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1학기 기말을 평균 99.7 로 마감하더니 2학기 기말은 평균 99.0 이라는 아름다운 성적으로 마무리 하였다.
휴...
등급제의 모순으로 전과목 만점을 받아도 수리(가)형에서 한문제 틀리면 끝장인 올해의 수능처럼
내신 시험 또한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시험이다.
초등학교부터 전국단위의 수학경시에 영어경시, 영어논술,토플 텝스등 무수한 시험을 치루고 좋은 성과도
많이 거두며 시험에 강한 아이로 키웠다고 생각했지만,고등학교 내신 시험 기간만 되면 우리는 무서운
홍역을 치루게 된다.
시험 일주일전에는 열이 오르고 심리적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이번 시험 일주일전에도
어김없이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엄마,학교에서 머리가 너무 아프고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아,자퇴하고 싶어"
아이의 전화를 받고 전혀 놀라지 않은 것은 그 고통의 무게를 나도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대답은 "오늘은 잠깐 쉬고, 그래...자퇴를 생각해 보자"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려서부터 주위의 주목을 받고 자란다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 것인지...
주목을 받고 주위의 기대를 의식하면서 아이는 힘들게 힘들게 큰 바다속을 항해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유학도 생각했지만 좋은 대안은 아니였다.
세상은 오로지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특히 입시를 앞둔 학생에게는 성적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영어에 자유롭다고 해도 공인성적과 내신, 수능성적이 아이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토플, 텝스를 만점에 수렴하는 성적을 가지고 있고,에세이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도 학교 영어내신 시험에서
정관사,부정관사 하나 잘 못 써서 2등급으로 밀리면 끝장(?) 일 수도 있다.요즘 공부를 잘하는 최상위권은
'공신'이라 불릴 만큼 너무나 완벽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동석차를 없애기 위해 문제 배점도
2.7 3.5 점 등으로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 시킨다.
시험은 최상위권 아이들에게 실수에 대한 완벽한 콘트롤을 요구하고 있다.이번 수능 수리(가)형의 비극이
대표적인 예이다.수학 괴수로 통하는 우리 아이도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실수를 하여 아니 실수보다는
심리적부담으로 인하여 잘 풀어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그래서 기말에서 1등급으로 올리기위해 정석을 비롯
시중에 나와있는 고등학생용 수1 문제집을 10권 이상 반복해 풀어야 했다 아이는 1등급 선방이 불가능 할
거라고 두달간 무쟈게 고통을 받았다.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결국 기말 백점으로
1등급을 선방할 수 있었다.5세부터 신경 쓴 수학이 우리를 배신 할 수는 없었다.저력의 힘을 확인하였다.
시험 1주일 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나는 아이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모든 즐거움으로 부터
나를 단절 시킨다.내가 나로 사는 것이 아닌 것이다.언제쯤 내가 나로 살 수 있을까....
한시도 떠나지 않는 아이들 생각...
어제는 모처럼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몇달만에 온가족 회식(?)을 했다.얼마만에 함께 먹는 가족식사인가...
시험기간 동안 "주님,아이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고,아이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어요" 라고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했고
너무나 고맙게도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나는 이제 조금씩 그 고통을 즐기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 같다.
가장 힘들게 치루어낸 이번 시험기간 동안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였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친구의 희생을 요구해야만 하고 그것을 괴로워한다.
누구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것이다.경쟁은 대체로 효율적이고 가장 좋은 결과를 낳지만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내일부터 일주일간 성탄준비를 하면서 한없는 해방감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다.아마도 너무나 어두운 굴을
빠져나와 맑은 공기와 햇빛을 만끽하는 그런 기분인 것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을 키우면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세상 어려운 줄 알고 길에 휴지를 던지는
사람에서 줍는 사람이 되고 누구에게 함부로 아이 얘기도 하지 못하고...오늘의 1등이 영원한 1등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터득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책상 위에 'The Secret' 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귀를 써서 붙여 놓았다.
"상황에 집중하지 말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내년 5월 까지는 시험이 없다.아니구나...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이 있고 경제 경시대회가 있구나!
영어의 감을 유지하기 위해 2월 텝스도 봐야하구...이제부터는 '멘큐의 경제학'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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