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후 약간의 공백이 생긴 6개월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실컷 교육 서적을 읽었었다.
아이를 갖기 전에 육아를 비롯해서 교육에 대한 나의 철학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준비를 하고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서, 임신은 결혼 1년 후로 계획했다.
당시 내가 꽂힌 것은 영국의 '섬머힐'을 세운 니일이 쓴 <문제의 부모>,<문제의 교사>.
우연히 읽게 된 그 책들은 나로 하여금 그 순간부터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거듭해서 거의 외울 정도로 읽었다.
그렇게 뇌에 새기고 가슴에 새겼다.
아이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으로서, 그 책들은 이후 (어쩌면 평생 아이들과 함께 할) 나의 인생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까지 내게 가장 강력하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은, '아이들은 죄가 없다.'이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죄는 부모와 교사가 짓는다...
나의 결혼 생활은 이제 곧 21년째가 된다.
내가 그 책들을 읽었을 때, '나는 앞으로 21년 동안 이렇게 저렇게 살 것이다.'라고 치밀하고 세밀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발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살아왔다.
인생을 살다가 어떤 갈림길을 만났을 때, 누구나 선택을 해야 한다.
양 갈래로 난 두 길이 그 순간에는 따로이지만, 가다가 어느 길목에서 서로 만날지도 모르고,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갈림길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서, 묻는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면, 이제는 한 길만 보인다.
내가 가야 할 바로 그 길.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서 매순간 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나의 가치관이다.
진짜 내 생각.
만약 어떤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아무래도 잘 못한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온다해도, 괜찮다.
길은 이어져있고, 언젠가는 본래 내가 원하는 바로 그 길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원하니까.
내가 원하는 것.
내 생각.
그것이 중요하다.
...
작년 말, 아이가 전공 선택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면서, 그 길로 가면 무엇이 나오냐고(무엇을 계획하냐고) 물었다.
"가 봐야 알지."
가서 어떤 길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다음 선택을 하겠단다.
모든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아직 모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하필 그 전공이냐고 물었더니, 커리가 마음에 든단다.
대학에서 1년을 지내보니 이제사 교과목 제목의 뜻을 알겠다고.
가 봐야 알지.
인생은 도착점이 아니고, 어디론가 가는 길 그 자체.
그 길에서 겪는 모든 것...
문득, "짬빠노가 왔어요, 짬빠노~"를 외치는 영화, '길'이 보고 싶다.
그 영화 보면서 참 많이 울었었는데...
돌아보면,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들이 있는 것 같다.
언뜻보면 서로 달라보이지만, 그냥 나를 끌어당기는 그 무엇들...
내가 무엇에 이끌리는지를 잘 헤아린다면, 인생이 그렇게 덧없지는 않지 않을까.
최소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는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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