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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기, 설치기

  • 홍박샘
  • |
  • 2012-04-27
8

올해 안에 있을 고교 졸업 30년 행사 때문에 한달에 한번 동창들이 모여요.

각자 자기가 연락되는 아이들 몰고 나타나니 점점 수가 늘어나 어제는 꽤 모였습니다.

첫 모임 5명은 학생회 간부였는데 각각 연락되는 애를 불러모으는데 저만 홀홀단신입니다.

친구와 연락이 끊긴 데에는 결혼을 일찍하고 부산으로 이사를 갔으며

그 사이 외국행이 잦았다는 핑계가 큽니다.

 

심하게 왕따를 당했네요.

그렇게 느낀 이유는 잘 몰랐던 동창들을 만났대서가 아니고

고교시절 추억이 하나도 공유되지 않아서입니다.

가장행렬을 했다면서 '난 퀴리부인, 난 대처수상..."이러며 웃어제치고

유명한 연못 사건 얘기도 합디다.

어떤 애가 짝사랑하던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려고 연못에 뛰어들었다...

선생님 불러오라고 비명을 질러서 자기들이 교무실 가서 모셔왔다...

선생님이 오셔서 달래서 일어세우니 물이 무릎 아래더라.....

세상에나, 난 기억이 안 나요.

 

가장행렬이 뭘까? 졸업 앨범에도 있던데 나의 기억 회로는 왜 끊겼을까?

한 아이가 그러대요. 넌 행사 진행하느라 분장을 안 했을 거라고.

아, 그렇네요. 계획 짜고 준비하고, 선생들 수발 드느라 참여를 못한 겁니다.

줄곧 임원을 했던 나의 이력은 소소한 추억과 맞교환된 겁니다.

 

저는 어디 가나 리더를 합니다.

의견이 분명하고 목소리가 크며 시원찮게 돌아가는 꼴을 못 봅니다.

심지어 아이학교에 가서도 교실에 학부형들 다 모였는데

엄마들이 선생님 말 안 듣고 모두 머리 숙이고 설문 조사에 동글뱅이 치고 있길래

뒤에 앉았다가 엄마들 고개 들고 선생님 말씀 들으시는 게 어떠냐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 보다 저 여자가 더 무섭다고 했을 겁니다.

 

천성 때문에 반장을 하고, 회장을 했지, 공부를 잘 했다거나

집이 부자였대서 그런 역할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 리더십 부재 얘기가 나오면 마음 속으로

좀 타고나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훈련으로, 책임감 교육으로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서기 좋아하고 설치기 좋아하면 리더십이 있어 보입니다.

쑥쑥에서 떠들어대는 것도 그래서 아닐까요? ㅋㅋ

 

나서기 여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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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셋사랑
  • |
  • 2012-04-30 12:53
답댓글

홍박사님, 저는 떠들기좋아하는데 멍석깔아놓으면 못해요. ㅋㅋ

자신감결여라고할거나.

소모임에서는 실컷 웃기고 즐겁게 하는데,

멍석깔아놓은 모임에서는 점잔떨고 있는

우째보면 참 창피한 1인입니다.

근데 살아갈수록 타고난 성향은 참 안고쳐지고 고친다고해서 그닥 행복해보이지도 않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저냥 내 생긴대로 삽니다.

밑의 세아이 다 제각각이에요.

설치기 좋아하고 일벌리기 좋아하는 개성만점의 큰딸

조신하기가 이조시대 여인 같은 둘째딸

온몸으로 개그향기 풍기며 좌중을 즐겁게 하나 엄마 닮아 멍석깔아놓으면 부끄러워하는 울 막둥이 아들

개인적으로 다 마음에 안들어요. 내가 낳았지만 ㅋㅋ

항상 홍박사님 덕분에 즐겁게 웃고 많이 생각하고 갑니다.

오랜만에 점심 빨리 먹고 쑥 들어왔다가 횡설수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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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2-04-30 13:05
자식이 다섯인 내 형님이 다섯이 다 제각각이라던데요.
딸 넷에 아들 하나인데 심지어 딸 쌍동이도 다 달라요.
그러고 보면 성격 유형 분류 이런 거 다 틀린 거 아닐까?
나도 나를 모르겠는게, 활발하게 설치는 역할을 많이 하면서도
개인적인 친분 맺는데는 인색해요.
그러니까 고교 동창 아는 애가 없어 홀홀단신 갔지.
대학 동창도 연락하고 사는 애는 딱 한 명이어요.
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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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벳
  • |
  • 2012-04-28 09:08
답댓글

학창시절에도 홍박샘님의 기운이 친구들에게도 전달되었을것 같아요.

Anna에게 나서지말고 설치지말고 항상 겸손하게 지내라고 세뇌를 시키고 있는데요~

아직은 나설자리 안나설자리를 구분 못하는것 같다는 염려때문에...ㅎㅎㅎ

그런데도 타고난 끼는 숨기지 못하는듯해요.

이제부터는 앞에것은 빼고 겸손하게 지내라고만 해야겠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시구요~~~

매일매일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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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2-04-30 09:47
어려서 나도 구분 못 했어. 지금도 좀 구분 못 해 ㅋㅋ
난 애나 같은 애가 이쁘던디. 애나가 나서면 그 집단이 활기차게 되쥬?.

내 아들 녀석은 리더십이 절대 부족.
귀가 닳도록 이런저런 일 나서서 하라고 주문하는데도 영 신통찮어.
학교 바베큐 파티에 한국 불고기 출전하는데 자기는 축구 본다고 안 한대.
축구가 얼마나 좋으면 먹보가 불고기 먹는 걸 안 한다냐고 애 아빠는 웃는데
난 시키 리더십도 X럽게 없네 싶다. 후배들 이끌어야 할 거 아냐,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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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재유나맘
  • |
  • 2012-04-27 22:46
답댓글

홍박샘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글을 읽거나 사진을 봤을 때 그런 카리스마를 많이 느꼈어요.

저도 그런 카리스마 갖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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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2-04-30 09:42
카리스마는 무슨. 성질이 좀 더럽게 생겼지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여요.
맺고 끝는 걸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요즘은 뜻대로 안되네요.
제 쪽에서 약속을 못 지키는 실수를 자꾸 하니까 남에게 요구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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