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짜리 여자 아이와 수학 놀이를 하고나서 엄마가 물었어요.
"선아, 우리 다음에 또 할까?"
아이는 대답을 않고,
"근데요, 어제 축구는 어느 나라가 이겼어요?" 라고 딴소리를 합니다.
엄마는 아이를 똑바로 쳐다보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선이가 아직 엄마 말에 대답 안 했거든?"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음에 또 할거라는 거지?"
확인을 하듯 엄마가 묻습니다.
아이가 밝은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네!"
그리고는 곧장 쪼르르 책장 앞으로 가서 책을 꺼내 읽습니다.
....
이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의 생각을 들여다 볼까요?
엄마가 다음에 또 수학 놀이를 하자고 했을 때 아이는 이미 대답을 했습니다.
딴소리를 한다는 것은, 대답하기 싫다는 의사 표현인 거죠.
엄마가 실망할까봐 직접 입으로는 싫다 소리를 못하고 대신 딴 소리를 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했는데,
엄마는 굳이 말로 대답하라고 합니다.
마지못한 아이는 애써 웃는 표정으로 고개도 끄덕이고 "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괜찮아, 다음에는 오늘보다 재밌을지도 모르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위해 애써 수고를 한 엄마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 책을 들었습니다.
자기가 책을 들면, 엄마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엄마의 생각을 들여다 볼까요?
엄마는 아이가 왜 대답을 안했는 지 의아하면서, 약간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른 말에 대답을 안하는 태도는 좋지 않은 것이므로 제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직 엄마 말에 대답 안했다."고 아이를 지적했습니다.
아이가 다음에 또 하겠다고 하니까 안심이 됩니다.
다음에는 더 잘 놀아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나의 수고가 아이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고, 곧장 책을 읽으러 달려가면 7살짜리 꼬마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겉으로 보면 두 사람은 오늘의 수학 활동에 대해 만족해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매우 바람직한 모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 생각을 읽지 못했고, 아이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먼저일까요?
아니면 엄마가 아이 마음을 읽고 아이가 별로 재미없어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게 먼저일까요?
제 생각에는,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질문에 아이가 딴 소리를 했을 때 아이가 자기 의견을 충분히 말한 것으로 받아드리고,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 말은 아이에게 부담이 됩니다.
굳이 말로 다시 표현을 하게 하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엄마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 지 알게 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결국 원하는 대답을 얻었지만, 앞으로 이런 식의 소통이 계속되면 아이는 더욱 솔직해지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아이가 엄마에게 떼를 쓰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가 자기 때문에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조숙한 7살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엄마보다 더 빨리 엄마 마음을 헤아리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불편해 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대해야 합니다.
묻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때로는 참아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먼저 꺼낼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 생각에 솔직해 질 수 있습니다....
.......
위 상황은 제가 며칠 전에 제가 목격한 것이에요.
초보 엄마는 아이가 왜 대답을 안 하는 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 제 이야기를 듣고나서, 아이가 그런 태도를 보일 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아이 의견을 알았으니까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두어야 한다고 했어요. 물론 제 의견이에요...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하고 일단 접수해 두고, 다시 묻지 말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에요. 왜 아이가 그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걸까?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걸까? 엄마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걸까? 성격 상 그런 걸까...하는 것을 곰곰 생각해 보자는 거죠.
아이의 생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읽혀진 아이 생각대로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 생각을 알았지만 엄마 생각대로 밀어붙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아는 엄마와 모르는 엄마는 앞으로 아이와의 의사소통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엄마로서 엄마의 생각을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아이 생각을 읽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아이를 배려할 수 있게 되고, 서로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푸는 것이 수학 문제, 국어 문제, 영어 문제, 사회 문제, 과학 문제....라면.
엄마나 교사가 풀어야 하는 것은 '아이'와 관련된 문제라고 봅니다.('문제'라는 게 부정적인 뜻은 아니에요.^^;;; 아이와 관련된 각종 사안이라는 의미...)
아이가 수학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것 처럼 어떻게 해야 아이와 관련된 사안들은 부드럽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을 까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라고 봅니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말 처럼, 문제 그 자체가 이미 해답을 보여주고 있을 때가 있죠. 그걸 보는 사람들은 쉽게 해결하고, 그걸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왕좌왕 헤매고...그러는 게 아닐지.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도 식, 그림, 표, 그래프...등등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문제 속에 주어진 이런 표현들을 잘 해석할 수 있어야 문제 해결이 쉽지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다양한 표현(표정, 눈빛, 숨소리, 몸짓...)을 잘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직접 하는 말 보다 때로는 아이가 보여주는 이런 다양한 표현이 오히려 아이의 속 마음을 좀 더 분명히 드러낼 때가 있기도 하다고 보구요.
생각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고,
우리가 정확히 읽었다고 당장 확인하거나 확신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아이 입장에 서 보고 아이 생각을 알려고 노력하다보면 소통하기가 그만큼 원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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