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게으른 엄마에 영어는 수능 이후로 공부한 적이 없는 영어엔 정말 좌절스런 엄마입니다.
아이 30개월경에 영어로 샬라 거리는 아이 친구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처음 영어를 해 주겠다고 나섰을 때 의욕만 앞섰네요. 영어 처음 하는 아이들의 교과서인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그 뜻도 하나하나 해석해 읽을려니 잘 안되고 참 힘들더군요. ㅜ.ㅜ 제 수준이 그렇습니다.
그때 해석해주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 해석은 해주지 않고 단어는 그림을 짚어주고 동사는 몸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치만 그 짓을 오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게을렀으니까요.
그냥 테잎 틀어주고 책장만 넘겨주고, 영어 초창기에 한창 좋아했던 ort 2-4 단계는 그때는(3년전) 테잎이 없어서 제가 무식하게 읽어줬는데 아이가 책을 통으로 외우더라고요. (오알티는 정말 영어에 재미를 붙여준 효자책입니다. 9단계까지 했는데 그 다음이 없다고 하니 아이가 어찌나 속상해하던지. 5단계 이후 진행할땐 시디가 나와서 천만다행이었죠. ㅎㅎㅎ)
외워서 기쁘기는 했지만 발음이 딱 제 발음 인거에요. OTL
그래서 그 이후로는 오디오 있는 책만 사서 그냥 페이지만 넘겨줬지요. 가끔 심심하면 소리에 맞는 그림 짚어주는 정도로요. 문장 해석은 네버!
그러다가 아이가 혼자 페이지를 알아서 잘 넘기게 될때부터 그냥 책만 던져주고 오디오만 틀어주곤 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그렇게 영어책 보는 걸 아주 좋아했지요. 비디오도 하루에 40분 정도씩 꾸준히 봤구요.
이때쯤에 영어책만 좋아해서 한글책은 잘 안보던, 한편으로는 좀 아쉬움이 남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 아이가 물어보는 단어만 간신히 설명해주는 정도였습니다.
가끔씩 흘려듣기로 틀어놓은 오디오의 소리를 제가 물어봤습니다.
“how did I know?"라고 나오는데 그게 뭔 말이야.
“나도 몰라~~~” 뜻이지.
“why don't you help us?" 이건 뭔 말이야?
“우리 도와주라” 뜻이야.
제가 해석하는 것과 다르게 아이는 문맥에 맞춰서 아주 이쁘게 뜻을 해석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내가 어떻게 알겠니? 우리 도와 주는게 어때? 라고 배우곤 했는데... 뭐든 아이는 의역해서 그 상황에 맞게 알아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는 7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물어오는 단어가 대부분 제가 모르는 단어입니다. 발음으로 얘기하니 더구나 전 완전 슬프지요. 어디서 나왔냐고 디비디를 찾아보며 책을 찾아서 글자를 확인 하고 사전을 찾아야 뜻을 알려줄 수 있는 지경이 됐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고백했습니다. 이제 너가 엄마를 가르쳐줘야 한다고요. 참 뻔뻔한 엄마지요.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서 ...
사설이 길었습니다.
얼마전 아이가 이큐의 천재들의 불가능은 없어씨를 읽더군요.
한번 읽고는 너무나 재밌다며 (5세부터 제가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한번 더 읽겠다고 하더군요.
한번 더 읽을 때는..
불가능없어씨는 아주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mr impossible could do the most amazing things
예를 들어, 그는 지붕 위를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for instance, mr impossible could jump over a house
여러분도 한번 해보겠어요.
you try it
물론 불가능하지요.
it's impossible!
불가능없어씨는 자신의 몸이 안보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mr impossible could make himself invisible.
그저 가만히 서서 안 보이게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되었습니다.
all he had to do was stand there and think about becoming invisible, and he became invisible.
이러고 읽고 있는 겁니다. 영어책도 최근에 읽었는데 영어로 문장을 기억해서 한글책 한 줄을 읽고 생각나는 영어를 저렇게 좔좔 거리면서 몇 페이지를 읽네요.
그때 완전 놀라서 제가 방방 뜬 기억이 있네요. ^ ^
아, 한글책으로 있는 것도 영어로 보여주면 좋겠구나...
(저 이큐의 천재들 영어버전은 지인에게 빌린 책입니다. 너무 재밌다고 영어책으로도 사달라고 하는 걸 안 된다고 했지요. )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반복의 힘이라는 게 결국 많이 들어서 외웠다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실 분 계실 것 같애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이 다음부터에요.
작년부터 리틀팍스를 했지만 그때는 정말 하는둥 마는둥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어서 그게 일주일에 한 개씩 계속 업데이트가 되는 바람에 끊지도 못하고 1년을 넘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올 5월에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에 한 시간씩 꼭 하기로 아이와 약속을 하고 그때부터 날마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6월말경부터 0단계부터 하루에 8개의 동화를 아이에게 읽기를 시켰습니다.
아이는 3, 4단계를 마음대로 보는 것 1시간, 그리고 저와 한번 듣고 따라 읽기를 진행해왔던 겁니다.
그러다가 이번 주부터 wind in the willows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아이가 엄청 좋아했던 동화지요.
한 페이지당 문장은 4줄 정도 되는데 그것을 아이는 또 싸그리 외웠더군요. 어찌나 반복을 많이 했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 외웠네요.
