잘하는 애들과 공부 못하는 애들을 분리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공부잘하는 애랑 못하는 애가 친구면 떼어놓고, 공부못하는 애들은 사고나 치지말고 공부하는 애들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 졸업해라..는 분위기였지요)
같은 반 친구들조차 이상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한달에 한번보는 월중고사를 보는데 그 아이가 제 뒷줄에 앉더군요.
시험시간에는 필기도구로 제 등을 콕콕 찔러대고...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저는 난감해하면서 시험을 계속 봤는데, 시험시간이 끝나고 답안지를 내자 그 친구는 지 시험지를 찢으며
저 때문에 시험을 못봤다며 울고불고 난리더군요.
아니, 내가 왜? 내 뒤에서 등찌르며 시험 방해한 것은 자기면서 왜 나때문에 지가 시험을 못봤다는건지...
이건 전조에 불과했습니다.
그 뒤 무조건 제가 말만하면 화를 내고, 제 책을 숨기고, 가방을 숨기고, 제 어머니께서는 파출부고, 아빠는 알콜중독자며 남동생은 가출했다는 말로 친구들과 제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제 피같은 교과서들을 찢고...너무 기가 막혀서 저는 대응조차 못했습니다.
"제가 도대체 나한테 왜 저러는거지? 나는 지랑 말도 섞은적 없고, 자기랑 친하거나 싸운적도 없는데
왜 사사건건 나를 걸고 넘어지는거지?"
친구들조차 처음에는 그 아이가 이상하다고 하다가 제가 워낙 대응이 없자 그 아이 말을 믿더군요.
학원도 과외도 안받는 제가 오직 수업에만 충실해서 제 교과서가 족보라며 시험 한달전부터 빌려달라고
하던 아이들이 제 교과서를 빼돌리고, 저를 괴롭히는데 동참을 하더군요.
제 친구였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면 모르는 문제를 제게 물어보느라 저 화장실 갈 시간조차 뺏던 아이들이, 선생님 설명보다 네 설명이 더 쉽다던 아이들이, 네 교과서 빌린 덕분에 점수가 10점이나 더 올라갔다던 아이들이, 저에게
이번 시험문제 뽑아달라던 아이들이 너무나 쉽게 그 아이 말을 믿더군요.
그냥 슬퍼서 대응 안했더니 거짓을 참인줄 알더군요.
더군다나 학교야간자율학습시간에 담임이란 사람이 수시로 불러 저에게 그 아이와 OMR카드를 바꿔주면 되는데 왜 안해서 자기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내가 너하나 졸업 막는거 일도 아니라고 협박을 하더군요.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선생님이란 사람이 학생에게 다른 사람과 답안지를 바꿔주라는 말을 어떻게 상식적으로 합니까?
선생은 교육자고 교육자는 항상 옳은 것만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컨닝도 안하는 제게 답안지를
바꿔주라니요? 그게 어떻게 교육자가 할 소리인지....저는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선생이 학생에게 답안지를 다른 사람과 바꾸라고 했다는 것을 내가 부모님께 이야기 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 분명 부모님은 학교에 와서 항의를 할 것이고 증거도 없는 판국에 나만 이상한 년 될 것은 분명한 일이고, 내가 아무리 모범생이라고 할지라도 내 담임은 고3담임에 부장선생, 다른 선생님들보다 훨씬 파워가 세니 아무리 고1,2담임이 나를 두둔해줘도 그 사람을 못 이길것은 뻔하고,그럼 학생인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서 잘해봐야 아주 힘든 생활을 하며 졸업하거나 그마저도 담임이란 사람때문에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를 협박할 때는 야간자율학습시간이라 지도교사는 그 사람밖에 없고, 녹음기를 준비해 봐야 그 사람이 먼저 옷검사를 하고 자기 이야기를 꺼냈기에 녹음기도 소용없을 것이고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싸울수도 없고....그렇다고 OMR카드를 바꿔주는 것은 학생으로서 자존심에 상처가 나서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이었고, 내가 죽던지 아님 죽기살기로 버티던지 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K대와 Y대가 목표였던 저는 목표를 살아남기와 고등학교 졸업하기로 수정했지요.
그 아이의 교묘한 괴롭힘과 친구들의 묵인, 선생의 협박을 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성적을 떨어뜨려서 나에게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성적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아는 답을 틀리게 쓸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안했습니다.일부러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만화방 간다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고
만화방을 갔고 보충수업시간에 딴청을 했습니다.
