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때문에 이렇게 우리가 고생하는데
부모: 우리 아이 대학 진학 상담을 좀 했으면 하는데요.
나 : 네, 자녀분이 몇 학년이지요?
부모: 학년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얘, 철수야! 네가 지금 몇 학년이냐?
우스갯소리 같지만, 한인 학부모들과 전화상으로 교육 상담을 할 때 종종 벌어지는 실제 대화 내용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자녀가 다니는 학교이름, 담임선생님이나 카운슬러 성함, 현재 택한 과목 등, 자녀의 생활에 대해 전혀 무지한 학부모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은 웃지 못할 엄연한 사실입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충실히 학업에 정진하고 대학에 입학해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공통으로 가지고 있겠지만, 이런 바람을 뒷받침해주는 한인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노력은 상담적으로 많이 미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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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얘기하는 학부모의 노력이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들의 도가 지나친 치맛바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녀를 향한 따뜻하고 사랑이 담긴, 부모로서 당연히 보일 수 있는 적당한 분량의 관심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특히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말미암아 자녀들의 학교생활 등에 관심을 둔다는 일이 절대로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저 역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원 시절 모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 교생실습을 하고 있을 때에 일입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외국인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을 초청해서 각 나라의 고유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부모가 맞벌이로 일하는 외국인 학생 가정이 많은 점을 배려해 학교측에서는 일부터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조정하고, 이모저모로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후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한 명씩, 두 명씩, 월남 계, 남미 계, 중동계동의 외국인학생들이 부모들과 함께 준비한 음식을 손에 들고 행사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하는 미국인 교사들과 서툰 영어와 몸짓을 동원해 그들의 자녀를 성심껏 지도해 주는 교사들을 향한 반가움과 고마움의 표시는 물론, 자녀의 학업 상태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분주하고도 즐거운 모습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구석에는 부모 없이 자기네들끼리 쓸쓸한 모습으로 몰려 앉아 있는 한국 학생들의 무리가 보였습니다.
“부모들이 토요일 저녁인데도 직장에 나가셨나 보구나.” 묻는 저의 질문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요. 집에서 비디오 보고 계세요.”/ “계모임에 가셨어요.” 하고 답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게 어디 마음 먹은 대로 되나요?” / “말이 통해야 학교에도 좀 가보고, 선생님들도 만나보고 하지요.” /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어디 시간을 낼 수 가 있어야지요.” 하시는 부모님들이 돌아서면 “너희 공부 때문에 미국에 이민을 왔는데,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는데…… “ 라고 귀가 따갑게 얘기합니다.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의 머릿속은 부모님의 이런 말씀에 앞뒤를 맞추어 내는 일이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많은 경우 부모와 자녀간의 벽이 생기는 가장 첫 시초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을 자녀가 감지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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