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끝나고...>
-서천석(아동청소년 정신과전문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이 가장 말을 안 듣는 시기가 7월 초중반이다. 일단 기말고사도 끝나고 방학이 코 앞이어서 긴장감은 제로인데, 장마라서 바깥활동을 충분히 못해 비축 에너지는 높다. 소위 'Giral 지수'는 이 무렵이 가히 최고치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준비없이 아이를 잡으려고 덤볐다가는 역공을 당하기 쉽다. 뭉개고 버티고 함부로 말하며 부모가 화나도록 더 자극한다. 차라리 이 시기는 다가올 방학을 준비하며 조금 느슨하게 가는 편이 낫다. 리듬을 잘 타야 한다. 지금은 쉬어갈 때.
물론 부모 역시 쉬어가지 못하고 폭발하는 이유는 있다. 기말고사 성적이... 성적이... "이 점수 받아놓고 뭘 잘 했다고 또 쳐 놀아!" 이 말이 식도를 타고 입 안 가득 올라와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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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넌 점수를 이렇게 받아놓고 속상하지도 않니?" 자녀: "이 점수가 어때서요? 저보다 못하는 아이도 많은데요." 부모: "기준을 아래에다 둬? 네가 그 정도 아이야?" 자녀: "에이씨, 짜증 나."
자주 전해 듣는 부모 자녀 간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요?
상황을 설명하려 부모님과 역할극을 해봤습니다. 나: "제가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했었죠? 왜 아이에게 그 정도 밖에 말을 못합니까?" 부모: "저도 나름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요." 나: "그 정도를 노력이라고 해서야 아이가 달라지겠어요?" 부모: (이 의사 정말 짜증나네.)
(ㅋㅋㅋㅋㅋㅋ)
부모는 아이가 열심히 하길 원해 자극을 줍니다. 이미 나쁜 성적이란 상처를 입은 아이는 부모의 채찍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자존감이 낮으니 방어에만 급급합니다. 그래서 꺼낸 게 자기보다 못하는 아이 이야기. 이 상태라면 건설적인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아이의 상처를 보듬으세요. 마음이 편해져야 잘못을 인정합니다. 다시 한번 시작할 마음도 갖게됩니다. "너도 속상하겠다. 잘 하려 했는데." 엄마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숙일겁니다. "실망마. 또 한 번 해보는 거야." 아이 마음에 시동이 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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