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글씨를 참 못써요.
말로는 못해요.
학기 초에 딱 한번 학부모총회에 참석하면
처음 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소리가 있어요.
아들 팔이 아픈가요?
글씨 때문에 그런걸 알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내용은 참 좋아요.
글자 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 몰라요.
담임선생님은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려고 하신 것 같아요.
엄마가 힘들어 하는 줄 아셨나 봐요.
글자가 그림도 되고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벅차요.
아들은 군대 갈 만큼 커서도 그때 그 글씨체여요.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상태로도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친구에요.
제가 요즘 뭐 좀 하려고하면 찾느라 시간이 다 가버리네요.
어제는 수정액을 겨우 찾았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나오지 않아서 신경질을 부렸더니
아들이 방안에서 뭔가를 가지고 나오더군요.
수정테이프를 찾아 새 리필로 갈아 끼워주고
자신의 필통에서 볼펜을 찾아 저에게 주네요.
중학교 때부터 쓰던 거래요.
갈아 끼울 볼펜심도 몇 개 더 챙겨주면서
처음부터 좋았는데 지금도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하네요.
엄마가 졸업할 때 맞춰 제대하니까 돌려달라고 말하면서...
(올해 방통대 편입했거든요.)
엄마,
진주(훈련장) 갈 때 엄마랑 아빠랑 모두 오면 안 돼?
나는...가게 봐야해서...
못가는데....
(군대가기 전날)
저 없는 사이에 머리밀고 집에서 꼼짝도 안한다고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헐~
머리 민모습을 보고 애기 때 생각이 나는구만요.
미용실만가면 퍼대고 울어서 집에서 밀다가 여기저기 쥐 파먹고
머리카락범벅에 울음범벅인 애를 끌어안꼬 미용실에 가서 밀어주던 생각요.
깍은 머리가 어찌나 이쁜지 저렇게 잘 어울리니 꼭 동자스님 같구나!
그 말을 내밷으면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죠.
그 말을 하고야말았네요
우울해있던 아이가 금방 생기가 돌아 몇 번 거울을 보며 히죽거립니다.
모자로 머리뿐아니라 온몸을 감싸고 눈만 떵그러니 내밀던 아이가 보란 듯이
다 내 놓고 어깨까지 펴며 으스댑니다.
저녁에 통닭이 먹고 싶다고 하여 통닭을 시켰어요.
(군대 안 간다고 울먹인 애기였는데)
군대 안 간다더니 가려구?
헤헤
큰애가 늦은 시간 전화를 했네요.
잘 다녀오라면서 사랑한다고.
나도 사랑해 형.
아들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네요.
어색하지만 이보다 듣기 좋은 소리가 또 있을까?
둘이 너무 달라서 같은게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서로 하는것을 보니...
닮았어!
‘잘 커줘서 고맙다.’



쑥쑥몰
체험이벤트














[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