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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폭력까지 이어진 왕따

  • 이원진
  • |
  • 2015-11-20

화장실 폭력까지 이어진 왕따


왕따 행위 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된 경우가 바로 폭력을 동반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과 비교해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미국 내에서도 종종 폭력을 동반한 왕따 행위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선생님이 학생 네 명을 제방으로 끌고 왔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와 지나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중에, 교실 바로 옆의 화장실까지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고함소리가 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누군가 안에서 막고 서 있는지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며 소란스러운 소음이 계속 들리는 것으로 보아 분명 학생들이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한데도 화장실 문을 열 수 없자, 다급해진 선생님은 문을 두드리며 “아무개 선생님이니 문을 열라”고 큰 소리로 지시했다고 합니다.


결국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막고 서 있던 학생이 문을 열었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선생님은 한 학생을 가운데 두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던 학생들과 피해 학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고 서있던 학생,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가해 학생들을 응원하던 몇 명의 다른 학생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서자 구경하던 학생 중 몇은 부리나케 도망쳤고, 결국 선생님은 가해 학생 세 명과 피해를 당하고 있던 학생 한 명을 카운슬러들이 있는 사무실로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그 선생님은 이 사건을 바로 부교장 선생님에게 보고한 후, 절차에 따라 처음 사건을 목격한 증인의 입장에서 증인이 써야 하는 조서를 상세하게 기재하고 수업을 위해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부교장 선생님은 피해 학생부터 시작해 가해 학생 한 명 한 명을 따로 조사하고 조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조사를 받는 동안 제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해 학생은 다름 아닌 제가 맡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니 가해 학생들은 언젠가부터, 두세 명이 그룹이 되어 복도나 카페테리아 등에서 기회만 되면 발을 걸거나 뒤에서 밀치고 모른 척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했습니다.

 

 


그날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들어갔는데 마침 한자리에 모여 있던 세 명의 가해 학생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자신을 뒤에서 밀치며 장난을 치고 괴롭혔다는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피해 학생이 서둘러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벗어나려고 하자 한 학생이 화장실 문을 가로막았고, 나머지 두 학생이 피해 학생을 붙잡았습니다. 가해 학생들로부터 벗어나려는 피해 학생과 이를 강압적으로 제지하려는 가해 학생들의 실랑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피해 학생의 얼굴과 목에는 서로 잡고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생긴, 손톱으로 긁힌 상처와 쓰고 있던 안경이 눌리며 콧등 위의 피부가 벗겨진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일단 카운슬러인 저는 해당 학생의 부모님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알리며, 혹시라도 상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데리고 가셔야 할지도 모르니 일찍 귀가를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로 상황을 듣고 놀란 어머니는 “지금 당장 학교로 가겠습니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제 사무실에 들어온 어머니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었고, 더 이상 자초지종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들을 빠르게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오늘 중으로 내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게 될 것”이라며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친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바삐 자리를 떠났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단순히 친구와의 싸움으로 인해 얼굴에 상처가 난데 분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자기보다 약한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나고 속상하다는 어머니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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