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의 부모가 피해 학생을 탓하면서 함부로 대해요.
미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학교를 다니고 또 성인이 되어 학교 선생님으로 오래 일한 사람으로서,
특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가해 학생의 부모나 학교에 찾아와 담임선생님이나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까지 행패를 부린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물론 학교에서 한 사람이 스스로의 의지로 행하는 일들을 사전에 전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뒤에도 강력히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접할 때는 저 또한 같은 선생님 입장에서 힘이 빠질 정도입니다. 그러니 직접 이런 상황을 겪은 선생님이나 옆에서 지켜본 동료 선생님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더불어 더 큰 걱정은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피해를 입은 학생과 그 부모는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의 마음속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하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의 부모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을 테고, 또 부모로서 자식을 보호할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자식이 다른 집 귀한 아이를 괴롭히며 마음에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는데, 학교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언쟁이나 싸움을 수도 없이 접하게 됩니다. 이 경우 선생님은 양쪽 입장을 충분히 들어본 뒤에 가능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학생들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왕따의 경우는 학생들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한 다툼이 아닙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히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는 형태로, 대부분의 경우에 잘못한 가해자와 잘못이 없는 피해자가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가해 학생이 자신의 언행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학생에게 고통과 아픔을 안긴 사실을 인정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더불어 앞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명확히 구분되는 상황에서도 가해 학생의 잘잘못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가해 학생의 잘못을 보면서도 모른 척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스스로 선생님이기를 포기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나 그 부모가 되레 큰소리를 치면서 피해 학생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답답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한국 교육 현장의 현실이 더 이상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할 말을 마음 놓고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또 선생님이 가해 학생을 온전한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좀 더 당당하고 힘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육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회와 학교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마음 아픈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하면서 그 책임이 교사 자신들에게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교사 스스로 교권을 내팽개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우리의 교권은 우리 스스로가 용기를 내어 ‘해야 할 말’을 하고 ‘내야 할 목소리’를 낼 때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막기 위해서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과 교감, 그리고 각 지역의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사의 역할은 양심을 거스르지 않고 학생들을 올바로 가르치되, 왕 따와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요청하고 함께 의논하는 것, 이 정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가해 학생 부모의 비합리적인 언행을 감당해야 부담을 선생님 개개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학교와 교육청차원에서 확고한 방침을 마련하고 한 목소리로 선생님을 지지하고 성원해야 합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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