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5학년인데 영어를 수학만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쑥숙을 알게 된 것도
이런 아들 때문에 고민하다 발견하게 된 거구요.
억지로 책이라도 읽힐라치면 모르는 단어 나오면 지가 찾지 않고
엄마한테 묻고, 엄마도 대답해주다 못해줄 때 짜증이 나서 한 소리 하면
책 집어던지고 지 방으로 들어가버리곤 하는 아들입니다.
그러니 쑥쑥의 우수한 아이들처럼 책을 몇 백권, 천권 읽힌다는 것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로 치부하고 살고 있습니다. 학원도 안 보내면서 그렇다고 제대로 치밀하게 계획표를 짜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급한 일 있으면 미뤄지거나 빼먹고 하는 그런 무늬만 엄마표 영어를
쭉 해오고 있습니다.
올 2월 리딩타운 무료테스트에서 3c가 나오더군요. 이렇게 설렁설렁 해도 아주 엉터리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쑥쑥의 어마어마한 엄친아들과 비교하면 쨉도 안되는 실력이지만 그간 해온 과정을 생각함녀 이만만 해도 훌륭하다 싶었습니다.
어제 갑자기 레벨 테스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아들은, 엄마~~ 돈 들잖아. 무료로 할 때 보자~~ 하면서 애교를 떨었지만,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시켰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른 때와는 달리 뒤에서 지켜보지 않고 제 일 하고요. 다 끝나자 아이가 5A가 나왔다고 알리네요.
채 석 달도 안돼서 3C에서 5A로 급상승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보들레어 형제 덕분이었습니다. 올 겨울방학 때 아서챕터북을 하다가 새학기 시작되면서 unfortunate events 시리즈로 살짝 분위기 전환을 시켰었습니다. 아서 챕터북은 의외로 구어 표현들과 짱짱한 숙어들이 쉽지가 않았고, 한 챕터 끝날 때마다 제가 내용확인 질문들을 하고 엉터리 영어로라도 답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리내서 읽게 했습니다. 이러면서 한 15권 정도 지지부진하고 있는데, 딸이 어릴 때 이 unfortunate events를 무척 좋아하던 것이 생각이 났고, 누나도 권하기에 cd를 사서 이른바 집중듣기에 들어갔습니다. 워낙 재미있는 내용이다 보니 아이도 푹 스토리에 빠져서 어떤 날은 한 권을 다 듣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렇게 해서 13권을 한 달이 더 걸려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서챕터북도 접고, 다른 것 아무 것도 안했어요.
결국 레벨 급상승의 공은 불행한 보들레어 형제에게 있었던 거죠.ㅎㅎㅎ 작가 레모니 스니켓에게 감사 감사. 이제 슬슬 안 읽은 로알드 달 책들, 해리 포터도 섭렵을 해야겠지요. 참, 이렇게 이 시리즈를 다 마치고 나자 아서 챕터북을 쉬워하더군요. 아서책도 이제 내용확인은 안하고 듣고 소리내 읽게 하고 설렁설렁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겨울 방학 쯤 그 유명한, 이 시골에도 있는 c 학원에 보내면 비용대비 수업효과 확실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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