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부 잘 한 집 얘기 들으면 어려서 뛰어나지 않았다는 둥,
엄마는 잘 모른다는 둥, 아이가 알아서 했다는 둥....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나를 맥 빠지게 만드는 인터뷰가 많다.
읽으면서도 속으로 딴지를 건다.
'아무렴 학원 문턱도 안 밟았을까, 아무렴 고등 때 잘 하는 게 가능할까?'
심지어 SAT 학원 설명회 내 옆에 앉았던 아줌마가 아들 잘 된 뒤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학원만 보내면 안 된다는 둥, 아이의 장점을 보라는 둥.....
(내가 하는 소리네?)
그런데 사실 멀리도 아니고 내 조카 녀석네가 그렇다.
내 올케는 그냥 사람만 좋을 뿐, 아들 녀석 공부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그럴 여력이 없는 것이, 큰 딸이 공부를 무지 않하는 데다 본인 몸이 아프다.
또 미술을 전공해 평생 그림을 그리는 게 낙이라 내가 보면 딴 세상 사람 같다.
조카녀석은 언변이 없고 세련되지 않아 어디서고 눈에 띄는 애가 아니다.
착한 건지 미련한 건지 어려서부터 누나한테 치이고 맹하고 답답해서 기대 못 받았고
중학교 들어가서도 성적이 대단치 않아 '대학이야 가겠지...' 했던 녀석이다.
나는 용의주도하고 아는 게 많아 내 아들을 놓고 이리저리 실험한 엄마다.
엄마표라는 말이 없을 시절부터 유식이 하늘을 찔러 이것저것 다 내가 가르쳤다.
의사네, 상담가네 자주 찾아다녔고 그들이 권하는 영어 원서도 읽었다.
궁금하면 전문가 찾아 질문하고 답 구하고....
울 엄마의 눈에는 당신의 똑똑한 딸은 자식을 저리 잘 키우는데
당신의 답답한 며느리는 자식을 방치한다고 봤다.
그러나 두 사촌형제는 맹하고 답답하기가 저울에 잰 듯 같았다.
희한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니 중3 때부터 조카는 달라졌다.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공부도 할 만하다는 것이다. 별 일도 다 있어?
학원을 보내줬더니 선생이 싫다고 인강을 한단다.
혼자서 인강 선생 찾아서 공부하다가 영어는 과외 선생을 구해달란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 엄마가 끌어다 집어넣기, 절대 NO!
고등학교에서부터 내리 공부에 매진하는데 무서울 정도였다.
작은 일지에 하루 할 일을 꼼꼼이 적고 지켜지지 않으면 자신을 질책했다.
집에 오면 방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는데 저게 사람인가?
독서실이고 학원이고 일제 담쌓고 집에만 오니 언니는 저녁과 간식만 열심히 해줬다.
옷도 뭐도 관심 없고 매력이 하나도 없는 인간으로 변해간다.
장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이런 아이의 특징은 고집불통.
아무리 과외 선생을 대줘도, 학원 상담을 시켜도 싫으면 타협이 없다.
간식도 한 가지만 먹다가 한 번 안 먹으면 입도 안 댄다.
또 한 가지에 소위 '꽂히면' 그것만 해서 어떤 게 좋으면 그 것만 몇 달 먹는다.
의지가 굳은 건지 머리가 이상한 건지.
올케는 좋다는 간식을 몇 달 해준다. 요렇게도 해보고 조렇게도 해보고.
또 하나. 이런 아이의 특징은 희노애락에 둔감하다.
엄마가 아프면 위로할 줄을 아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무덤덤.
고3 때 서울 좋은 동네라 일컬어 지는 지역 고등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으나
대학에 실패했다. 원하는 대학 한 군데 안 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재수.
또 기계 같이 살더니 이공계 수재들이 가는, 모두 다 '와 ~'하는 학교에 갔다.
머리 속에 뭔 생각이 든 겐지, 마음 속에 뭘 품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아이.
그냥 믿음직한 우리집 장손. 그 애 엄마는 모른다. 그냥 밥 반찬 해주고 집 지켰다.
지나치게 똑똑해서 아들 갈 길 미리 닦고 다니는 나는 뭔가?
신문 기사 오리고, 책 읽고 정보 찾아서 아들과 공유하고 토론한다.
지난 여름 처음 간 SAT 학원 writing 책 오류 찾아내 학원선생한테 따지라고 했다.
그럼 뭐 하나. 관심사는... 삽겹살, 소녀시대, 페이스북
(뭐 공부를 아주 못 한단 뜻은 아니고.... )
나도 정말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저는 뭐 한 게 없어요, 호호호..." 하고 싶다.
아니거든! 난 요란 뻑적지근하게 자식 키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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