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사랑이 있었다.
자잘한 몇 번의 인연이 있었으나 내 맘을 온전히 주지 않았거나, 그 쪽으로부터 맘이 온전히 오지 않았으니 그런 경우는 사랑이라 치지 않는다.
온전한 두 번의 사랑.
♥ 첫사랑
첫사랑.. 그 사람은 내게 롤러코스터같은 아찔한 사랑을 선물한 사람이었다..
우린 일명 CC였다. 같은 과 동기.
그는 하얀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다부진 체격에 비범한 리더십을 가진, 누가 봐도 멋진 사람이었다.
같은 지방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시작한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고,
1학년이 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짝이 되었다.
그와 CC가 된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
다들 대학생활에서의 단짝친구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학기초부터,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 덕에 늘 남자동기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고,
그런 나를 보는 여자동기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어떤 여자동기는 내게 아예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야, 너 걔랑 안 어울려."
외모도 멋진 그는 연애까지 달콤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떻게하면 화가 풀리고 어떻게 해주면 기분이 좋은지, 어떤 적절한 타이밍에 어떤 말이 가장 달콤하게 들릴지까지 계산할 줄 알았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으로 1년을 보냈다.
아주 나중에 어떤 친구가 내게 그랬다.
"그 시절의 너는... 약간 넋이 나간 것 같았어.."
2학년이 되었고 후배들이 들어왔다.
우리는 여전히 다정한 커플이었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그는 인기남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내가 참석하지 못한 연합엠티에서...
그는 어느 후배 여자아이와 눈이 맞았다.
몇 주 뒤, 그는 내게 맡겨두었던 자신의 통장을 찾아갔고, 나는 그에게서 받았던 팔찌를 돌려 주는 것으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다.
과에선 흔치 않은 사랑과 배신의 스토리는 말하기 좋은 가십으로 과 전체를 흔들었고,
나는 버려진 비련의 여인, 그는 조강지처 버린 파렴치한 쯤으로 인식 되었다.
평소 세모눈을 뜨고 나를 보던 여자동기들이 눈에 띄게 친절해졌고,
늘 함께 몰려다녔던 남자동기들은 나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휩쓸고 간 사랑에 황량해진채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여자후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도망치듯 군대를 갔고 나 역시 어학연수 길에 올랐다.
♡♡ 두번째 사랑
어학연수 생활에서 만난 나의 두번째 사랑.
그는 내 첫사랑과 모든 면에서 너무도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마른 체격에 샤프한 인상, 다정다감한 말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없이 웃겼지만, 나와 둘이 있을 때면 별로 말이 없었고,
내가 우리 뭐 할까 하면 "너 하고 싶은거"
뭐 먹을까 하면 "너 먹고 싶은거"
그저 순하게 내 말을 다 들어주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우리의 만남은 2년째 계속되었지만 나는 슬슬 그가 지겨워졌다.
내가 짜증을 내면 내는대로, 화를 내면 내는대로 그저 받아만 주는 사람.
맹물처럼 아무 맛이 없고 공기처럼 존재감이 없는.. 매력 없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즈음.
우체통에 들어오기 시작한 편지.
답장을 보내지 않았지만 편지는 계속 되었고, 맹물 무매력 남친에 질려가던 나는 내 온 마음을 다 바쳐 했던 첫사랑에게 다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당했던 그대로, 순수했던 남친을 버리고 첫사랑 그에게로 돌아갔다.
1999년 3월, 나는 그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12년 올해 3월이면 결혼13년차를 맞는다.
그는 조금 변했다.
바싹 말랐던 얼굴은 통통해졌고, 이젠 다른 사람보다 내 앞에서 훨씬 더 웃기고, 내가 짜증을 내면 자기도 짜증으로 맞받아 치며, 뭐 먹을래 해서 내가 '아구찜!'하면 "토나올 정도로 먹기 싫은건 아니니까 그럼 그걸로 먹자..."고 한다.
그는 아직도 그대로다.
다정다감한 말투는 여전하고 가끔은 불온(?)하지만 여전히 대체로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맹물처럼 맛이 없고 공기처럼 무색무취하지만,
10년을 넘게 함께 살아보니 그의 가장 큰 매력이 그것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맹물, 공기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 마음껏 헤엄친다.
롤러코스터 같은 사랑은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와야하는 사랑임을, 몇 바퀴를 돌고 또 돈 후에야 알았다.
일년에 몇번쯤은 현기증나던 그 사랑이 그리울 때도 있겠지만,
내 남은 일생동안 아주 가끔 추억할 그리움쯤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다행이다, 그와 맺어지지 않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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