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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을 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 강미선
  • |
  • 2014-08-19
9

며칠 전에 상담한 중2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라고 했더니 아이가 꺼낸 말입니다.

앳된 소년의 얼굴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잘 모르겠어요."를 반복하던 아이였기에, 마지막 말로도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이 말을 하려고 그 순간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싶어 잠시 울컥...

아이는 자신이 꿈이 없대요.

자기는 의지력이 약하고 게을러서 번번히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잘 하지 못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해야 자기가 의지를 실천할 수 있겠냐고 물은 거예요.

 

아이가 소리내서 SOS를 청할 때, 그 신호를 잘 받아야겠지요.

"그래?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먼저,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제가 그 날 하겠다고 한 것을 했는지를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하면 돼? 확인했는데 못 했으면? 벌이 있으면 좋겠니?"
"아니요. 벌을 안 주셔도 제가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꼬박꼬박 확인만 해 주시면 돼요."
아이는 엄마가 늘 바쁘신 것이 아쉬워 보였어요.

"좋아. 엄마는 그렇고 아빠나 형은?"
"바라는 거 없어요."
"(학원)선생님께는?"
"숙제를 조금만 내 주셔서 제가 스스로 할 엄두가 나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숙제가 적으면 못 했을 때 제가 이것도 못 했나? 하면서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숙제가 너무 많아서 못 해 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또 다른 것은?"
"그거면 돼요."
"그럼, 너는? 주변에서 그렇게 도와주면 너는 어떻게할래?"
"제가 계획한대로 못 했을 때 그것을 반성하고 깨달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양도 조금씩 늘려가며 공부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자신이 자각하고 각성할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기만하면 끈기를 가지고 실천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이 아이는 자기가 성공하면 운 덕이고 자기가 실패하면 자책하는 성향을 지녔는데, 이런 아이들에겐 야단보다는 격려가 효과적입니다.


아이 어머니께 아이가 제게 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더니 어머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어요.

"뭔가 가슴이 좀 뚫린 것 같아요. 얘를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했었거든요."

 

어머니는 3개월쯤 후에 그동안의 지낸 이야기를 들려주러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강력한 말로 갑자기 각성하고 딴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계획으로 나아가는 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4년을 목표로 해도 인생 전체로 보면 결코 긴 시간도, 결코 늦은 것도 아니니까요...

....

 

또 한 가지 이야기.

이 아이에게 수학을 왜 배워야하냐고 물었더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더군요.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서 수학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더냐고 했더니, 아무도 그런 얘기를 자기에게 한 적이 없대요.
자기 생각에 그냥 대학 갈 때 필요할 것 같긴한데, 그 이유도 모르겠고 자기에겐 와 닿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마치 역할극하듯이 입장 바꾸어가며 왜 필요할지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아이와의 면담에서 제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앞으로 꿈이 생긴다'는 가정이었어요.
지금 정해둔 꿈이 없다는 건 앞으로 생길 그 꿈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지금 미리 무엇을 하고 말고를 정해서 골라낼 수는 없죠.

 

아이가 자신의 바람대로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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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celyn72
  • |
  • 2014-08-21 13:04
답댓글
선생님 글이 올라온 날 부터... 몇번을 클릭하면서도...

곁에 있는...도움이 절실한 아이를 바라보며...
선생님께 도움을 받고 있는 그 아이와 아이 엄마에 대한 부러움(?)...
나는 왜... 가까이 있는 이 녀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하는 미안함...등등..
마음이 복잡해 댓글이 망설여 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상의를 드려볼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뜬금없는 죄송함인것 같아... 실행하지 못했지요...ㅜ

결국 오늘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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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14-08-21 13:07
너무 멀어서....

메일 주세요~^^

* 앗, 글 올리신 걸 이제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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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한잔콜
  • |
  • 2014-08-21 09:20
답댓글

아마도 많은 아이들의 마음이 저렇겠죠.

엄마가 확인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이 참 가슴을 울리네요.

전 확인후에 항상 아이를 다그치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오늘 비오는 아침 참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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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14-08-21 09:53
단지 지적만 받아도 이미 스스로 자책을 하는 아이들은 굳이 덧붙여 야단치지 않아도 벌을 받은 셈이죠.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험한 세상에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언덕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야단치고 채근하고 닦달하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품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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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14-08-21 10:14
그러고 보니 제가 아직 모닝 커피를 안 했네요.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저도 커피한잔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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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니네
  • |
  • 2014-08-19 16:29
답댓글

저도 그 아이 응원하고 싶네요~~ 흔히들 그나이쯤 아이들이 별생각이 없이 지내는줄아는데 사실 아니잖아요~~ 스스로 반성하고 계획할수 있다고 말하는걸보면 이 친구도 이미 상당한 사고의 깊이가 더해져가고있는것같구요..
옆에서있는 어른된 제가 부모된 제가 울 아이에게도 이렇게 한걸음 물러나 볼수있는 여유가 얼른 생겨야 할텐대요... 내 아이에겐 눈먼 장님이 자꾸되니...
귀한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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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14-08-19 22:19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해요. 하지만 역부족인 자신을 보며 실망하고...그러다 오히려 반항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아이는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좋은 편이었어요. 성격도 순하고 밝은 편이었구요. 그러면서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겠죠. 어디서부터 어떻게해야하나 싶고...

다른 아이를 보고 다시 내 아이를 보면 좀 더 객관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리 엄마들도 조금씩 성숙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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