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노님 명 받자와.
난 처음으로 나 좋다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다.
아무런 흠모도 연정도 또래 남자, 선후배로부터 받아 본 적 없는 불쌍한 젊음.
키는 왜케 컸다냐. 등치는 또 어떻고.
왠만한 남자는 다 정수리가 보이니 곱상, 연약함 뭐 이런 거 없는 여자는
철저하게 애인명단에서 제외당했다.
짝사랑 1- 대학 신입생.
훤칠하고 유머러스한 선배를 좋아했는데 이미 다른 학교에 애인이 있단다.
좋은 동생 취급은 받았다.
군대 가서 내 생일에 카드도 보내주고 휴가 나오면 차 정도는 마셨으니.
하필 차 마시러 나갈 때.
겨울 방학 두 달 내내 친구와 다방에서 커피와 다이****브 과자를
각각 한 통씩 와삭대며 영작문 열공을 했다.
플라스틱 꽃, 어항, 계 아줌마, 복덕방 아저씨 그리고 나. 그리고 영작문.
그렇게 두 달의 동거는 나의 체구를 두 배로 불렸고 눈이 붙어 묘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흠모하던 선배와 휴가 중 차를 마셨다.
그 후 좋은 동생 명단에서도 짤렸다.
영작문은 뭣 하게 열공했냐......
짝사랑 2 - 대학 4학년
통역을 하던 동아리 선배를 흠모했다.
잘 생기고 유머러스해 뭇 여자들이 다 좋아했고 난 그 중의 하나.
그 눔은 내 후배랑 애인이 됐고, 내 친구랑 연인이 됐으나
나와는 좋은 선배가 됐다. 결혼은 동아리 밖 여자와 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났는데 풍채는 거대했으며
목은 짧았고, 머리는 .................. 빛이 났다.
그리고 유머는 떠벌림으로 바뀌었더라.
흐미, 좋은 동생이었길 잘 했네.
얼마 전 이후로 좋은 동생 명단에서 자퇴했다.
짝사랑 3 - 졸업 후
대학원에서 공부 잘 하는 선배에게 존경인지 흠모인지 모를 감정을 품었다.
나는 모르겠는 이론 설명도 잘 하고 스터디 그룹의 스타였으며 리더십 짱.
엄마의 강요에 치마 입고 분 바르고 다녀 제법 여자스러웠으나
바보처럼 이 키에 10센티 빼닥구두를 신었다.
누가 나를 보호하고 안아 주고 싶으리.
게다가 대학원에서 공부 못 하면 완전 하수.
또 좋은 동생 됐다.
그 양반 집 가문의 규율이 쎄서 그와 결혼한 여성이 무쟈게 고생했다.
좋은 동생이길 울매나 다행였냐.
짝사랑 상대 세 사람은 모두 잘 살고 있으나 이제 보니 내 타입은 아니다.
부지불식 간에 생각도 않은 선배랑 눈맞아 결혼해 버렸으니 겨우 스물다섯살.
무조건 나 좋다길래 이게 웬일이냐 하고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
올해 결혼 25주년에 나이 50주년.
뭐 담백하게 썼다만 가슴앓이도 좀 하고 비관도 했었다.
그러나 감사하다, 그들과 맺어지지 않은 것이.
라이노,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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