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드라마들이 죄다 학교폭력 이야기더라구요. 앵그리맘. 여자를 울려. 학교 2015..
얼핏 봐도 설마 저러겠어.. 오며 가며 보는 눈도 많은데 대놓고 저렇게까지야... 했답니다.
오늘...
아이 학교 중간고사인데 학부모 감독을 하러 갔었어요.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과 학부모감독들이 뒤엉켜 있는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같이 가던 엄마가
"저게 뭐지?" 하는 겁니다.
가리키는 쪽을 봤는데 ..
두 남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남학생이 벽에다 머리를 아주 세게 박고 있는 거에요...쿵,쿵,쿵,쿵,쿵...
스스로 갖다 박는데 그 강도가 아주 세더라고요.
생각이고 뭐고 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서 벽과 아이 머리 사이를 막고 머리를 밀어냈어요.
그리고 지켜보고 서 있던 아이들에게 "너희들 뭐 하는거야?" 하고 물으니 놀라지도 않고 움찔하지도 않아요. 아주 태연스럽게 "지가 시험 못 봤다고 저러는 거에요" 합니다.
지나가던 여선생님이 다가오셨고 아이 이름을 부르며 왜 그러느냐고 토닥이니까 이 학생이 헉! 하며 울음을 토해내더군요. 옆에 있는 아이 둘에게 가서 이 아이 담임선생님 모셔오라고 하니 미적거리며 거더라구요.
감이..... 있잖아요.
아무리 시험을 못 봤다고 전교생이 우르르 나와 돌아다니는 복도에서 자기 머리를 벽에다 그렇게 세게 박을 수가 있을까요? 게다가 정말 그렇다면 친구 녀석들은 왜 말리지도 않고 그걸 구경했던 걸까요? 그 아이들의 표정은 '박으라니까!'의 표정이었거든요.
집에 왔는데..
딸아이가 시험을 망쳤는지 어쩐지보다 내내 그 학생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어요. 자꾸 눈물이 나고.. 얼마나 수치스러웠을지..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공포가 느껴져서... 이렇게 대담하게 학부모들과 친구들이 그것도 남녀공학이라 수많은 여학생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그렇게 시킬 정도면 처음은 아닐 게 분명한데...
고민하다가...
학교가 아닌 117로 전화를 했어요. 학교폭력 신고센터에요.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학교 상담선생님과 연락을 하고 후속 조취를 하겠다고 친절히 전화 응대를 하네요. 그리고 상황을 들어보니 학교폭력이 맞는 것 같고 처음도 아닌 것 같다고.. 지나칠 수 있는 일인데 이렇게 전화주셔서 감사하다고..
헌데, 이후로 그 아이가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고, 학교에서 알아서 다 할지도 의문이니 계속 모니터링 하실 거냐고 물었어요. 자세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에 연락했는지, 부모에게는 알려주었는지, 아이가 상담에 임하고 있는지 저에게 알려달라 했어요. 그러겠다고 하네요.
TV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어요.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고.. 보는 눈이 백 개, 천 개여도 가능한 일이었어요. 아이 머리를 두 손으로 막고 주위를 둘러 보았을 때 저와 아이들을 쳐다보던 수백개의 눈들... 웅성웅성.. 학부모들도.. 학생들도...
누구라도 도와줄 순 없었던 걸까요? 내 아이일 수도 있는데.. 나 일수도 있는데..
맘이 너무 아프네요.
모쪼록 그 학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가해 아이들도 맑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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