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때 누가 가르쳐준적도 없는데 그림을 너무 잘 그렸습니다.
10살 무렵, 당시 유치원생이던 제 동생을 연필로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신 친척 어르신이 우리 엄마께
<왜 xx이(내 동생 이름) 초상화를 돈주고 화가에게 그렸나?>라고 물으셨습니다.
사물을 사진처럼 그리는 재주뿐만 아니라,
같은 풍경이라도 따뜻하게, 쓸쓸하게 또는 경쾌하게 자유자재로 그리는 능력도 있었지요.
우리 부모님은 너무 고지식하셔서 미대는 바람든 인간들이 가는 곳이라고 믿으시며,
미대를 가고 싶으니 화실에 보내달라는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제가 너무 착했고,
둘째로는 제가 공부를 못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그 당시의 부모 세대들은 미대는 공부 못해야 가는곳이라고 생각하셨어요. 물론 틀린 생각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 은행원, 약사//이렇게 3가지 중의 하나로 진로를 정해주셨습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학과 성적에 연연하는 중고등 시절을 보내면서
저는 <한국을 빛낼 소중하고 훌륭한 화가>가 확실히 될수 있으니 제발 그 길로 나아가달라는
제 영혼의 아픈 울음소리를 매일매일 들어야했습니다.
외우고 암기하고 문제풀고 잠못자는 고통보다
그 소리를 외면하며 못들은척 해야하는 고통이 수십배 수천배 더 컸습니다.
엄마가 아빠몰래 1년간 화실을 보내주었었는데, 성적이 떨어지면 아빠에게 들킬까봐
그닥 좋지도 않은 머리로 저는 정말 좋은 성적을 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구구단을 초등 5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외우는 등,
수학 바보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숫자에 약했었는데
화실을 다니던 1년동안 수학성적마저 반에서 손꼽을정도였으니
제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었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부모에게 자녀의 재능을 알아보는 힘이 있으려면
일단 부모부터 편견이 없어야 합니다.
온 영혼을 통해 외치는 그 소리를 부모도 들을 수 있으려면
부모 마음속에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나도 남들에게 내 자식이 이렇다고 자랑하고 싶어, 나도 자식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어 강연도 하고, 책도 내고 인터뷰도 하고 싶어,
그러려면 우리 아이가 이런이런 경로를 거쳐 이런이런 학교에 가줘야겠지,
그런 경로를 거쳐 그런 학교에 간 아이들이 지금 이 나이에 이러저러 했었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우리애는 이만큼 늦었고, 저건 저만큼 모자라구나...... 라는 저울질과 계획으로
부모 마음이 분주하고 바쁘고 꽉차있다면,
십중팔구 영혼의 소리를 못듣거나, 오해하여 듣겠죠.
자녀가 잘 하는 부분이 자녀의 진로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신의 고마운 표시라면,
자녀가 못하는 부분도 역시 자녀의 진로를 더 쉽게 알려주기 위한
또 하나의 신의 고마운 표시입니다.
부모라는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훤히 알고있는 조물주가
혹 소중한 어린 영혼들의 앞길을 망칠까봐 또 하나의 표시를 <못하는 것>을 통해 알려주는게 아닐까 싶어요.
수학을 깜짝 놀랄만큼 못하는 아이, 유달리 언어(국어 어휘력이든 영어든..)를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속상해하지말고 일단 부모 마음속의 욕심과 편견을 걷어낸다음
다시 아이를 잘 살펴보시면 못하는 것 덕분에 잘하는 것이 더 뚜렷이 보일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축복일수도 있죠.
저는 제가 만약 공부를 아주아주 못했었다면,
부모님이 마지못해서라도 미대에 보내주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습니다.
신이 저에게 공부를 못할수 있는 능력을 주시지 않은 것을 원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힘>을 남겨주세요.
그것 역시 무식하고 어리석은 소위 <부모>라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의 영혼이 기뻐할수 있는 진로를 찾아내야 하는 힘든 사명을 지닌 자녀들이
무기처럼 이 세상에 가지고 온 소중한 자산입니다.
엄마 말 잘 들어, 널 위해서야, 내가 널 위해서 얼마나 희생하는데, 내가 널 위해서, 내가 널 위해서....
이런 말로 자녀들이 가지고 온 소중한 무기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쾌활한 아이든, 놀기 좋아하고 톡톡 말대답하는 아이든, 마음이 여린 아아든,
유순하고 얌전한 아이든지간에, 부모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세요.
반대하고 반항할 수 있는 힘을 꼭 보호해주세요.
저는 그 당시 부모님께 반항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합니다.
너무 착하고 착해서 반항하고 반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마음 아파요.
자녀들의 성적, 영어 능력, 언어신동들과의 비교, 등등으로 걱정이 많으신 동시대의 동지들..^^
부모에게는 <재능을 알아보는 힘>이 있고,
자녀에게는 <반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분명 그 가정에서는 성공한 인물이 나올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육아와 교육 경험이 풍부한 고수 선배맘들 앞에서 제가 이런 글을 쓰다니,
아마 오늘 아이들과 외출할때 보았던 목련꽃 지는 모습을 보아
감상적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냥 또 넋두리 한소절 하는 엄마가 있구나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 글을 아무리 봐도 영어게시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글인듯한데
관리자님께서 삭제하셔도 아무 불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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