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애들을 엄마가 키워줄 수는 있는데 난 너밖에 안 키워 봐서 너 키우듯 똑같이 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
이 질문에 오랫동안 가타부타 말을 않던 딸이 좋다는 대답을 한 건 그 아이가 대학에 간 이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여 외동이라서 저렇다는 말을 들을까 유난히 예민해 했던 나는 그래서 더 엄하고 무서운 엄마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엄마에게 제 자식을 맡긴다는 것이 영 찜찜했으리라.
부모 마음대로 크는 자식이 어디 있을까마는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방향으로 열심히 아이들을 키운다. 자유분방하고 똑똑한 아들을 믿었던 부모 때문에 당신의 인생이 제멋대로 되었다고 후회하신 아버지는 똑같이 반항적이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딸을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의 틀에 가둬 키우시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셨다. 그 밑에서 자라면서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마음먹은 게 어디 한 두 번이었겠는가. 그러나 나 역시 같은 시행착오를 범하며 내 딸을 키웠고 어쩜 내 아이의 아이들까지도 키우게 될 것이다.
손주 키울 친구를 염려하는 친정엄마 동창들이 ‘너그 애기는 니들이 키우라’고 쓴 결혼 축하 화환을 보내고 장모의 덕목으로 튼튼한 재력과 허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그 둘 다 부실하지만 나는 내 딸의 아이들을 키워주고 싶다.
아이 하나 더 낳으면 한 달에 자녀수당을 얼마를 더 준다느니 셋째부터 세금 혜택이 있다느니 하는 정책으로는 우리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개선되어 고등교육을 받아 사회진출을 꿈꾸는 여성들이 결혼과 육아 때문에 발목 잡히는 문제를 전격적으로 해결해 주기 전에는. 나 역시 내 딸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쏟은 노력을 곁에서 지켜보고 격려했던 사람이고 그 노력이 헛되이 되는 걸 원치 않는 이 땅의 많은 엄마 중 하나이므로 내 딸의 육아 걱정을 덜어주고 싶다.
“엄마는 옆에서 뭐했어, 애 다치는 줄도 모르고...” 라는 핀잔을 듣게 되는 날, 난 당당히 말하리라. “너 한 살 때쯤 이었을 거야, 엄마가 너를 안고 있다가 한순간 놓치는 바람에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쳐 이마에 이만한 혹이 나게 한 적이 있었다. 니가 끼고 키워도 마찬가지야. 엄마는 그냥 너 키울 때랑 똑같이, 열심히 키우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생각해 보니 당시 옆에 있던 아줌마들이 나더러 친 엄마 맞느냐고 하긴 했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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