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나게 떠들어대네요. 영어공교육혁신, 몰입교육, 전문교사….. 저는 몇 년 전부터 수학, 과학을 영어로 공부해도 재미있다고 말했는데 제 말씀은 뭐, 그런 contents를 소재로 영어공부하자, 더 정확히 말하면 ‘content-enriched language learning’이지, 완전몰입교육(Total Immersion)을 해야 한다고 떠든 건 아닙니다.
몰입교육은 지난 30여 년 간의 제2언어교육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교육법이라고 말합니다. 외국어를 학습한다면 대체로 기본문형, 단어, 파닉스 등에 초점을 두는데 댓바람에 학과목을 영어로 교육한다고 하니까요. 몰입교육이 무조건 영어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초반부에는 학생들의 모국어를 일부 사용하는 부분몰입교육(Partial Immersion)으로 시작해서 차츰 영어 사용을 높여 마침내 완전 몰입교육에 이릅니다.
그러면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영어로 학과목을 배우는 정규 과목과 무엇이 다를까요? 교사가 교안을 짤 때, 수업을 진행할 때 영어라는 언어를 의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학습자가 영어언어도 익히고 교과목의 지식도 익히게 한다는 거죠. 입장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충청도의 특산물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국어의 특정표현을 익히도록 유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께서 외국유학생을 상대로 사회 수업을 하실 때는 “충청도에는 ㅡㅡㅡ가 특산품이다.”라고 할까, 아니면 “충청도에는 ____가 많다/유명하다.”로 할까 고민하신다는 겁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따라 언어는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합성을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한량없이 어렵지만 꼬마들에게는 ‘식물이 밥 먹을라꼬 하는 기다, 알긌나?” 할 수도 있잖습니까? (저는 그것 밖에 모릅니다.) 그러면 말을 쉽게 해서 과학수업을 하지 그래? 그러나 언어표현을 단순화하고 반복해야만 알아듣는 대상에게 우리가 난해한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학습심도와 언어난이도는 대략 일치하니까요. 따라서 영어로 학과목을 수업하는 경우 목표가 영어습득이 아니라 학과목지식이라면 진행상의 문제가 큽니다. 교사가 이런 점을 유의해 수업준비를 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비 영어과목 선생님들의 항의가 일리라 있고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전문가의 말씀이 백 번 옳습니다. 적어도 향후 십 년 이내에 완전 몰입교육은 어려울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몰입교육을 시도할 시점에 왔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영어과목에 관한 한 그렇습니다. 실시하기 전에 한 2년간 교사를 ‘빡시게’ 훈련시켜 양성하는 겁니다. 돈 줘가며, 즉 장학금 줘서 우수인력을 뽑은 뒤 맹훈련시켜 투입하는 거지요. 그 사이 학자들은 좋은 교재를 개발하구요. 현 교과를 무조건 번역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제가 지금 한국 수학 교과과정에 따른 영어책을 구상하고 있는데 벌써 숫자 구분부터 달라요. 영어는 ones, tens, hundreds, thousands 다음에 만이 따로 없고 백만 millions로 넘어가요, 만은 ten-thousand이잖아요. 영어화자와 의사소통하자고 배우는 영어인데 그들 쪽의 특성을 알아가며 배워야지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 교사가 1시간에 30-40명을 가르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혁신적으로 학생 수를 줄일 수는 없으니 저는 교실 내 그룹수업인 within-class-grouping을 제안합니다. 원래 grouping은 수준별 구분인데 우리는 그렇게 했다간 학부모들 애간장이 타니까 그냥 수업 중에 교사가 우선 반만 가르치고 그 다음에 나머지 반을 가르치는 겁니다. 교사와 함께 하지 않는 나머지 반은 교실 내에 다양한 수업 장치를 마련해 교사와의 수업내용과 연계된 수업활동을 하게 해야 합니다. 미국 교실에서는 이때 센터 centers를 활용합니다. 센터에서 활용될 수업자료를 연구할 인력들도 있어야지요. 교육업체들은 학교에서 쓸 다양한 교육상품을 개발해 경쟁적으로 납품하게 해야 합니다.
몰입교육인지 몰살교육인지 제일 중요한 건 교사입니다. 지금 영어전담교사들 등에 식은땀이 난다네요. 저는 가끔 교육청이나 대학에서 마련하는 교사연수에서 강의를 합니다. 이번 동계연수의 화두는 단연 몰입교육이었습니다. 제가 그랬죠.. “몰입교육, 꼭 해야겠으면 학과목 내용에 깊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1학년부터 실시하자. 그렇게 시작해서 수학, 사회 등을 영어로 사고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그 아이들이 성장함에 맞추어 차츰 고학년의 학과목을 영어로 해라.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제가 좀 흥분했슴다. 궁시렁…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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