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도
저는 지금도 키가 작은 축에 속하지만, 어린 초등학생 시절에는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도 키가 많이 작았습니다. 다행히 중학교에 들어가며 그나마 키가 조금 자라 지금에 키가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자랑 같기는 하지만 작은 키 덕에 반에서 늘1번, 2번 자리를 유지하던 저였지만, 반의 회장 자리를 놓쳐 본 적이 거의 없었고, 공부도 그리 못하는 편은 아니어서 였는지 작은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콤플렉스를 특별히 느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네 아이 중 막내인 주희는 유달리 아빠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는지 제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편입니다. 불과 2-3년전 까지만 해도 작은 키의 막내딸이 마냥 귀엽고 앙증맞기까지 하다는 생각이었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좀처럼 더 크지 않는 딸아이를 보며 왠지 모르게 조바심이 나는걸 보면 저도 영락없는 아빠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나마 키가 작은 주희는 학교에서 회장선거를 나가겠다며 캠페인을 하고 다니고, 친구들도 키가 자기보다 한 뺌 이상씩은 더 큰 미국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걸 보며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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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 키 작은 사람은 루저(Loser)취급을 받고, 직종에 따라서는 최소 신장 제한까지 있다고 하니 키 작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키도 그렇지만, 얼굴 외모 또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중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성형외과들이 길 하나에도 수십 개씩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고, 한 해에 이런 성형외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웬만한 기업에 부럽지 않을 정도로라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대학 입학 선물로 부모들에게 요구하는 희망 선물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쌍꺼풀 수술, 코 높이는 수술, 턱을 깎는 수술 등이라고 하니 더는 이사회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학생들과 일상을 같이 하는 저도 여름 방학 기간 한국에 계신 친척을 방문하고 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갔다가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 중 한둘은 거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던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으니, 외모 최상주의는 이제 더 이상 한국만이 아닌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에 까지도 만연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다 용서가 돼도 못생긴 건 용서가 안 된다.’라는 식의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받고, ‘예쁘기만 하면 모든 게 오케이’라고 하는 요즘 세상에서 평범함 외모를 지닌 우리 어린 자녀들이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자부심, 긍지를 살아가기란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외모 최상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었는지, 또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가 없으나, TV등을 통해 자주 접하는 어린 유명가수들이나 그 외 연예인들의 서양인보다 오히려 더 오똑한코, 주먹만한 얼굴, 뭔가 어색한 쌍꺼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자신 딸들을 키우고 있고, 또 수많은 여학생들을 대해야 하는 선생님으로서 조금은 입맛이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으로 만연된 외모지상주의 영향으로 자신의 외모에 만족

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학생들, 돈을 모아 어떻게든 성형수술을 할거라며 온통 모든 전신을 성형수술을 위한 돈 모으기에 집중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는 씁쓸한 이상의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됩니다.
물론 더 예뻐지고 멋지게 보이려는 어찌 보면 우리 인간들의 원초적 본능(?) 을 탓할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자녀가 외모보다 우선 내면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가꾸고, 매사에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아쉽습니다.
청소년기의 어린 학생들만이 아닌 대학교에 재학하는 성인에 가까운 자녀조차도 가장 큰 고민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부족한 외모와 관련된 것이라고 하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녀가 어린 나이 때부터 야단보다는 잘하는 일에 한껏 창찬을 아끼지 않는 것, 실수를 지적하되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농담이나 무의식 중에라도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삼가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자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 주는 것.
이런 작은 일들 한가지 한가지 모두 우리가 낳아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내면적인 당당함과 자부심으로 이세상을 살아 나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방법이고, 이것 또한 우리 부모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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