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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어거스트 러쉬에서 버려야할 것들.

  • 히플러
  • |
  • 2007-12-01
22

아들맘님의 어거스트 러쉬 후기를 보고 반가와서 답글 달려다
하루 지나고 보니..
아니, 왜 지우셨습니까요??? 그 많이 달렸던 댓글을 무시하시다뉘...ㅠ.ㅠ

어쨌든 생각난 김에 저도 영화평을 한번 써 볼까 합니다.

 

어거스트 러쉬, 식객에서 예고편을 본 아들이 개봉 전부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예약해둔 영화였습니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너무 좋아해서
배우 조니뎁과 감독 팀버튼과 작곡가 대니 앨프먼과
원작자 로알드 달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게 된 녀석이다보니
꼬마주연이었던 프레디 하이모어가 나오는 영화라고 하니 엄청나게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영화는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은 감동과 행복함으로 충만했습니다.
연기들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구요. 흑인 꼬마아가씨가 어찌나 귀여운지..^^

 

혹시 올리버 트위스트의 유태인 페이긴, 기억나시나요?
책에서는 무자비한 악당으로만 그려졌었는데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독특한 카리스마와 나름대로의 지론을 가진...
끝까지 살아남아 대미를 장식하던 인상적인 캐릭터였지요.

어거스트 러쉬의 로빈 윌리암스가 바로 그런 역할이었어요.
결과적으론 악역이긴 하지만, 그토록 클래식을 증오하고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나름대로 발굴해내는 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것 같은 그런 인물.

 

 

첼리스트 엄마도 우아하고 이쁘고, 아빠도 멋있고, 결정적으로
프레디 하이모어요...!
음악에 심취해서 생긋생긋 웃을때는 너무 환해서 천사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서양소년들은 나이들면 참...안습이 되던데
얘는 고대로만 컸으면 좋겠네요.

 

 

재미있는 것은 CJ 엔터테인먼트의 투자~! 그리고 엠넷.
연주회장 뒷부분에 걸린 엠넷 플랭카드가
동방신기와 원더걸스 팬클럽이 흔드는 풍선무리를 연상케해서 피식~ 웃음도 나던데요.

 

자, 여기까지는 좋은 부분이었구요.
이 정도의 미덕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는 가치가 있습니다.
우연의 남발이 심하다 싶긴 해도, 뭐, 대문호 찰스 디킨스 역시 그에 못지 않았음에도
올리버 트위스트는 감동적이기만 한걸요.^^

 

그런데 역시 여러가지 감상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였지요.


무엇보다 사람들은 천재를 갈구하고, 또 대단한 천재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나봅니다.
사람들이 무시하던 소년이 깜짝 놀랄만한 재능을 보여줄때
왜인지 모를 통쾌함을 느끼는걸 보면요.
그게 거의 판타지 수준의 황당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악보를 처음보고, 악기도 처음 만져보고, 휘파람조차도 불어본적 없이 음악과 동떨어져
살아왔던 아이가 척척 연주해내고 작곡까지 해내는 걸 보면
저런 아이는 하늘이 준, 말 그대로 축복받은 (gifted) 아이로구나...하고 느끼게 만듭니다.

 

그런 천재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
간혹 역사를 뒤져보면 깜짝 깜짝 놀랄 천재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도 기록에 나타나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그 아이가 모짜르트의 현신이라고 해도,
모짜르트조차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과 조기교육이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어거스트 러쉬의 경우는 기적보다 더한 기적입니다.

 

피나는 노력의 과정도 없었고, 단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게 분명한
엄청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가 살면서 느껴온 그 모든 소리들을 통해 감성을 갈고 닦았던게
뛰어난 지도자를 만나서 폭발하게 됩니다. 어거스트 러쉬는 그렇습니다.
대학교에서조차 피나는 훈련의 과정은 별로 없고 바로 랩소디를 작곡해내버리는 기적말입니다.

여기서 저는 이 영화에서 버려야 할 부분을 느꼈습니다.

 

김연아..아이고 그 이쁜것....
우리 연아(국민여동생 맞습니다.)만 생각하면 막 눈물이 핑돕니다.
아들맘님 말씀대로 어찌 저런 이쁜것을 우리 나라에 내려주셨는지
고맙고 고맙기만 합니다.
연아도 그렇고, 태환이도 그렇고, 다 우리 조카같고 자식같기만한 고 귀여운 것들이
(어떻게 얼굴까지 이쁘답니까~~! 츄릅.)
쟁쟁한 세계의 실력자를 물리치고 1등먹는 모습에서는 감동의 도가니탕이 막 밀려옵니다.
흑..하느님부처님알라님천지신명옥황상제님 감사합니다..우리에게 저런 천재를 내려주시다니...


