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상담한 중2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라고 했더니 아이가 꺼낸 말입니다.
앳된 소년의 얼굴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잘 모르겠어요."를 반복하던 아이였기에, 마지막 말로도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이 말을 하려고 그 순간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싶어 잠시 울컥...
아이는 자신이 꿈이 없대요.
자기는 의지력이 약하고 게을러서 번번히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잘 하지 못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해야 자기가 의지를 실천할 수 있겠냐고 물은 거예요.
아이가 소리내서 SOS를 청할 때, 그 신호를 잘 받아야겠지요.
"그래?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먼저,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제가 그 날 하겠다고 한 것을 했는지를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하면 돼? 확인했는데 못 했으면? 벌이 있으면 좋겠니?"
"아니요. 벌을 안 주셔도 제가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꼬박꼬박 확인만 해 주시면 돼요."
아이는 엄마가 늘 바쁘신 것이 아쉬워 보였어요.
"좋아. 엄마는 그렇고 아빠나 형은?"
"바라는 거 없어요."
"(학원)선생님께는?"
"숙제를 조금만 내 주셔서 제가 스스로 할 엄두가 나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숙제가 적으면 못 했을 때 제가 이것도 못 했나? 하면서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숙제가 너무 많아서 못 해 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또 다른 것은?"
"그거면 돼요."
"그럼, 너는? 주변에서 그렇게 도와주면 너는 어떻게할래?"
"제가 계획한대로 못 했을 때 그것을 반성하고 깨달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양도 조금씩 늘려가며 공부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자신이 자각하고 각성할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기만하면 끈기를 가지고 실천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이 아이는 자기가 성공하면 운 덕이고 자기가 실패하면 자책하는 성향을 지녔는데, 이런 아이들에겐 야단보다는 격려가 효과적입니다.
아이 어머니께 아이가 제게 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더니 어머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어요.
"뭔가 가슴이 좀 뚫린 것 같아요. 얘를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했었거든요."
어머니는 3개월쯤 후에 그동안의 지낸 이야기를 들려주러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강력한 말로 갑자기 각성하고 딴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계획으로 나아가는 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4년을 목표로 해도 인생 전체로 보면 결코 긴 시간도, 결코 늦은 것도 아니니까요...
....
또 한 가지 이야기.
이 아이에게 수학을 왜 배워야하냐고 물었더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더군요.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서 수학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더냐고 했더니, 아무도 그런 얘기를 자기에게 한 적이 없대요.
자기 생각에 그냥 대학 갈 때 필요할 것 같긴한데, 그 이유도 모르겠고 자기에겐 와 닿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마치 역할극하듯이 입장 바꾸어가며 왜 필요할지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아이와의 면담에서 제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앞으로 꿈이 생긴다'는 가정이었어요.
지금 정해둔 꿈이 없다는 건 앞으로 생길 그 꿈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지금 미리 무엇을 하고 말고를 정해서 골라낼 수는 없죠.
아이가 자신의 바람대로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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