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로 전학가면 되잖아.
예전 한국의 모 신문을 읽으면서 굉장히 놀랍고 의아했던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왕따를 당하고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어느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는 절대 전학을 보낼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피해 학생이 학교를 옮긴 사례도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것은 뭔가 분명히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상담사로 일했던 미국 학교에서는 왕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 학생들이 무조건 처벌을 받도록 되어있고, 왕따 행위의 정도에 따라 정학이나 퇴학 또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학교차원에서 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피해를 입은 학생이 가해 학생을 피해서 할 수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만 한다는 현실이 무척 가슴 아프기도 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전학을 가야 한다면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 학생이 아니라 그 아이를 이유없이 괴롭힌 가해 학생들이 가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오히려 피해 학생이 죄인인양 가해 학생들을 피해 학교를 옮겨야 한다는 기사를 읽으며 당사자인 학생이나 그 부모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 생각하니 속이 상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도 이미 새로운 학교에까지 피해 학생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나마 가해 학생을 피해 전학하는 학교에도 왕따를 예방하는 적절한 대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전학 자체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엄연히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인 아이를 죄인이라도 되는 듯이 다른 학교로 보내버리고, 도리어 가해자인 아이들은 의기양양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다른 왕따 대상을 찾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분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어른들의 처사는, 피해를 당한 어린 학생들의 무의식속에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다른 어려움에 처했을때 그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일단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답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 학생 역시 무의식중에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거나 심지어 보상을 받은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왕따 문제는 해결은 고사하고 쳇바퀴 돌 듯 계속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되돌려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아도 무언가 분명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의 이런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 학생들은 더 큰 상처를 입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같은 어른으로서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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