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 요리엔 젬병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무서운 날이... 아들래미 소풍날이랍니다.
작년 10월에 가을 소풍 때... 처음 알았지요.. 소풍 때 엄마가 직접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걸요...
(전 평소에 급식하기에 소풍도시락도 원에서 주는 줄 알았어요)
전날 밤을 꼴딱 새면서 싼 김밥이 딱풀처럼 질게 되서선 그걸 숨기려고 계란물 입혀서 구워내고...
지지고 볶고 쌩 난리를 치면서 정말 걱정이 되어서 한 숨도 안자고 밤을 샜었답니다.
고 3때도 안새던 밤을 말입니다. 자식이 뭔지....TㅅT

요게 작년 가을에 싸준 도시락 사진입니다.
4월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날씨가 따뜻해 지기에...곧... 다시 그 날이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고생하지 말고 예쁜 시중 도시락을 사다 줄까... 검색도 미리 해보았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판매하는 도시락을 새벽에 가질러 가는 것도 어렵고,
또 큰 아이들을 위한 도시락이다 보니 크기도 좀 클 것 같고
또 감자튀김이니 아이 몸에 그렇게 좋을 것 같지는 않아서...
이번 봄 소풍 도시락은 요리 잘하시는 하진이 시터 이모님께 김밥싸기 특훈을 받아보기로 결정!!!
드디어 결전의 그 날!
일찍 퇴근해서 하진이 시터님께 1시간에 걸쳐 김밥 싸는 법을 특훈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이모님의 도움 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우당탕 쿵쾅 해가면서 김밥과 간식 도시락을 준비했답니다.
그럼 결과를 공개합니다....
두둥~!!!

음하하하하!!! 저 김밥이 내가 만 김밥이에요~~~!!
이 김밥 만다고 이마트에 가서 뭘 어떻게 싸야 할지 몰라서 일단 눈에 보이는 건 다 골라서 쓸어담았더니...
소풍 도시락 하나 싼 다고 장본 가격이 무려 56,000원...
캐셔분 께서... "에구... 김밥 하나 싸는데 5만원이 넘었네... 차라리 사는게 낫겠어요.."
하면서 저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시더라구요.
저도 생각해 보니.. 그 돈이면 구찌김밥도 사 줄 수 있었겠군요. ㅎㅎㅎ
그래도, 명색이 저도 에미니...
소풍 도시락 하나는 그래도 아이가 딱 보고 기뻐할 만한 도시락으로 싸주고 싶었어요.
아침 간식을 원에서 먹지 않고 바로 출발한다 하시기에 싼 간식 도시락입니다.
식빵을 얇게 밀고 딸기잼을 바른 다음, 슬라이스 햄과 치즈를 넣고 돌돌 말아주었어요.
그리고 옆에는 바나나를 먹기 좋게 썰어서 넣어주었는데, 껍질이 갈변되어 버렸습니다.
노랬으면 더 예뻤을 텐데요... 아쉽군요.

식빵은 그냥 얇게 밀었는데,
다음에는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려서 촉촉하게 만든 후 말아주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맛은 그냥 저의 초딩입맛에 딱 맞게 달콤 고소하게...
딸기잼의 달달함과 치즈와 햄의 짭조름함이 꽤 잘 어울리더라구요.
간식과 함께 먹으라고 넣어준 딸기 우유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간식도시락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점심 도시락입니다.
점심도시락은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한 밥을 햄, 맛살, 우엉, 계란지단, 당근과 취나물을 넣고 돌돌 말은 김밥과
치즈맛, 불고기맛, 김치맛 후리가께로 만든 주먹밥 삼종 세트입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김밥 사이즈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미니김밥으로 싸자니, 재료가 많이 안들어가고
그렇다고 일반 사이즈로 싸자니 아이가 커서 잘 못먹을 것 같아서
밥을 아주 얇게 펴고, 재료는 가늘게 썰어서 생수 병 뚜껑 크기정도로 만들어 말아주었답니다.
이모님께서 알려주신 포인트는 밥!
밥을 소금을 조금 넣고 물을 조금 잡아서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김밥이 맛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김밥만 먹으면 심심할 것 같아
집에 있던 후리가께들로 주먹밥 불고기, 치즈, 김치 삼종 주먹밥 세트를 만들어 보았어요.
평소 하진이 밥 잘 안먹으려 할 때 만들어주던 주먹밥에 샌드위치 싸고 남은 햄과 김으로 띠를 둘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아끼는 과일 꼬지를 하나씩 꽂아서 고정해 주었지요.
저 꼬지는 돌려 달라 했었는데, 분실이 되었는지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오매.. 쪼끔 아까운 것...
목 막힐까봐 넣어준 피클과 단무지입니다.
김치를 워낙 잘먹는 하진군이지만,
이 날 김치를 싸주기가 국물때문에 흐를 것 같아 피클과 단무지만 넣어주었어요.
점심먹고 디저트로 먹으라고 한라봉 주스 한 팩과 과일을 한 칸 얹어주었습니다.
하진군이 좋아하는 파인애플, 딸기, 오렌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넣어주었습니다.
하진군은 배나 감과 같이 달짝한 종류의 과일보다는 새콤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파인애플과 딸기, 오렌지 모두 하진군이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하진이 김밥 소풍 도시락을 싸면서... 우리 엄마가 생각 나더라구요.
우리 엄마 5남매를 키우시면서 김밥 싸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하나 싸 놓고 나면 오
빠 하나가 와서 그걸 통채로 들고가서 칼로 썰지도 않고 그냥 우적우적 씹어 먹고...
또 하나 싸고 나면 또 다른 오빠가 와서 집어 먹고...
김밥 싸는 것이 한도 끝도 없으셨대요...
김치 담구는 커다란 다라이에 밥을 잔뜩 지어 놓으시고
"에구.. 내 팔자야~ 이놈들아 그만 가져다 먹어!!" 하시면서 김밥을 싸시던 엄마...
그 때는 다른 친구 엄마들 처럼 예쁘게 소풍 도시락을 안 싸주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는데...
자식 새끼 하나 낳고 이렇게 새벽부터 설치던 제가 그때의 엄마를 떠올려 보니
우리 엄마 많이 힘드셨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 주말에는 엄마에게 제가 직접 싼 김밥을 가져다 드릴까봐요.
엄마! 나도 이제 김밥 말 정도로 다 컸다우~
살림은 비록 잘 못해도... 내 열씸히 에미 역할, 마누라 역할, 며느리 역할 하고 있응께... 걱정 말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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