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원봉사하는 새터민(탈북자 가정) 아이들(중2)도 요즘 시험 기간입니다.
2주 전, 공부를 하던 송화가 뭔가 결심한 듯 말하더군요.
"선생님, 이번 시험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제가 꼭 전교 1등 할거에요."
그 결심하는 모습이 너무나 결연해서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어요.
"꼭 전교 1등을 해야 하는 무슨 이유가 있니?"
"네. 작년 우리 반에 전교 1등이 있었어요. 시험 끝나고 제가 그 아이 시험지 가지고 채점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아이들이 왕창 몰려 와 가지고는 걔 시험지를 뺏아 가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충격 받았어요...
언젠가는 저도 전교 1등을 해서 아이들이 제게 몰려와 제 시험지를 보고 답을 맞추게 할거에요. 꼭!!!"
송화는 그 때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것 같았어요.
중학교에 올라 같은 반에 늘 전교 1등을 하는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를 대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다보니까, 자신도 전교 1등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나 봅니다.
송화의 말은 계속 이어졌어요.
"그리구요, 제가 공부 잘 하게 되면 특목고 갈거에요. 그리고 이 동네를 뜰거에요."
"동네를 뜬다고? 왜?"
"이 동네 아이들은 공부 안해요.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에요. 우리 엄마가 제가 공부 잘하면 좋은 동네로 이사 간댔어요."
옆에 있던 혜숙이도 맞장구를 치더군요.
"제가 공부 잘 하면 우리도 이사 갈거에요. 좋은 동네로..."
혜숙이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아이들이요, 공부 못하는 애 은근히 무시해요. 아니, 대 놓고 무시해요. 아유~...그래서 공부 잘 해야 해요."
그러면서, 사실은 자기도 공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얼마 안되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는 공부하는 재미를 잘 몰랐다구요. 근데 요즘은 불이 붙었다네요.^^;;;
"옆에서 아무리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 소리를 해도요, 자기가 못 느끼면 안 해요.
공부를 왜 하는 지, 자기가 느껴야 해요.... 자기가 느끼면 달라져요."
이제 겨우 중2...
작가를 꿈꾸는 혜숙이는 제법 어른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넘치는 의욕에 비해 갈 길이 먼 아이들이었지만,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이제 시험도 끝났을 텐데, 결과가 궁금하네요.
아마도 단 번에 성적이 오르진 못할 거에요. 그동안 묵은 게 많아서..
그래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를 수 있지요.
쳐다만 보는 것으로 정상에 오를 수는 없지만,
한 계단이라도 올라가다보면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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