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우선 참아보라고 했는데, 화를 내요.
일단 왕따 피해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기가 부모에게 그 고충을 토로한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할 입니다. 아이들의 특성상, 크나큰 고통을 당하면서도 부모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일 자체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을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우리 어른들은 반응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 1:
요즘 회사 생활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직장 상사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심하게 욕을 하고 저를 모욕해요. 제일만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 하고 최선을 다하는데, 오히려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하루하루 회사에 나가기가 지옥에 가기보다 더 괴로워요. 어떻게 하죠?
어른 2:
그 상사란 사람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랬겠죠. 그냥 잘 참아 보세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모든 일에는 시간이 약이에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그저 꾹 참는 게 제일 좋아요.
만약 자신이 이 대화에 등장하는 ‘어른 1’이라 가정해본다면, 누구도 다시는 ‘어른2’에게 자기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제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군가에게 이해 받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그런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자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상담 중에 건넨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음을 열고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는 사람들을 볼 때나, 자신이 상처를 누군가가 이해해준다는 사실 하나로 용기를 얻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볼 때 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거듭해서 강조하지만 괴롭고 지친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야 문제 해결도 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 학교에서 이유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시간만 나면 저를 때리고 괴롭히는데 아무에게도 얘기할 수 없었어요. 너무 힘이 들어 학교에 가기가 꼭 지옥에 가는 것처럼 싫고 두려워요.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무서워요.
부모: 정말이니? 엄마(아빠)는 이제껏 까맣게 몰랐어. 지금이라도 네가 엄마를 믿고 얘기해주어서 너무 고마워. 우리 딸(아들) 정말 힘들었지? 이리와(꼭 안아주며) 얘기도 못하고 혼자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그것도 모르고 너 혼자 힘들게 내버려둬서…… 이제 너 혼자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 엄마가 도와줄게. 이제 네가 다시는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를 믿고 차근차근 있었던 일을 말해줘.

차분한 어조로 흥분하지 않고 조용히 건네는 부모의 이런 말이 아이에게는 큰 위로가 될뿐아니라. 지금 겪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엄마와 아빠가 분명 도움을 주리라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입을 열어 자신의 당해온 고통에 대해 얘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부터 왕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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