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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어떤 만남 2.

  • 비투스
  • |
  • 2016-02-16
6

 

 

미륵산 안에는 성지 같은 자그마한 초록지붕집이 있다.

정원이 집에 비하면 상상할 만큼 넓다.

멀리서 보아도 참 좋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원불교 동그라미가 붙어있다.

그 집을 지날 때면 걷는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정갈한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

나는 운 좋게도 그런 분과 몇 번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였지만 그런 인연은 흐르는 물과 같아 여전히 흐른다.

함께 머물던 자리에는 나무가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다.

좋은 인연이라면 그 곳에서 스치는 느낌이 든다.

 

눈과 마음이 기우는 인연을 만나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어찌 알아채는지 시간도 천천히 흘러 잠시만 멈춰달라고 이른다.

그곳이 산이라면, 그런 인연이라면, 서로를 알아보아서 동행이 되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서 그런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그럴 것이다.

서너 번 잠시지만 그런 인연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산속 초록지붕 집에 한두 달 머무르면서

우연히 스치게 되었을 뿐 어딘가로 떠나버리면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한해에 한번 꼴로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2016년 2월)

초록지붕 집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 자리에 있고

저는 그 집 앞에 서면 걸음을 멈춥니다.

혹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다!’ 라고 기억된다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전화번호는 있었지만 한 번도 연락은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또 한해가 흘렀습니다.

날이 오살라게 추운 날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교무님 : “제주도 봉사 마치고 지금 익산 수도원에 있습니다

멀리 가기 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수도원으로 달려갔어요.

수도원에는 퇴임교무님의 방이 있습니다.

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리운 곳이 여기일까?

입구에는 붓글이 써진 종이가 수북이 쌓여 있어요.

교무님은 저의 차가운 손을 꼬옥 잡으시며 맞아주십니다.

‘손이 이리도차서 어쩌누?’

따뜻한 차를 따라주시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십니다.

차향이 어떠냐고 물으십니다.

그냥

산에서 흐르는 물처럼 산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냥 눈물이 흐르네요.

왜 눈물이 내리냐고 묻지는 않으셨어요.

감과 사과를 잘라주십니다.

이번에는 감 맛이 어떠냐고 물으셔요.

그냥 감 맛이에요.

달더냐고 다시 물으셨지만 내 입속에서는 그저 감 맛만 난다니!

쌀 과자를 입에 물고 깨물었는데 소리가 엄청 커서 놀랐어요.

그러면서도 쟁반 가득 과자를 우두둑 깨물면서 다 먹어버렸네요.

차를 마시는 대로 부어주시는 것은 내 마음까지도 다 태워라 하시는 듯!

방안 공기를 살피시며 덥냐고 물으시네요.

고개까지 흔들어대며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러면 문을 조금 열어 놓으시고는 장롱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셨어요.

아버지야! 아버지를 보면 참 좋아.

교무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좋아하셨어.

노래하는 교무님 사진을 보여주실 때는 노래가 가장 행복하다셨어요.

저는 사진을 소중히 쓰다듬으며 바라보았지요.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도 보여주셨어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신나는 노랫가락에도 눈물이나요.

또 울다가 웃다가 과자를 먹다가~~

잠시 나가시더니 좋은 신발을 한 켤레 가져오시며

새 신발 한번 신어라! 하십니다.

산에서는 제 말만 하였는데, 교무님 방에서는 듣기만 하였어요.

뭐라 이르신 것은 아니고 무슨 맛이 나더냐? 달더냐? 덥더냐?

그러시면서 저의 차디찬 손을 많이도 잡아주셨어요.

집에 돌아올 때는 신발 한 켤레와 작은 액자를 품에 안고 왔어요.

사진을 오래오래 보고 알았어요.

사진 속에 교무님은 버선발이셨어요.

버선발로 저를 맞아주시더니 신까지 벗어 주셨나봅니다.

저는

그렇게

너른 품에 안기어 마음의 숭한 것 다 만져지고 희망의 불씨를 받아왔습니다. 

 

오늘은 눈이 오네요.

한꺼번에 꺼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마음에 담아졌어요.

감당하기 벅차오르는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그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하지요.

그러느라 생각이 많아요.

조급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 있지요.

보여주시려는 마음 전해졌으니 하나도 헛되지 말아야지요.

마음을 열고 받아내었으니 그 이상 쓰임 되어야지요.

시간이 빨리 흐를수록 더 차분히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잘 쓰여 지도록 애쓰겠습니다. (2016. 2.16)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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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16-02-17 15:11
답댓글

일기장을 훔쳐본 듯...

알고도 모른 채 해야 할 내용인 것처럼..

아무것도 안 읽은 듯 

그렇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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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투스
  • |
  • 2016-02-20 10:49
넉 줄....
앤님이 적어주신 넉줄이 참 좋네요.
아래 사진에 저의 일기장겸 소중한 빨강이 노트가 있지요.
방금 전까지도 끄적이면서 이제는 몇장 남지않아 애타게 세어보았답니다.
다 채워지면 또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게 될지 모르니까요.
새로운 것이 또 나타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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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6-02-17 10:40
답댓글

그리운 비투스님~~~

친한척금지라 님자 붙힙니다. ㅋ

비투스님에게는 맘이 따스한 분이 많은듯 합니다.

인복도  타고  나는거라고들 하던데  저는 좀 다른 생각.

타고난 인복도 그사람이 어떤가에따라.

좋은사람 곁에는 좋은사람이 많은것 같아요.

우짜든동 옷 따습게 입고다니고 밥도 잘챙겨 먹읍시다.

눈이 깊어서 눈물이 많은 비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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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투스
  • |
  • 2016-02-17 11:28
ㅎㅎ 예의가 그렇다면 임자라고 붙입시다! < 말장난치고싶은 마음이 발동~~>
좋은사람을 만들어주는것은 바로 좋은사람들이지요.
살아갈수록 한사람한사람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운이 좋게 옆에서 차를 나누어 마시는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최대한 집중하며 상대방의 마음에 드는짓만 할것입니다. 립스틱같은것을 바르는 짓 따위 한다면 잘라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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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씽씽마미
  • |
  • 2016-02-16 16:44
답댓글

비투스님~~~ ♡


좋은글  마음이 따스해지는글 ..


읽고 읽고  다시금  반복으로 읽어지는 글이네요.,

한번은 그냥 쑤욱~~

다시한번  아~~~하면서..

그다음  읽어내려가며 느껴지네요..

그마음이  다는..  제가 느끼는 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만남~~~  ♡

참  쉽고도  어려운것같아요..

쉬이 쓰는  인연이라는  단어도...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읽어내려갈수 있게 

좋은글  남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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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투스
  • |
  • 2016-02-17 11:14
몇번을 읽게 해서 죄송하구만요. ㅎㅎ
이 글이 나오기전에 초록지붕집 인연이 닿은 이야기가 먼저 나왔어야하는데
만남의 기쁨이 너무 큰 나머지 도입부분을 싹~~~빼버렸으니 ...
그래도 몇번을 읽으시며 이해를 해주신 씽씽님 고맙습니다. ^^

다른글은 이해를 돕기위해 올려놓고 고치기를 몇번했었는데
이 글은 그냥 그대로 두려고요. ㅎㅎ
만남과 인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좋고요.
꽉 잡고싶을때는 용기내어 붙드는것도 좋고요.
어떤 인연이든지 이별은 따른다고 하니...
인연이 되는 동안에는 좋은 느낌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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