반에서 2등을 하던 성적이 20등쯤 되었을 때 담임이란 자가 저를 부르더군요.
"너처럼 질긴애 처음봤다.그거 대충 써서 바꿔주고 너는 제대로 체크하면 되는 것을 뭘 못하겠다고
버텨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 내가 그깟 100만원 받아먹은 거 때문에 아주 톡톡히 갚을 치룬다."며
저에게 푸념을 하더군요.
저 처음 알았습니다. 고3 담임정도 되면 100만원을 부모에게 받을 수도 있구나,그런 큰돈을 주면서
선생에게 자기 자식이랑 답안지 바꿔줄 아이를 찾아서 협박하란 부모도 있구나 하고요.
그렇게 힘들게 버티다 보니 2학기 중반이 되어 있었고 반에서 2등이던 제 성적은 22등이 되어있었지요.
어차피 원하던 대학은 꿈도 못꿀 단계였고 제 목표는 오로지 생존과 졸업 뿐이라서 지방대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담임이란 작자...좋아하더군요.끝까지 그 아이가 제가 어디에 원서를 쓰는지 자기보다 좋은대학
쓰면 안된다고 신경썼기 때문입니다.
졸업후 친구 때문에 찾아간 학교에 선생이라고는 그 작자 밖에 없었습니다.어쩔수 없이 가져간 꽃을 주니
"너 대학 어디 다니니? 너 공부 잘했잖아. 다시 시작해봐. 너는 착하니까 잘될꺼야."고 하더군요.
자기도 그렇게 저를 협박하면서 제가 그렇게 아무말 하지 않고 끝까지 참을 줄 몰랐나봅니다.
아니, 졸업까지 한 마당에 자기에게 꽃을 줄 지 몰랐나봅니다.
너는 착하니까 잘될꺼야.....그 말이 자기가 1년 동안 저를 괴롭힌대에 대한 유일한 미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뒤로 완전히 공부를 놓았는데 말입니다.
그 다음해, 그러니까 제가 대학2학년때(지방대 포기하고 서울에 있는 전문대에 갔습니다) 어느날 밤
10시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부모님 깨실까봐 얼른 받으니 그.년...이더군요.
자기가 이번에 재수해서 대학 들어갔다며 저에게 너 어디 다녀?하고 묻더군요.
전문대 다닌다고 하니까...
"너 공부 디게 잘했잖아. 나처럼 다시 재수해봐. 하면 되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웃습니다.
미친년....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납니까?
그게 사과입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냥 끊었습니다.
저는 정말 죽음보다 힘든 고3을 지냈습니다.
한참 공부해도 모자를 나이에, 왕따에 괴롭힘,헛소문을 퍼트리고 협박을 당하고...
이 모든것을 당하고도 살아남아 있으니 제가 좀 강하긴 강한가 봅니다.
그런데 피해를 당하고서도 참는게 습관이 된 것인지 제 아이가 3살 많은 형에게 3년이나 맞고 돈 뺏기고
하는 것을 알고 보면서도 피하라고, 참으라고만 했습니다.
가해자인 그 아이는 사과 한마디 없고, 그 조부모는 아이들끼리 싸운거 가지고 그런다고 저와 제 아이의
험담을 하고 다닙니다.
우리 집에 들어와서 돈 훔쳐간거, 아이에게 돈 가져와서 아이스크림 사내라고 한거., 엄마가 보는 앞에서도 이유없이 때린거, 집 현관까지 들어와서 때리고 간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과도 없습니다.
피하라고 참으라고만 한 우리 아이도 불쌍하지만,
그른 것을 그른것이라고 배우지 못한 그 아이도 불쌍합니다.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쪽팔리고 지는게 아니라 서로 치유가 되는 거란것을 모르나 봅니다.
저는 고3담임이었던 사람과 그 아이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제 의식속에 그들은 항상...가.해.자..니까요.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자기 편의에 따라 사람을 괴롭히고, 자기 편의에 따라 이용했으니까요.ㅇ
모든 상황의 해석도 자기 편의에 따라 했으니까요.
여러분은 혹시 어떤까요?
우리아이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었을 때,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낼 용기가 있으신가요?
귀한 내 아이들에게 바른 것을 가르치실 용기가 있으신가요?
우리는 용기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