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과 박완서 책 읽는 북클럽을 시작하며 또 다시 추억 끄댕이 잡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젊어서 성공이라는 이름의 성취를 느껴보지 못한 자는 지난 시간으로 돌아가기를 좋아한다.
증거를 요구받지 않는 사례를 들어 자기 삶을 드라마로 만들고픈 얄팍한 전략이다.
지금 떠벌이려고 하는 얘기가 오늘 아침 메뉴에 대한 수다라면 믿어지는가?
식모들의 수발로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란 내 친구는 요리에 관심이 없다.
"뭐 걔네들도 할 수 있는 거 내가 맘 먹으면 못 하겠니? 그냥 귀찮을 뿐이지."
또 엄마가 집에 남아 알뜰살뜰 예쁜 식탁을 받아 본 친구도 요리에 관심이 없다.
"우리 엄마는 귀찮게 맨날 삶고 볶고 부억에서 헤어나오질 못 해. 난 싫다, 얘!"
부억 보다 밖으로 뛰며 살았던 여전사의 식솔인 나는 곱상한 밥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저 김치와 장건건이만 있으면 '후다닥 찌개'로 세번 의무를 채우는 끼니를 받았다.
고운 식탁보, 예쁜 그릇, 영화에서 보는 양식기 등에 대한 상실감,
아니 애초부터 없었으니 상실감 아닌 상상력은 결혼 후 나를 그런 식탁 구현에 매진하게 했다.
발품 팔아 상표 그릇 사기, 천 끊어 식탁매트 만들기, 남편 졸라 아웃렛 매장 가기 등등...
게다가 콩깍지 씌인 신혼에도 맛 없으면 절대로 맛있다 하지 않는 남편과
어렵사리 얻은 자식의 입맛을 위한 고도의 노력은 나의 부억노동 수준을 높여갔다.
그러나 이런 극성이 사그라든 것은 많지도 않은 식구들이 자꾸 흩어져 살면서부터이다.
공부하느라 내가 외국 생활을 했고, 또 남편직장 동네에서 직장을 못 구했고,
아들은 자라 무슨 팔자인지 저 자란 외국 가서 살게 되었다.
나의 식탁에서 행복에 겨워하는 것으로 내 가사노동 댓가를 지불해주던 가족 셋트가
이 빠지듯 이럴 땐 요 사람 없고 저럴 때 조 눔 없어지니 식탁은 허술해져갔다.
쌓아둔 식기는 더러 조카에게 주었다. 첨단 조리도구는 상자째 광에 있고,
식탁은 발가벗겨져 크리넥스며 달력이며 생활용품에 구석을 차지당했다.
오늘 아침 불현듯 별다른 아침 메뉴를 생각해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누룽지를 끓여먹거나 토스트, 베이글로 때우던 아침에
난 오븐을180도로 예열하고 주섬주섬 냉장고를 뒤졌다. 시금치 프리타타를 위하여.
사용않던 저울, 계량스푼, 오븐 용기.... 다 있다. 앗 생크림? 우유로 오케이.
프리타타 (Frittata)란 멋지게 들리지만 야채 등을 넣은 달걀찜이다.
냉장고에 있는 어떤 채소든지 그 성질에 맞게 살짝 익힌 뒤 계랸물을 부어 오븐에 익힌 것.
좀 더 감칠맛을 내기 위해 베이컨을 구워 넣는다.
시금치 살짝 데쳐 썰고, 감자도 작은 깍둑썰기하여 삶는다, 이때 삶는 물에 소금 조금씩.
버섯이나 피망 등도 있는대로 간 살짝하여 팬에 살짝 굽고 베이컨도 잘라 구워 기름을 뺀다.
위의 것을 섞어 오븐 용기에 넣고 계란물을 넣는데 계란물 반죽도 쉽다.
계란 2개에 우유 또느 생크림 1큰술이면 비율이 맞다. 나는 계란 4개에 우유 4T,
소금 2분의 1t, 설탕 3분의 1t, 그리고 파메산 치즈 가루 1T를 넣었다.
치즈를 좋아하는 나는 좀 더 넣고 싶지만 집에 있는 치즈가 양질이 아니어서 생략.
기호에 따라 잘게 썰어져 있는 모자렐라 (피자치즈)를 넣는 사람도 있다.
아, 중요한 점. 이 계란물을 몽땅 넣어 오븐에 굳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래서 계란물의 3분의 2는 팬에 부어 젓가락으로 긇으면서 스클램불 한 뒤
채소 베이컨 혼합물에 덩어리로 섞어줘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계란물을 부으면 이것이 형제를 굳혀주는 역할을 하고
또 한 10분 만에 프리타타가 완성된다.
오븐 성능이 다 다르므로 위에서 보아 약간 갈색이 나기 시작하면 오븐을 끈다.
내 거는 후다닥 먹어버려 사진 없고 구글 이미지에서 한 컷.

예쁜 접시에 포크와 나이프 놓고 바삭바삭 토스트 한 쪽.
그리고 달단한 야채피클 정도 놔주면 쥬스와 함께 좋은 식사. 물론 커피.........
오랜만에 오븐 켜고 즐거운 아침을 해준 아내에게 늙은 남편이 한 말은,
"치즈 맛이 거의 안 나네." 였다. 인상적이지 못 했다는 뜻이다.
그대들은 무슨 아침 상을 가족에게 들이대시는고?
이런 수다 한번 떨어봅시다. 유게에서는 연애담, 사는 얘기 다 나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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