원래는 한번 쫙 듣고 한줄 한줄 다시 들으면서 따라 읽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이 동화는 한번 쫙 듣고 외우고 있어서 글씨와 맞춰가면서 읽기를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잘 모르는 단어, 아이가 모를 것 같은 단어들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물어본 단어는 hollow, stare, snuggle, wick, ditch, bet, grumble 등등이었습니다. 해석도 좀 시켰구요. 문장으로는 거의 다 알고 있고 단어도 물어보는 즉시 예쁜 답을 내놓네요.
(저는 맞나 안 맞나 찾아보았습니다. ㅎㅎㅎ)
“맞아. 맞는데 엄마는 왜 보캐보리를 찾는거야? 내 말이 맞는데”
그전 책 읽기 할 때는 물어보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고 그래서 어느정도 알고있나 확인 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책 읽기도 싫어할까봐 차마 안 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자신감에 차서 엄마보다 더 영어고수의 입장에서 알려주네요.
그리고 같은 단어라도 문장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표현으로 쓰이는 것도 아이는 문장을 통으로 이해함으로써 그것도 제대로 알고 있더라구요. (keep 같은 단어들이요.)
이 시리즈가 약 10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한 에피당 2분씩 약 200분 가량을 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윗단계 동화들도 이 동화만큼 반복을 많이 했으니 그것들도 거의 다 외우고 있다는 뜻이며, 단어까지도 거의 자기 스스로 파악을 하고 있는 거 같더군요.
며칠전엔 6단계의 허클베리핀 시리즈를 보더라구요. 이틀동안 걸쳐서 끝까지 다 보더니 너무너무 재밌다고.
얼마나 알겠냐니까 모르는 단어도 조금 나오는데 그래도 대충 알겠어.
참,,, 톰소여도 있던데 그것도 보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아직 못 보여줬네요. 톰소여에 허클베리핀이 나오니까 더 재미있을텐데.
(제가 어릴적 캔디보다 톰소여의 모험을 더 좋아했네요. ㅎㅎㅎ)
어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저는 완전히 제 아들에게 무릎 꿇었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졌다. 엄마에게 갈켜주라~~~ ”
책은 아직 챕터북으로 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올봄까지 어스본과 네이트, 아이캔리드 2단계, 아서 어드벤처, 큐어리어스 조지, 매직스쿨버스, 베렌스타인베어, 배오영으로 진행을 하다가 챕터북으로 진행을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제가 챕터북 해 주면서 옆에 앉아서 차근차근 설명해 줄 수가 없어서 (직장맘 + 짧은 영어실력으로...)
니 혼자 하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얌~~ 하고 리틀팍스에서 그림이 상세하게 나오니 그걸 보면서, 너 혼자 챕터북 공부할 준비를 하라고 방치 했는데, 아이는 엄마의 의도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네요.
그리고 아직 7세인지라 그림책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글책도 그림 없는 책은 제가 읽어주지만 아이가 읽는 책은 그림책이 대부분입니다. 그림책 아니면 그림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책을 읽게 하고 있지요. 워낙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고 그림 보느라 글씨는 전혀 보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요.
지금 아니면 이렇게 이쁜 책들을 언제 읽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 도서관이며 서점에 가면 미쳐 못 읽은 7세 수준에 맞는 책들을 한아름씩 꺼내서 읽고, 또 빌려오네요.
한글도 늦게 떼서 본격적으로 한글책을 읽기 시작한 게 올 5월쯤이었던거 같은데, 몇 달만에 엄마의 읽기 속도를 따라 잡았네요.
요즘 매번, 정말 읽은 거냐고 글씨 빼먹고 읽은거 아니냐고 물어볼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어도 천천히 꾹꾹 밟으면서 갈려구요. 기초가 튼튼하고 넓을수록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그냥 이렇게 저는 계속 영어는 아이 뒤를 따라가렵니다. 영어 읽기도 어느날 저보다 더 잘 할 날이 금새 올거라 믿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눈치 채셨겠지만,
저처럼 영어가 부족하신 분들은 그냥 아이에게 맡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책이랑 오디오, 비디오는 열심히 갖춰주시면서요. ^ ^
아이 혼자 깨달은 단어의 뜻. 혼자서 유추한, 직역이 아닌 의역이 된 부드러운 문장들이 어쩜 더 큰 힘을 발휘할지 모를 일이잖아요.
말하기는,,,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일주일에 한번정도 외국인이 오나봅니다. 그 일대(목동)가 영어학원이 워낙 많아서 발에 걸리는 게 외국인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대화 좀 해보라고 했더니 어느 날,
“엄마, 그 흑인 아줌마는 hello 밖에 모르나봐. 내가 영어로 헬로우 하고 어디서 왔냐고, 난 이름이 **인데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도 그냥 웃으면서 헬로우만 해. 에잇. 다음에 또 말 해볼까?”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낼줄 알고, 외국인을 겁내지 않는 정도.
친구들이 미국아이 같다고 했다는 군요.
이런 이런 말을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면 바로바로 영어로 알려주는 아이, 이 정도 딱 이 정도이지만 이게 거의 아이 혼자 이룩한 거라고 생각하니 더 기특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이런 글은 유게에 올려야 되는데 제가 올부터 쑥쑥에 드나들면서 초게에서 눈팅하는지라, 저보다 선배님들만 계신 곳이지만 그래도 혹시 도움 되실 분이 계실까 싶어 친숙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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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