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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박사(그냥 아들얘기^^)

  • 후형맘
  • |
  • 2010-02-19
11

 

 이 곳 쑥쑥은 한때 제게 엄친아들의 집합소인것만 같아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근데 시간이 가고 이런아이 저런아이 두루 글로나마 접하다보니 또 그렇게 먼 곳도 아니더라구요...ㅋㅋ

 봄방학 맞은 초1아들(올초2)과 단둘이(나름 호젓하게) 보내는 오늘입니다.

 그냥 이런저런 아이중에 저희 같은 아이도 있다는 얘기( 한마디로 수다..ㅋㅋ) 한번 해보려구요.

 

엊그제 고모부께 선물 받은 건담을 요며칠 들입다 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세번째 건담이어서인지 여유를 부리면서 하고 있네요. 첫 작품은 아주 밥만 먹으면 하루 죙일 들여다 봤습니다.

그러다 오늘치 집중듣기를 하는데 두권만 하고 세번째 책은 하기 싫은지 점심으로 차려먹은 떡국을 앞두고

집중듣기 마지막 한권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엄마, 엄마는 내가 웃음을 잃지 않는게 중요해? 집중듣기가 더 중요해?

-내가 웃음을 잃으면 엄마가 웃음을 잃을 테고 엄마가 웃음을 잃으면 아빠가 웃음을 잃고

 그럼 우리가족 모두 웃음을 잃으니 신형(동생)이도 웃음을 잃을꺼고 그럼 우리 가족 전체가 웃음을

 잃으니 우리와 친한 가족들이 웃음을 잃고,..  그리고 우리는 모르지만 그 가족과 친한 또 다른 가족이

 웃음을 잃을 테고.. 그렇게 가다 이 지구의 절반이 웃음을 잃으면 생태계가 웃음이 사라져서 무너지고..

 (이쯤에서 웃어주었습니다..ㅋㅋ).. 그럴텐데..

 내가 웃음을 잃는게 중요해 아니면 집중듣기가 중요해?

.....

....

...

계속 무슨 말을 더 했으나 다 기억못함..

-그렇지만 지금은 집중듣기가 필요하니까 그냥 내가 집중듣기할께.

 

이렇게 끝을 맺더니 떡국 한입뜨다 국을 엎습니다.(;;)~~~.. 암요~~..ㅋㅋ

새로 산 식탁과 가죽 의자위에 떡국 국물이 보이지만 꾹 눌러 참지요.

- 어? 엄마 화  많이 났죠? 근데 내가 이렇게 휙~ 해서 바지만 젖고 웃도리는 안젖고.. .....  ....어쩌고 저쩌

  고....

그러고 씻으러 샤워부스로 들어가서 또 연수기에 달린 연수와 경수 써진걸보고 연수와 경수에 대해 한참 늘어 놓습니다.

 

오늘은 제가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관계로 큰 소리 한번 안나고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이 됬으나..

또 어쩔땐 등짝한 대 맞았야 쓰겄구나~~.. 함서 달려가는 수양이 덜된 에미입니다...

 

다른데 나가선 그다지 말이 없는 편인데 집에 와선 본인이 뭔가에 몰두할때를 빼면 주로 무슨 얘기인가를 만들어서 해주곤 하는데.. 주로 외계인에 관한 것들,, 본인이 읽은 책에 관한 것들(짬뽕해서 ㅋ ).. 가끔은 가슴 뭉클한 말도 하고.. 또 어쩔땐 에미가슴에 비수를 꽂기도 하고..ㅋㅋ

 

1학년 담임샘이 60다된 여선생님이셨는데 박사나 판사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시는 분이셨답니다.

가령 독서록에 영어 책을 잔뜩 써가지고 가면 '영어박사 되겄네~'..ㅋㅋ..

언젠가 공개수업때 두더지 며느리감찾기로 수업을 하시는데 수업을 정리하며

'여러분은 어떤 신랑이나 신부랑 결혼할꺼예요' 하시는 질문에

반 아이 절반이 넘게 '부잣집 아가씨요', '부잣집 아들이요'...  발표를 해서 선생님이 난감해 하실때

큰아들램 '지혜로운 아가씨요' 라고 발표해 선생님 맘에 들었었는데

왠걸 시험성적이 그닥 맘에 들게끔(올백)이 나오지 않자...갸우뚱하시었었죠..

본인이 시험보기 싫을땐 마구마구 틀려주는 센스..

엊그제 아이일기장에 써주시길

'신후엄마, 신후가 일기를 너무 잘써서 감동했어요.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상으로 00를 주었어요.

 신후는 특별한 박사가 되려나봐요'

이 글귀를 보고 어찌나 웃었는지...  ㅎㅎㅎ...

독후화나 일기 편지등을 곧잘 쓰는 아들을 보고

박사좋아하시는 예순의 선생님께 특별한 박사가 되려나 보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더라구요.

 

많이 느리고 엉뚱하고.. 항상 뭔가를 잊고 다니는 울 아들램 1학년 첨들어갈때 엄청 걱정 많이 했는데..

신후는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을 개인 수업하시는 선생님들마다 하시는 통에 첨엔 나이든 전형적인 선생님이 담임샘이 되어 너무나 걱정했지만 1년을 지낸 후 듣게 된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나 따뜻해 저야 말로 감동했답니다.

 

신학기고 또 처음 초등학교 보내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저희 애 같은 아이도 학교가서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친한 친구도 생기고 다 적응 하더라구요.

요즘 올라오는 덤보엄마님 글처럼 엄마는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게 최고구나... 싶은게..~~~

봄방학 잘 보내시고..

