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에 12시가 넘은 시각에 문자가 왔어요.
"선생님 잘 계시죠?"
강산이 변하도록 사교육 수학 쌤이었고 지금은 유치원 아그들의 영어쌤이니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너무 너무 많네요.
많이 익숙한 번호라서 곧바로 통화버튼 눌렀답니다.
작년에 대입 본 여학생이에요.
그때 그 아이 이야기를 이야기 나눔방인지... 어딘가에도 썼었구요.
외고 다니는데 수능에서 고교시절 첫 수학 100점을 맞았었다고...
연대 경영을 포기하고 원주에 있는 상지 한의대를 선택한 아이에요.
겨울 방학이 되면서 과외 아르바이트 하려고 친구들끼리 과외 준비 스터디하다가 선생님 생각이 간절해서 늦은 시간임에도 연락했다구요.
한참 동안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서울에 오면 뭐할것이냐고 물었어요.
엄마도 아빠도 그냥 쉬엄쉬엄 보내라 그러셨다고...
자기도 뭐 딱히 계획은 없다고...
"영어책 읽어라!"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네요.
"갈수록 개방되는 세상이야.
네가 졸업할 땐 한 병원 안에 양한방이 공존하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외국인 의사랑 함께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한의학과지만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해.
회화 학원 다닌다거나 그러지 말고 꾸준히 책 읽어.
너 정도면 리딩레벨 5정도 될텐데 그 수준의 책들 중에서 잼나는 것들 부터 슬슬 읽어봐."
지금 당장 읽을 만한 영어책들 몇권 소개해 주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 끊었어요.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살필 줄도 모르고 매일 아들 넘 하나 데리고 허걱 거리며 살고 있으면서도
영어에 대한 이 무조건적인 필요성을 끌어 안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아이에게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영어 준비를 해놓으라는 조언을 했을까요?
서울 오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기대되네요.
부모님 곁을 떠나서 자취하며 보낸 대학 1년의 생활이 아이를 얼만큼 성숙시켰을지...
3kg 쪘다는데 얼마나 더 이뻐졌을지... (약 먹은 병아리 처럼 비실비실 했던 아이였는데)
혹시 이성 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할지도 모르니 약간의 준비도 좀 해놔야죠.
아이가 읽을 만한 영어책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영어책 리스트도 준비해놓구요.
난 참 괜찮은 과외쌤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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