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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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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잖은 어린이날

  • 홍박샘
  • |
  • 2012-05-05
6

서울 말을 쓰지만 저는 서울 토박이는 아닙니다.

부모님도 지방 출신이시고 저의 출생지는 충청도여유.

초등 이전부터 서울에서 자랐지만 서울이 주는 이미지,

뭐랄까 세련됨, 부자 등의 이미지와는 무관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70년대 서울 변두리에서 맞은 어린이날은 그래서 아주 오죽잖않지요.

한 반에는 70여명이 북적대었고 형편이 아주 어려운 집 아이도 많았어요.

엄마가 바빴는지, 게을렀는지 구멍난 양말 신은 애도 많았고,

코흘리개, 지저분한 애, 팔꿈치 기운 옷 입은 애 등 요란했답니다.

 

어린이 날이면 담임이 임원이랍시고 명찰 단 애들을 불러모아 특명을 내립니다.

남녀 각 셋트로 한 8명 쯤 되었던 거 같습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어린이날 무얼 보낼 건지 알아와라."

울 엄마는 반장도 아닌데 내가 왜 그런 걸 들고가냐고 부회장 나부랭이인

나의 타이틀을 무시하고 단호하게 거절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형편이 어려워 그런 돈 쓸 여력이 없었을 겁니다.

어린이 날 뿐 아니라 학교를 전혀 찾아오지 않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 자주 와 어항 물도 갈아주고 꽃꽂이도 해주는 친구 엄마들이 부러웠어요.

그래도 그 시절 고아원이라 불리던 시설에서 학교 다니던 아이들은 저를 부러워했겠지요.

자장면 한 그릇이면 최고였던 오죽잖은 어린이날.

그나마 그런 어린이날도 없었을 아이들 몇 명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름이 양씨라고 별명이 양재기였던 애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즐겁고 여유로운 어린이날 보내셨나요?

어린이 날이 무의미해진 저는 오늘 여느 토요일 처럼 지냈습니다.

산책하고 들어오다 호화 유모차 안에 갖가지 선물더미에 파묻힌 아기를 보았습니다.

제 자식이 그랬을 겁니다. 없는 돈 짜내서 꾸몄거든요.

저는 젊어서 내 자식만 보고 내 아이만 호강시키느라 혈안이었어요.

오죽잖은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 생각을 못 했어요.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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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쭈희쭈원맘
  • |
  • 2012-05-07 11:01
답댓글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을 받아 본 기억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다행히  어린이날 교회에 가서 샤프, 지우개, 공책 등 받고, 맛있는 떡볶이도 먹고 그랬던거 같아요..

 

전 얼마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가 사줄께"라는 걸 알고, 최대한 이 말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느순간 아이들이

엄마 나 이거 필요해~하면 확인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그래~엄마가 사줄께.라고 그러고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

그래~시켜먹자. 나가자.....

아주 작은 거라도 엄마가 사줄께 사줄께~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란 우리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저한테 "엄마가 사주면 되잖아~"라고 말할거 같아 그게 두렵고, 물건의 소중함, 더 나아가 사람의 소중함을 알지 못할까봐 그게 더 두렵더라구요.

 

암튼 내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옆에 있는 아이가 행복해야 하고, 그 옆에있는 아이가 행복해야 하고..

결국 모든 아이들이 다 행복해야 하는데...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짧게 나마 이시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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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salia
  • |
  • 2012-05-07 10:08
답댓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어린이날 선물은 짜장면으로 땡!이었습니다.
외식을 싫어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그 날 중국집 가서 먹는 것도 좀 좌불안석이었습니다. 하도 아버지가 투덜거려서...
요즘처럼 MP3니 닌텐도니 컴퓨터니 이런 게 없던 시절이라 짜장면에 추가로 주는 군만두랑 좀 더 뱃고래가 커질 무렵이면 탕수육도 맛볼 수 있었지요.
중국집을 나서서 운 좋으면 책을 한 권 사주시는 걸로 마무리했었는데...

저희 집도 어린이날 기념으로 만만치 않게 지출을 했더라구요.
백화점 가서 여름옷과 신발도 사고 막내 장난감도 사고 큰 애 문구류 세트도 사고, 지금은 12살 딸이 8살 때 사주었던 자전거가 너무 낡고 작아져서 최신형 기어에 녹안스는 재질에 접이식까지 가능하고 소가죽 안장이 장착된 최신형 자전거를 업고 들어왔지요.
그래도 만족을 모르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지요.

부모없는 아이들이 맞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안하고 살았드랬죠.
근데 둘러보면 꼭 고아가 아니더라도 5월 가족의 달을 맞이해서 이래저래 힘든 가정이 많더라구요.
트위터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 학교에서 제발 가족의 달이라는 타이틀로 이런 저런 행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구 그러더라구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가족그림그리기 대회, 아빠가 학교에 참여하는 행사 등등에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데, 아직도 학교는 엄마, 아빠, 나, 그리고 동생 이 4명이 세트가 되어서 단란하게 웃음짓고 있는 모습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그리고 있어서 거기에 벗어나는 환경을 가진 아이들이 자꾸 상처를 받는다고... 
그 글을 읽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너무 내 자식만 생각하고 남의 자식은 아랑곳하지 않은 저를 발견했답니다.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 가족구성원이 모자람 없이 배치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지지와 사랑으로 이루어진 굳건한 유대가 더 소중함을 어른이나 아이가 깨우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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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2-05-07 09:31
답댓글

홍박샘님~어린이날 더욱 아드님 생각이 많이 나셨을것 같아요~

우리 쑥쑥맘님들~아이들 손잡고 엄마봉사하는곳에 함께 데려가보세요~

엄마를 다시 생각하게되고 아이들의 생각나무도 쑥쑥~자란답니다.

실은 저도 마음만큼 자주는 시간을 내지 못해요.

그래도 안하는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제가 안가면 기다리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저도 홍박샘님 글 읽고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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