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What Game Shall We Play?
글/그림: Pat Hutchins
출판사: Mulberry Books
출판년도: 1990년
팻 허친스의 그림책 중에서 많이 알려진 책은 아닙니다. 저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구입한 책인데, 단순한 스토리 전개와 팻 허친스 특유의 굵은 붓감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면서도 단순화한 그림이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생각보다 좋아하더군요.
스토리는 오리, 개구리, 쥐, 여우, 다람쥐, 토끼, 부엉이가 등장하여, “무슨 놀이를 할까?(What game shall we play?)” 궁리하며 수풀에서, 벽에서, 구멍에서, 나무 위에서 다른 등장 동물(?)들을 찾으며, 같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대단히 단순한 구조입니다.
첫 페이지에서 오리는 개구리에게 “무슨 놀이를 할까?” 하며 물어봅니다. 개구리는 “잘 모르겠는데..그럼 여우에게 물어보자..” 하며 여우를 찾습니다. 들판을 가로 질러 찾아도 없고..아하..바로 잔디밭 사이에서 여우를 발견합니다.
두 마리의 동물, 오리와 개구리는 또 “무슨 놀이를 할까?” 하며 여우에게 물어보지만, 여우도 역시 모르겠다며 쥐에게 물어보자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숲 속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다른 동물들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엉이에게 물어보았을 때, 부엉이만이 의미 있는 대답을 하지요. 술래잡기를 하자고..
그 다음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부엉이가 술래가 되어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다른 동물들이 숨은 곳은 처음에 그들이 발견된 곳입니다. 여우는 수풀사이, 쥐는 벽 사이 구멍안…등등, 동물들이 처음에 있었던 그 곳으로 모두 달려가 다시 숨어버리는 장면을 두 페이지에 걸쳐 보여 준 그림은 참 아이러니컬 합니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숨어있는 동물 찾아내기’ 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시작!” 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게임을 한다고 다시 원래의 안식처로 돌아간 각 동물의 모습이 어리석게도 보이고, 귀엽게도 보이고…어른인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네요.
이 단순한 스토리가 아이들에게 주는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장소와 방향을 나타내는 전치사를 손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Duck looked over the wall.
Frog looked under the wall.
와 같이 다른 동물들을 찾기 위해 위, 아래, 앞, 옆, 주변, 저 건너 등.. 참으로 여기저기 열심히 시도합니다.
그러기 위해 in, across, among, on, around, up, behind, in front of, through..와 같은 다양한 ‘방향을 나타내는 전치사’가 고루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치사를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이 그림책은 적절한 맥락(context) 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 3가지 문형의 단순한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므로, 최소한 이 문형만큼은 쉽게 아이들이 입 밖으로 따라 말할 수 있습니다.
What game shall we play?
I don’t know.
Let’s go and ask ££££.
와 같은 형식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우가 말할 때는 여우인 척, 쥐가 말할 때는 쥐인 척,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같은 말을 반복하니, 아이가 금방 catch 하고, 그 말을 따라 하더군요. 원래 반복은 학습을 유도하지만, 스토리북에 녹아 들어간 문형의 반복은 아이들로 하여금 재미와 흥미를 느끼도록 하게 한다는 것이 일반학습과 다른 점이겠지요.
저는 좀 더 실감나고 입체적으로 아이가 방향을 나타내는 전치사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평소에는 거의 시도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art & craft 라는 걸 해보았습니다.(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못 올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혹 나중에라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올리겠습니다.^^)
1. 6마리의 동물그림을 그림책을 보고 그렸습니다. 비슷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더니, 팻 허친스 그림 냄새(?)가 나서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온라인 싸이트에서 동물 그림 프린트아웃해서 사용하는 것만큼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저는 이 그리는 과정 자체를 아이와 함께 즐기려고 했기에,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2. 그림책과 비슷하게 색깔을 칠한 후, 오렸습니다.
3. 아이들 빨대를 준비하여, 오린 그림 뒤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이제 각 동물의 paper puppet(?)이 완성된 셈입니다. 빨대가 가볍고 원통형이라, 아이가 들고 360도로 굴리며 놀기에도 좋았습니다.
아래부터는 제가 앞으로 할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해 보고, 혹시 잘 되지 않으면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4. 각 장소, 수풀, 벽, 구멍, 나무등을 그려서 오린 후, 세워질 수 있도록, L 자 모양으로 만들어 아래 ___ 를 접습니다
5. 그리고 일렬로 쭉 세운 후, 동물 하나씩 각 장소에 숨겨두고, 순서대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겁니다.
6. 이 때 중요한 것은 under, over, in 등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동물이 숨어있는 장소의 주변을 잘 헤매야겠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한가지를 배웠습니다. 단순할수록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와 같이 반복적인 문형을 가진 단순한 책들이 스테디셀러인 동시에 베스트셀러인 모양입니다. 물론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렵고 복잡한 개념도 쉽고 단순하게 풀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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