집듣반도 끝나고 수다에 목마른 한 아줌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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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쟁이맘
  • |
  • 2010-02-22 09:54
답댓글

후형맘님 반갑습니다.

댓글로 여러번 뵈었죠?

 

아드님 이야기를 읽어보니 어쩌면 저희 큰애랑 비슷한지 깜짝 놀랬어요. ^^

저도 어제 책을 읽어주는데 '헤라클레스'란 단어가 나오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헤라클레스 책을 빼오는 거에요.

단어를 들으면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걸 참을수가 없나봐요.

 

덕분에 책을 읽어주며 주변 지식을 곁가지로 쳐가면서

함께 읽어주는 효과는 있지만(나름대로 상식은 풍부한 편이에요)

사실 이런 태도는 학교에서 원하는 학습을 할때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지요.

자꾸 원래 목표를 잊어버리고 주변으로 헤매게 되니까요.. ^^;;

 

이런 아이한테 인내심을 발휘해서 원래의 목표를 상기시키는게 참 힘들더군요.

 

그래도 엄마니까 이렇게 하지 누가 이렇게 기다려주고 이해해줄까 싶어서

저도 여러번 마음 다스리며 도를 닦는답니다.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여러가지 마음이 심란한데

님의 경험담이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상상력이 풍부한 아드님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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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형맘
  • |
  • 2010-02-22 16:13
반가워요~~^^ 개구쟁이맘님
레포트 쓰듯 올려주시던 개구쟁이맘님의 글들 접하며 노력하는 모습에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었더랬어요. 그런 스승님(ㅋㅋ..) 같은 분께 1년 먼저 가고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주었다니 저야 말로 기쁘네요^^
학교에 가보니 아이들중에서도 공부잘 하고 선생님께 칭찬 많이 받는 아이들이 인기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아이들과 선생님께 모두 인정 받는 아이는 기본 성품이 바르게 된 아이더라구요. 아이들의 눈에도 그런것이 보이는걸 보고 다컸네~.. 싶었답니다.(저희애 반에서 인기있는 아이들을 보니..)
개구쟁이맘님 아드님도 이리 반듯한 엄마를 닮았다면 어디가서도 잘 적응하고 인기 독차지 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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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원
  • |
  • 2010-02-19 23:51
답댓글

후형맘님, 안녕하셨어요? ^^

신후...근사한 이름이네요. 드라마 주인공 같아요.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아이 같아요.

아이가 보여주는 신통한 모습들...정말 특 별 한 박사님이 되겠는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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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형맘
  • |
  • 2010-02-20 09:21
아이가 태어나기전 꼭 아이이름에 '두터울 후'자르 쓰고 싶었었드랬죠. 그리고 '믿을 신'자를 좋아하던 제가 조합시켜서 지었답니다. 아버님께서도 몇개 지어주셨었는데 '동철이, 상범이..ㅋㅋㅋㅋ'.....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품었다기 보담...그냥 부모가 어찌 (양육자의 태도나 아이에 맞는 양육방식ㅋ)하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아이인거 같단 생각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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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리사
  • |
  • 2010-02-19 23:50
답댓글

 지나가다 저도 수다 떨고 싶어 낍니다. ^^

 

 제가 미드 '보스턴 리갈' 좋아하거든요. 아이 자면 혼자서 봤는데요.. 얼마전에 미국 친구가 놀러왔길래 같이 봤어요. 그 친구는 '앨리 맥빌'  좋아했다고.. 모두 로펌 배경이고, 디렉터가 같은 사람이지요. 미셸 파이퍼랑 결혼했고..

 

  어쨌든,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해서 제가 검열하면서 몇 편을 함께 봤어요. 주인공 이름도 다 외우고, 웃긴, 기억에 남는 대사도 따라하고 .. 보스턴이 어디있는지도 물어보고, 하버드 법대 이야기도 하고, 왜 고소를 당한건지, 어떻게 변론을 했는지 , 말을 저렇게 빨리 하는데 판사가 어떻게 다 알아듣는지, .. 아이가 참 재미있어 합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밥 먹다가,  나쁜 일을 많이 했는데, 변호사가 변호를 너무 잘해서 벌을 안 받으면, 그건 너무한 거 같다고 그러네요.. 그럴 경우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변호를 잘 못해야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고 설명을 하긴 했는데요..

초등학생 정도면 뭐가 옳고 틀리다는 것은 판단이 된다고 봐요. 다만 사회가 항상 정의롭지만은 않으니.. 그것이 문제겠지요. 그럴땐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고민도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랑 결혼하는 걸 원하나 봐요.. 영악한 것들..ㅋㅋ.  집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시는건지..좀 씁쓸하네요. 에공 ~~ 돈 많이 벌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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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형맘
  • |
  • 2010-02-20 09:15
이리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멜리사님 영국 계시나봐요.
전 영국식 발음이 좋더라구요. ..(영어는 잘 못하지만ㅋㅋ) 탁탁 끊어지며 맺는 그 경쾌함이 좋아서요. 보스턴 리갈을 좋아하시나봐요. 전 앨리 맥빌..ㅋㅋ
아드님과의 대화를 보니 저도 걱정 되네요. 사회가 항상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찌 알려줄까나..
사회가 때론 옳은 자들의 손을 들어 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것.. 옳고 그름에 대해 사회와 다수가 인정하는 것이 항상 맞을 수는 없으니 사람은 각자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말해주지 않을까.. 싶네요..헥헥....
멜리사님 너무 어려운 주제를 주셨어요..ㅋㅋ.. 저까지 고민하게 만드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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