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사관 다니는 엄마입니다. 쑥쑥에는 이전에 들어왔다가 의욕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그 후 잘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들어와보니 여전히 엄마들의 사랑와 의욕이 가득하네요. 그러다보니 힘들어하는 분들도 좀 있는 것 같구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생각한 것들을 적어봅니다. 저 자신 영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구요…
제 직업때문에 “아이가 영어 잘하죠?”하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6살인 우리딸은 영어를 '잘'합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볼 때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엄마들이 생각하는 ‘6살짜리의 잘하는 영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아이 나이는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하는지를 물을 때가 아니라 영어를 좋아하는지를 물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6살에게 수학을 잘 하는지 또는 국어를 잘 하는지는 묻지 않으면서 영어를 잘 하는지를 묻는 것은 왜일까요? 아직 책을 모르는 아이에게 book을 가르치려고 애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영어를 싫어하는 것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정말 ‘잘’ 해야 하는 시기는 훨씬 뒤에 올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보여주기 위한 영어’를 ‘잘’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때는 정말 영어 잘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충분히 쌓이고 쌓여 삐져나올 수 밖에 없을 만큼의 학습 베이스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베이스를 가득 저장시켜주어야 하는 시기이구요.
제가 생각하는 학습베이스는 다른 말로 하면 ‘영어에 대한 좋은 느낌’입니다. 좀 쑥스럽지만 제가 그냥 평범한 대학생에서 토익 800점대의 영어특기생으로 변하는 데는 오직 1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제 속엔 ‘영어에 대한 좋은 감정’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지는 못하시지만 관심이 있으셨던 엄마는 내가 처음 영어를 접할때부터 발음이 좋다고 항상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또 항상 영어는 큰 소리로 읽어야 멋있는 거라며 한두번 영어 알파벳 하나하나의 발음을 정확히 알려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제게 해주신 영어수업은 그게 다였지만, 학교에서 선생님께선 발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가르쳐주신 적이 없었고, 그러니 영어책을 읽으면 당연히 항상 웅얼거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항상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받으니 제 머릿속에는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배워온 기본문법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좋은 기억들과 책으로 배운 지식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어떤 계기를 만나 드라마틱한 향상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향상으로 얻어낸 좋은 결과들은 또 새로운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쌓여 지금까지도 영어를 계속 공부하고 연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 제 경우엔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는 ‘영어를 좋아하는 것’이 더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학교 4학년때 국내 대기업에 미리 취업되어 1년간 교육비를 받기 위한 인터뷰를 할 때도, 외국기업이나 대사관 인터뷰를 치룰때도 항상 저보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학파나 교포들과도 항상 경쟁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영어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그런 면접조차 외국인과 이야기하는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남들에 비해 덜 긴장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답니다. 또 무엇인가 좋아하는 사람은 왜 이 면접장에 와 있는지 그 목적이 자신에게 분명하기에 잘 설명할 수 있고 그 적극적이고 편안한 에너지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대사관에서 면접을 치루는 많은 사람들은 외국 유학을 마친 박사이거나 영어 고득점자이면서도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외국인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대사관에서 일할때도 영어가 좀 부족하고 문법이 좀 틀리더라도 외국스태프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고 먼저 다가가 농담이라도 건넬 수 있는 한국직원은 외국인들도 좋아하지만, 국내 최고의 명문대를 나오고도 영어만 하려면 긴장하고 스스로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은 간단한 이메일 하나도 너무 길고 어렵게 써 외국스태프들이 읽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 기준에서 보면 누가 ‘영어를 잘하는’것일까요?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영어를 어떻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어 때문에 많은 기회를 움켜쥘 수 있었던 경험들을 비추어보며 우리딸의 나이에 제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것은 제가 한국말을 하다가 슬쩍 영어를 섞어 말해도 이상하다거나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알아들었으면 영어로 대답하고 모르면 “그게 뭔데?” 물어볼 수 있는 것이었지요. 영어를 잘하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나쁜 기억이 없는 사람만이 못알아들을 때 당당히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 누가 영어를 해보라고 하면 도망가기보다 “나 발음좋다!”하면서 신나서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기가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아는지 알파벳은 다 외웠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제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많이 흐뭇하고, 이젠 다음단계의 목표를 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수학 같은 과목은 학교를 졸업하면 쓸 기회가 드문 학문이지만, 영어는 졸업후가 진짜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실용적 기술이고, 정말 길게 보아야 하는 분야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알파벳을 하는지 못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꾸 ‘영어와 얽힌 추억’을 만들고 왜 영어가 필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나중에 영어는 공부하지만 영어를 싫어해서 피해다니고 아는 영어지식마저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또 정말 보여주는 영어를 잘 해야 할 순간에 잘 하기 위해서는 그런 베이스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런 추억을 만들어 비축해 주는 일은 우리 엄마들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답니다.
엄마표 영어 화이팅!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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