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간김에 친정에 들려서 엄마도 뵙구요..
당뇨가 있으셔서 살이 너무 많이 빠지셨더라구요.
아빠가 지방쪽에 일이 있으셔서 몇달째 혼자 계시는데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제일 비싼 고기를 사드린다고 큰소리 좀 쳤습니다.
저녁은 다 카드가 계산하니 걱정마시라고..ㅎㅎㅎ
근데 고기가 싫다고 하시더라구요...
뭐든 사드린다고 어디든 가자고 졸라대니..어렵게 하시는 말씀이..
곱창전골이 너무 드시고 싶으신데 1인분은 안팔아서 못드신지 꽤 되셨다고 하더라구요.
나쁜 곱창전골...
갑자기 엄마가 너무 혼자 계시는게 아닌가 마음이 아려오더라구요....
저는 사실 곱창전골에 대한 가슴아픈 기억이 있어요.
예전에 엄마 생신떄마다 드시고 싶다는걸 매번 저희 식구가 거절했거든요.
생긴게 이상하고...비린맛도 나는거 같고...
일단 이름도 이상한 그 음식이 참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결혼전 또다시 엄마 생신때가 돌아왔을때 엄마가 또 곱창전골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어요.
한번 따라갔는데 그냥 그 음식이 싫어서 겨우 숟가락 몇번만 왔다 갔다 하며 좀 투덜거렸습니다...
엄마가 저희를 보고 섭섭한 마음에 채 끓이지도 않은 곱창전골을 놔두시고 그냥 식당을 나가버리셨답니다.
그때는 엄마의 행동이 참 이상해 보였으니...저도 철이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어제는 엄마가 원하는 곱창전골이 참 반갑더라구요.
결혼하고도 내내 제 마음에 깊이 간직한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했구요.
나도 너무 먹고 싶었다고 얼른 가자고...제일 맛있게 하는 집으로 가자고 재촉하니 ..
이미 봐둔 식당도 있더군요....ㅎㅎ
저희 엄마 넘 귀여운 분이세요..^^
어제 정말 맛나게 먹었습니다. 엄마가 왜 곱창전골을 그리 좋아하셨는지 알것 같아요..
눈물나게 맛있더군요..
그 곱창전골은....왜 2인분만 팔까요....
울 엄마 실컷 드시게 1인분씩 팔지....ㅠ.ㅠ
그렇게 제 마음속에서 짐하나를 내려 놨답니다...
엄마랑 돌아오면서 팔짱이 아닌 손도 잡았어요...어릴때 이후로 한번도 안잡아본듯 어색하더군요.
그렇게 이런 저런 예기를 하는데 제이가 옆에서 주저주저 외할머니를 보고 웃더라구요..
뭔가 할말이 많은듯한 얼굴....
그러더니 [외할머니....]하고 부르면서 하는말이..
[외할머니...외할머니는 왜 어릴때 엄마가 공부를 못한다고 때리셨어요? 그냥 열심히 하라고 하면 잘할수 있을텐데 왜 때리셨어요?]하더군요.
순간 엄마의 표정이....ㅋㅋㅋ
제이가 이 예기를 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수학 쪽지시험을 봤나봐요. 자기는 전교 1등 (어디서 주워들었는지...)하려고 했는데 2개를 틀렸다고 속상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 어릴때 예기를 해줬거든요..
[제이야..넌 2개를 틀렸지만..엄마는 너무 자랑스러워..엄마는..어릴때 2개 맞은적도 있었거든..
시험지를 보고 외할머니가 공부못한다고 엄마를 부엌으로 데려가서 맴매를 때리시더라구요..
그때 엄마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외할머니가 넌 잘 할수 있어,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틀린게 있다면 다시 공부하면 되는거니깐 다시 해보자....이렇게 말했다면 엄마가 수학이 좀더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러면서 제이보고 점수에 신경쓰지말고 틀리면 틀린대로 그냥 열심히 하라고 해줬거든요.
그말을 제이가 듣고 외할머니한테 꼭 말하고 싶었나봐요....웃기죠..^^
제이한테 엄마,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 그 대단한 사람도 공부를 그닥 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척 반가워 합니다.
사실..제이한테 공부스트레스는 적은 편이에요.
못한다기보다 열심히 하면돼! 이 생각이 강하죠...다행이죠...
그러면서 외할머니에게 자기가 궁금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물어보더라구요.
엄마는 왜 친구들에게 돌을 던지면서 싸웠는지(울 동네는 그랬습니다)..그때 외할머니는 뭐라고 말해줬는지..
제이한테 엄마는 말썽꾸러기라 불장난도 좋아하고, 돌도 던지고, 친구들을 놀리기도 했다고..
근데..그때는 이런 마음이었고. 그때 샹황이 이랬고, 이런식으로 해결을 봤다고 자주 말해주거든요.
키우면서..엄마,아빠의 유년기를 들려주는것도 참 좋은 방법같아요.
자기가 잘못하고,실수하는건 어리니깐 그런거라고 판단하고 부모를 믿고 동지애를 느끼는거 같더라구요.
어제..엄마가 모르던 제 가슴에 짐도 내려놨고..
제이때문에도 실컷 웃었어요.
충청도 분이라 말투가 좀 느리신데 제이가 외할머니가 예기만 하면 배꼽빠지게 웃더라구요.
오랜만에 자기 말에 반응이 오는 제이를 보니 엄마도 예전에 그 장난끼 많으셨던 분으로 돌아오셨구요.
암튼...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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