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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누군가를 위한 기록

  • 오로라공쥬
  • |
  • 2015-03-06
0

드뎌 <이기적 유전자>와 <로마인이야기 2권>을 끝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로마인 이야기 2

 

사실 별로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너무 질질 끌었어요.

(초등 입학이라는 관문에 엄마가 오히려 더 긴장을 해서 책이고 뭐고 손에 잡히질 않더라구요.

드뎌 초등학생 엄마가 되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이기적 유전자 함 읽어볼만 해요.

<한니발 전쟁>은 정말 예술적인 전쟁기록서네요.

학교 다닐때 포에니 전쟁이라는 짧은 서술에 불과한 이야기를

500페이지 가까운 양으로 읽으면서 결국은 책이 답이구나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제 머리속에 알프스를 넘고 적국에서 구군분투하는 한니발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그래서 더욱 고독한 사나이 한니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아이의 머리속에도 그러한 그림을 그려주기 위함입니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 아이의 손에 <로마인이야기>를 쥐어줄 생각입니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하는 늦은 밤 맥주타임 때 갑자기 남편은 생뚱맞게 한 마디를 합니다.

 

"결국 우리집은 당신 뜻대로 다 되었군. 그렇지?"

 

눈이 동그레진 저는 바로 반박을 합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맨날 자기보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라고 해서 그렇게 늦게 오는거야?

주말마다 혼자 백팩킹 가서 실컷 놀고 다니면서 뭐가 다 내 맘대로라는 거야?"

 

"캠핑을 시작하자고 한것도 자기잖아. 겨울이라 춥다고 안 따라오니까 나 혼자 가는거고.

혼자 산 꼭대기에서 별자리 보는 것도 다 자기가 온 집 안에 태양계랑 별자리 포스터 붙여놓고

애한테 맨날 그런거 가르치니까 나도 서당개 풍월을 읊듯이 관심을 갖게 된거고."

 

곰곰히 듣고 보니 맞는 말도 같습니다.

 

요즘 남편은 하늘에 빠져서 별자리를 보거나 우주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긴 내 교육의 효과는 작은 아들에게서 빛을 보지 못하고 큰 아들에게서 빛을 보는 느낌이야.

이제는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전문가가 되어가는 듯해."

 

남편은 엊그제 밤에도 아들을 꼬셔서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아들,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은 날은 하늘이 맑아서 별이 잘 보여.

아빠랑 옥상에 가서 별구경하고 오자."

 

이틀 전에는 갑자기 꽃샘추위로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날씨라 아들은 춥기도 하고

좀 귀찮은 모양이지만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같이 옥상에 다녀왔습니다.

별자리 앱과 함께 옥상에서 본 별자리를 보고 둘이 한참을 킬킬댑니다.

 

놀랍게도 아이를 가르치면서 얻은 효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직접 이 과학 공부에 뛰어든거지요.

어설픈 엄마보다 더 학구열에 불타서 집에선 온통 우주에 관한 이야기뿐입니다.

엄마는 이제 과학은 살짝 손에 놓아도 잘 굴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올해의 목표로 다가가야겠지요?

 

먼저 지금까지 아이와 함게 읽어온 책을 정리해보면

1-2세는 사물인지,

3세경에 창작동화

4세경엔 전래동화

5세경엔 세계명작

6세경엔 원서베스트셀러 한글판

7세경엔 국사, 과학책을 주로 읽었던것 같습니다.

(영어는 4세경부터 꾸준히 그러나 찔끔 해오고 있으나 그리 괄목한 성과는 보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계속 하다 보면 그래도 조금씩 늘기는 하겠지요.)

 

1-3세까지는 그냥 책만 읽어주는 것이었기에 별로 깊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4세경 전래부터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이런 잔인한 얘기를 아이에게 들려줘도 되는걸까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조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오히려 밤마다 귀신얘기, 옛날 얘기를 들려주면서 전래에 빠지는 것을 독려했습니다.

5세경 세계명작도 잔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옆에서 듣던 남편이 이 동화들은 피를 보지 않으면 끝나질 않는군 할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어찌어찌 밀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잔인해졌냐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겁이 많고 소심한 이유는 오히려 인런 권선징악에 대한 부작용이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아직도 온 방에 불을 켜야만 움직이고, 화장실 문도 못 닫습니다.

혼자 집 앞의 수퍼에도 가지 못하고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고 간 동안 문 앞에서

서성이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성화일때도 많습니다.

6세경은 쑥에서 소개한 원서의 한글판을 미친듯이 읽었습니다.

로스트, 잭파일, 호리드헨리, 매직트리하우스, 프레니 등등

원서를 읽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수준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2-3년 뒤

대충 내용이 기억날 것이므로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억이 너무 잘나면 또 안 읽을것 같아 6세경이 맞다고 생각했고,

원서는 8-9세에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 수준으로는 올해 들어가지 못할듯 싶습니다.

7세경부터는 본격적인 학습적인 내용의 책으로 들어갑니다.

용선생을 주교재로 사용하는 1년짜리 패키지 한국사를 들었고,

엄마와 함께 생물, 지구과학, 물리, 화학 맛보기를 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돌가루를 휘날리며 함께 했습니다.

나이 마흔 즈음에 새로운 분야를 아무리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이라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어렵지만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아이가 앞으로 접하고 겪게 될 상황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8세인 지금은 수학과 세계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입니다.

올해 <로마인 이야기>를 집은 이유는 아이와의 올 해 목표가 세계사진입이었기 때문에

제가 미리 도움이 되고자 공부를 해 두기 위함이었습니다.

1권은 좀 지루한데 비해 2권을 읽으니 이제 확실히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라는 두 사내가 제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아이와 앞으로 함께할  세계사에 기대가 됩니다.

 

저의 이러한 기록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과학동화를 읽어줄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미술사를 가르칠때도 엄마는 먼저 몇 배나 더 많은 양을 읽었고

세계사를 가르칠때는 먼저 로마사를 집어 드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아마도 이런 독특한(?) 취미를 가진 시간 널널한 아줌마는 흔하지 않겠지요.

근데 말예요.

이 외로운 아줌마는 어딘가의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것만 같습니다.

저는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합니다.

잠시 고민했지만 쑥에서 요청한 칼럼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육아에 관심을 갖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자연히 사장되겠지요.^^ 그러니 창피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요?^^

 

벌려놓은 공부는 많은데 다 깊이가 없어요.

미술사도 하다 말고, 과학도 아직도 수박 겉핥기이고

이제 수학과 세계사까지 손을 대니 해야할 공부는 많고

능력은 부족하니 깊이는 아들래미에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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