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숙씨
병원에 신규 간호사로 들어가면 어려운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어요..
선배 간호사들은 당연하고 의사들, 보호자들,,,, 헌데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간호조무사(간호보조원)에게는 호칭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난감했었죠.
그들은 나이가 어린 저에게 *** 간호사님~ 하고 부르는데, 제가 저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을 ***씨~라고 부르려니 입이 간질거리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름에 ~씨,를 붙여서 부탁을 하곤 했지요. (주로 시켜야 하는 입장이라서..)
간호사와 조무사는 비슷한 또래에 한창 예쁠 나이의 아가씨들이 대부분 이었던지라 은근히 신경전도 있었고 의사, 간호사와는 또 다르게 미묘한 상,하 관계가 없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일 자체가 그러한 것이지 사람 자체가 아랫사람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를테면,,, 간호사 선배에게는 제가 후배이지만 간호조무사에게 저는 선배도 후배도 아닌 그저 다른 직종의 사람인 것이지요. 간호사가 의사와 상하 관계가 아닌 것 처럼요.
그래서 그들이 가장 싫어했던 건 간호사들의 말투나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리 좀 와서 도와주시겠어요!' 하는 것과 '빨리 이리 와요!'는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제가 일했던 곳에 왕 고참 조무사가 있었어요. 나이도 수간호사님과 맞먹을 정도로 많았고 한 덩치 하는 아줌마였는데 경력이 오래 된 만큼 병원 생활에 도가 튼 분이셨죠.
그 분은 우리가 성을 붙여 오금숙씨(가명)~라고 부르든 금숙씨~라고 부르든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대개 나이 어린 간호사가 나이 많은 조무사에게 성도 없이 이름만 부르면 몹시 맘상해 했거든요. 당연한거죠.) 언제든 부르면 리드미컬하게 '네~에~에~'하며 다가와주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금숙씨'를 이름이 아닌 일종의 호칭으로 여긴 게 아닌가 싶어요. 대리님~ 하듯이요.
금숙씨는 자신의 할 일을 아주 성실하게 했고 후배 조무사들도 잘 챙겼으며 간호사들과도 전혀 트러블이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업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하찮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확실해요. 보통 CPR(심폐소생술) 상황이 되면 조무사들은 저~~ 멀리 피해있어요. 아주 다급한 순간들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만 침대 옆에 붙어 있어도 아주 북적이거든요.
그런데 금숙씨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누구보다 침착하게, 의료진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찾아내어 꼭 필요한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겁니다.
약물기전이나 생리적 현상, 의료 처치 등에 관해서는 몰랐겠지만 병원생활이 오래라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그런 상황에 어떤 처치들을 하는지 익혔던 것 같아요.
CPR이다!!! 외치면 번개같이 응급키트를 끌고 오고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들을 꺼내주어요.
일 초가 금보다 귀한 그 순간에 그 일 초를 아끼기 위해 앰플(유리로 된 주사병)을 까고 생리식염수를 주사기에 재어주죠. 혈액검사를 보내면 뛰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분간하고 육중한 몸을 날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검사실로 뛰어가요.
CPR 순간에 신규 간호사 열 몀보다 오금숙씨 한 명이 옆에 있는 게 더 낫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지요.
그런데
병원 생활이 오래 되었다고 모두 그녀처럼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고, 자신의 존재를 이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적극적으로 알려고 했고, 해가 거듭할 수록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나갔던 거죠.
간호 조무사였지만 아무도 그녀를 무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정 생활이나 자녀문제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 큰 언니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직업에 귀천은 어쩌면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스스로가 하찮은 일이라 여기면 남들도 그렇게 여길 것이고,
자기 스스로가 가치를 부여하며 내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그렇게 여김을 받을 거라고 말이지요.
그런 이유로 친절한 금숙씨는
제 마음 속에서
그냥 한 명의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님... 이 되었습니다.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있어 그 곳이 빛나기를 소망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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