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나가 보았습니다. 가끔씩 찾는 곳으로 옛 부산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촌스럽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곳 보여드릴게요.
휴대폰 사진인데 너무 크게 올라가네요.
줄여봤는데 이미지가 왜곡돼서 일단 그냥 올려요.
부산 시내에서 멀지 않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입니다.
한 100m 좀 넘을 듯한 골목 양쪽으로 빼곡하게 헌책 서점들이 모여있어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 줄 나란히
서점들이 즐비하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몇 발자국 옆으로 서면 한 쪽만 나오지만 사실 위애서 보듯이
사람 두엇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무슨 책들이 있을까요. 없는 것이 없답니다 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저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가슴 답답함도 느껴요.
이렇게 많은 책이 언제 주인을 만날 것인가.
내가 만든 책도 이 곳에 와서 먼지로 더해지는가....


영어책도 꽤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쑥쑥 중고몰과 연계해 사업을 해볼까 구상도 해봤네요.

누군가 머리를 싸매고 단어 외울 때 썼을 사전들.
이제는 휴대폰 앱에 밀렸지요.

선배님 중 6녀1남 막내인 분이 계세요.
이 서점 골목에 들어서더니 마구 감정에 겨워하면서 추억을 떠올립디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청계천 헌책방 골목에 자주 갔었답니다.
몇 시간씩 거기서 책을 보라고 아버지가 거기에 두고 후에 만나서 돌아왔는데,
학교를 많이 다니지 못했던 당신 아버님께서 책은 보지 않으셨을 테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셨는지 모르겠다고.
살기 힘들어 새 책을 사주실 수 없으니 그렇게 하셨던 거 같다고.
오늘 KBS 다큐 히말라야인을 보면서 제가 실컷 울었습니다.
얼음길을 헤치고 추위를 먹으며 학교로 자녀를 보내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
교육 만이 가난을 벗을 유일한 길이라
온 마을 온 가족이 눈 길 얼음길을 나서는데
어른들은 등에 짐을 지고 어린애들은 꽁꽁 싸매고 고행길을 가더군요.
아, 가슴 아파라. 세상의 아비들, 그 사랑이 눈물 겨워 울고 또 울었습니다.
제 아비도 저희 형제들에게 책을 사다주셨고,
그 책이 닳아서 헝겊으로 표지를 다시 붙여 읽게 해주셨습니다.
보수동 책방 얘기로 돌아와서.
이 곳이 그리 촌스럽기만 한 곳은 아닙니다.
요렇게 아담하게 이쁜 곳도 군데군데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늘 한참 올려다 보는 곳입니다.
골목 끝자락이랄까, 약간 골목이 끊어졌다 도로 이어지는 곳 즈음
이렇게 많은 계단이 사람들을 높은 곳으로 올려다줍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이어갔을까?
얼마나 많은 아가들이 꿈을 안고 이 계단을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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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 핑키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