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제일 친했던 친구가 아이를 괴롭힌대요. 화해 시킬 방법이 없을까요?
“제일 친했던 친구가,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친했던 아이가 어떻게 오랜 친구를 괴롭힐 수가 있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일반적인 사고로는 수긍하기 힘들고 너무나 속상한 일이겠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던 아이들이 갑자기 왕따 가해자로 돌변해 가까웠던 친구를 피해자로 만들고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친하지 않은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마음에 큰 상처이지만, 이제껏 친구로 믿고 의지했던 아이가 갑자기 등을 돌리는 것도 모자라 공개적으로 자신을 따돌리고 갖은 험담과 모욕, 심지어 폭력으로 괴롭힌다면 당하는 아이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그 상처가 몇 배는 더하리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부모의 경우 바로 얼마 전까지 집에 놀러 오기도 하고 내 자식의 친구로서 친절히 대해주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변해버렸다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당혹감, 배신감, 분노, 괘씸한 마음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아이를 찾아가서 야단을 쳐볼까. 집에 데려다 밥이라도 먹이며 달래볼까. 별생각을 다해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만 더 해가고 속병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친구의 주도하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취할 대처방법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그 아이가 내 아이와 정말 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지내왔고, 양쪽 부모 또한 잡은 교류를 통해 좋은 관계를 형성해왔다면, 그 아이를 조용히 불러 좋게 타이르거나 혹시 있었을지 모를 아이들 간의 오해를 풀어주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 아이의 부모와 만나 정중히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가해 학생이나 그 부모를 대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신중히 고려한 후에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아이의 친구가 아닌 경우에 부모가 직접 가해 학생이나 그 부모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권장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아이의 친구라고 해서 부모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고 섣불리 행동에 옮기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끼리는 좋은 친구관계였지만 부모들끼리 가깝게 지내는 정도는 아니었을 경우라면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욱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모든 부모의 심리는 일단 자신의 자녀를 감싸고자 하는 보호 본능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단순한 아이들 싸움에 어른이 괜히 끼어든다.”라든지, “그쪽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만한 일을 했으니까 그런 거지. 자기 아이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애꿎은 우리 아이만 탓한다” 라든지, 아니면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오히려 당당한 상대 부모의 반응에 피해자 부모는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속상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런 경우 피해 학생의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있다면 자신부터 가해자를 ‘가해자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아이들 간의 단순한 오해가 유발한 다툼이 아닌 왕따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엄격히 따져서 ‘친구’가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를 입힌 것이라는 사실을 부모부터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침착하게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친구인줄 알았던 아이에게 당한 괴롭힘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 내 아이에게 침착히 진정한 의미의 친구와 무늬만인 친구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앞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어려울 때 힘이 되고 기쁘고 슬픈 일들을 함께할 진정한 친구들이 분명 생기리라는 희망과 믿음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입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자신이 당한 괴롭힘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토대로 학교 선생님이나 그밖에 적합한 위치의 사람에게 똑같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볼 때, 피해학생의 부모가 직접 나서 가해 학생이나 그 부모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경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피해자와 가해자 부모 사이의 큰 감정싸움으로 번져 더 문제를 키우고 골을 깊게 파는 모습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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