그런데요. 과연 우리가 천재라고 포장된 재능과 결과물에만 환호하고 찬사를 보내는 것이
(혹은 질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물론 그들이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남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할 지향점에 좀 더 빨리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아무 천재나 거기까지 쉽게 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연아가 무한도전에 나와서 그 해맑은 미소 샤방샤방~ 날리면서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도
저 가녀린 몸을 가지고 저 산더미만한 어른들도 금방 헉헉대는 모진 훈련을 견뎌냈을
수많은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이전에, 연아의 재능을 일찍 간파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나라에서 온몸 바쳐 헌신했을
연아의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힘들었겠지요. 외국대회를 나가면서도 지원하나 없이,
컨디션 조절은 커녕 이코노미석에 몸을 구겨넣고 몇시간이나 비행해가면서 출전하는
딸을 위해 최고의 코치와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테니까요.
연아를 이용하고 싶었던것만 같은 그 코치나 기획사와 딸 대신 맞서 싸운것도 엄마였구요.

 

물론 다른 피겨선수들의 엄마들이라고 그런 노력을 안했을까요.
다른 피겨선수들이라고 열심히 훈련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천재가 태어나 1등을 했다는 사실보다,
이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통해 1등을 이뤄내고
무엇보다 다른 후배들에게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피겨선수가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김연아의 우승을 조명하고 바라봐야 합니다.


엄마표라고 해서 100% 코치까지 다 할수는 없습니다. 유아기와 또다른 시기에 이르게 되면,
엄마는 아이가 최선의 결과치를 낼 수 있도록, 보람을 느끼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줍니다.
홈스쿨을 할 수도 있고, 영어유치원에 보낼수도 있고, 학습지를 할 수도 있고,
학원에 보낼 수도 있지만
항상 아이에게 있어 최선을 찾아주고 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것이
엄마표입니다. 이곳 쑥쑥 게시판에서의 엄마표, 더더군다나 초등과 중등 게시판에서의
엄마표는 그런 의미로 재조명되어야 할것입니다.

 

 

게시판에서의 핑크빛 조언과 경험담은,
어떤 분들에게는 희망고문일 수 있고 어떤 분에게는 자기가 가보지 못한 길일 수 있고
또 어떤 분에게는 가봤지만 도달하지 못한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언에 대한 몇몇 분들의 반응은
김연아 선수처럼 국위선양을 해온게 아니라서 인지 사뭇 다르더군요.

 

차범근도 분명 천재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분이 차범근 축구교실을 만들때에는
다 차범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차범근이 태어날 수 있는 희망을 모두에게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스포츠인으로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게시판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은 쑥쑥의 장점이며 개성입니다.
가끔은 그것이 글을 쓰시는 분에게는 약이 되고 힘이 되지만
가끔은 비수같이 꽂히기도 합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지요.
이곳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높은 지향점과 목표점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런 목표를 이뤄낸 롤모델의 존재는 모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롤모델이 자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방법과
자신이 걸어온 길의 지도까지 제공해줄때에는,
책장사인것 같다는 식의 비아냥으로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을때
그것이 아니라고 함께 설명해 줄수 있어야 합니다.


용기가 없어서, 거들다가 자신도 상처 입을 것 같아서 머뭇거리다가
그 지도를 나눠주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자신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게 됩니다.

 

쑥쑥의 게시판에서는 수많은 분들이 그런 과정을 밟아왔고,
그런 과정을 통해 고마왔던 분들이 상처 입고 다시 나타나지 않게 된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엄마표를 통해 유아에서 초등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드러내놓지 못하고 지켜만보고 계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나타날 때마다 기를 꺾고 상처를 주고 부정했던 분위기 때문에요.

 

저 역시도 똑같은 과정을 밟아봤기에
(지금은 우리 아이들 수준이 뭐 어디 내놓고 자랑하기 부끄럽지만,
초기에는 유아영어를 한 아이들이 드물었으니..)
앞서서 정보를 나눠주는 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들 제발 핑크빛 조언에서는 얻을 부분만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아이가 뛰어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그렇게 되기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풀어주는 정보를 귀기울여 들으시고,
아낌없이 감사인사를 전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앞서가는 아이들이 보는 책을 당장 준비도 안된 아이에게 읽히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책을 읽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에 관심을 가지시면 됩니다.


어거스트 러쉬.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음악천재가 되기까지의 피눈물이 고스란히 실종된 스토리였기에
100점을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쑥쑥의 현명한 엄마들이라면,
그 과정이 더욱 궁금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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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
  • |
  • 2007-12-06 10:41
답댓글

어쩜 그리도 글을 잘 쓰세요...

저는 히플러님같이 말씀도 잘 하시고 글도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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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번
  • |
  • 2007-12-03 19:50
답댓글

ㅋㅋㅋ

히플러님...ㅎㅎㅎ

글 잘 읽고 카아..감동먹구 있는데...

무플방지...ㅎㅎㅎ

이쁜 연아 사진 앤드...명보씨..사진.. 덕분에 넘 잘 봤어요.

웃겨 죽는줄 알았쓰으..에고에고..아이크림 워딨냐...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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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꼽녀
  • |
  • 2007-12-04 05:41
쑥숙들어와서 이렇게 크게 만이 웃어본적은 처음인것같아요
공짜 정보에 이런 선물까정
안 들어오면 모르지롱~~~~~~~~~~~~~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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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een
  • |
  • 2007-12-03 10:59
답댓글

무슨 의미이신지 대강은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을 나눠주시는 여러분들이 상처입지 않는 분위기가 되도록 저도 노력할게요.

그리고 어거스트 러쉬는 꼭 보고 싶네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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