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은 인제 그만

아마 1997년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1998년 미국 대통령 대선을 위한 각 당의 후보 경선의 열기가 한참 뜨거울 때였습니다.
그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 중 델라웨어 주의 상원위원으로 있던 Joseph Biden(죠셉 바이든)이라는 젊은 후보가 있었는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과히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나있을 것입니다. 각 언론에서도 오늘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바이든 위원이 대통령에 당선될 거라며 그 열기를 부추기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들어 마치 생전의 고 케네디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 해박한 지식, 준수한 외모 등으로 전국적으로 인기시대를 구가하고 있던 바이든 위원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사건이란 다름이 아닌 20여 년 전 바이든 위원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프로젝트로 제출한 논문에서 어느 유명인사의 연설문 중 아주 짧은 한 일부를 도용했다는 사실이 불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수십 년 전 일을 파헤쳐서 공개를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이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미국 언론에는 바이든 후보의 도덕성, 정직성 등을 공격하는 줄거리의 기사들이 연일 TV, 신문 등의 앞면을 거의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바이든 위원은 다 쌓아놓은 금자탑을 스스로 허물고 대통령 당선을 향한 레시스에서 중도하차를 하고 말았습니다. ‘뭐, 지금 일도 아니고 까마득한 대학 시절에 있었던 하찮은 일 가지고 호들갑인가’라고 할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이는 미국 사람들의 정직한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2년때로 기억을 하는데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던 미국인 친구 2명이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수업시간에 모습을 비추지 않자 어느 한 친구가 교수에게 그 학생들의 소식을 물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답하시길 그 두 학생은 시험 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어 퇴학을 맞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부정행위를 교수님께서 적발하신 것이 아니고 같은 반에 있는 한 학생이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시험을 보기 전 시험지 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게 되는데 Honor Code이라고 불리는 이 서명란의 조건은 나 자신도 부정행위를 하지않겠을 뿐더러 혹시라도 남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을 경우 신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아마도 이 조건을 사명감을 가지고 철저히 준수한 학생이 있었나 봅니다.
대학원시절에도 컴퓨터 전공을 하는 아는 형 한 분이 숙제로 제출해야 할 프로그램을 다른 학생이 숙제를 베껴 제출했다가 그 형은 물론 숙제를 보여 준 학생까지 둘 다 1년간 정학 처분을 받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된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예전 명문대학 중 하나인 Virginia주립대학에서 졸업 논문에 일부를 도용한 졸업생 수십 명이 그 사실이 적발되어 졸업이 취소되었다는 기사들이 지역 신문의 표지를 장식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고국이 신문을 통해 수능고사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핸드폰을 통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사건이 기억에서 채 잊혀지기도 전에 우리는 바로 얼마 전 한국에서 행해진 SAT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하에 이루어진 부정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사실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이건 미국에서건 우리 한인 자녀들의 부정행위는 그리 더 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 우리를 슬프게 만듭니다.
그만큼 한인 학생들 사이에 부정행위는 고질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에 숙제를 베끼는 건 그나마 양반이고 시험 기간이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과감한 방법으로 소위 말하는 커닝을 자유자재로 하는 한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원진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