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미국 교육의 허와 실
1. 공교육에도 빈부 차
미국의 교육재정은 연방정부에서 일부, 주 정부에서 약 반 정도를 부담하지만 나머지 교육비용은 도시 주민의 재산세에서 나온다. 한 도시의 학생 일인당 교육비(Per Pupil Expenditure=PPE)란 도시의 재산에 그 도시의 세율을 곱한 뒤, 이 값을 전체 공립학교 학생수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고소득자가 많은 도시가 세금이 많아 공립학교라도 당연히 시설이 좋고 우수한 선생 또한 많이 고용할 수 있다.
미국 교육부가 2000년에 발표한 학교실태조사에 따르면 빈민지역 학교는 교사 일인당 학생의 비율이 높고 그나마도 아직 역량이 부족한 신참 교사들이 태반이다. 재정이 빈약해 심지어 미술과목을 개설하지 못하는 고등학교도 있다. 재료를 공급할 수도 교사를 고용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교육재정 구조를 두고 진보적인 교육학자들은 미국 공립학교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All schools are not created equal.)고 비판한다.
2. 수준별 수업이 낳는 인종분리
수준별 학습은 우수한 학생의 능력을 강화해주고 부진한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평준화제도 하에서는 수준이 다양한 학생을 놓고 교사가 일괄적으로 수업을 해 교과내용의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지만, 학습자의 능력별로 반을 구분해놓으면 교사는 자기가 맡은 수업의 학생들의 수준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준비하는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덕에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인권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흑백통합학교의 이념이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능력별로 이루어지는 수업 때문에 미묘한 인종분리(segregation)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의 교실 문을 열어보면 우수반은 여유 있는 백인 가정의 자녀들이나 교육열 높은 부모를 둔 아시아계 학생들이 앉아있다. 형편이 어려운 흑인 가정이나 남미계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은 학력이 떨어지므로 백인 학생들과 나란히 공부를 하는 예는 드물다. 우수한 또래에게서 간접적으로 배우게 되는 환경이 이뤄지지 못하고 부진아들끼리 모여 있는 셈이 된다.
우수반은 학습량도 많고 심화수업을 하게 되므로 대학을 가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이다. 그에 반해 부진학습자 반은 기초학력을 닦아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하거나 취업준비를 시킨다.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빈곤층 자녀나 결손 가정의 자녀는 대학 진학에 불리해 고소득 전문직을 가질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수준별 학습이 요지부동으로 50여 년간 운영되는 데는 백인 학부모들의 압력이 존재한다고 교육학자들은 주장한다. 미국 공교육은 소수만 가르치고 다수는 방치(Educating few, forgetting many)교육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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