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님이 오늘 올리신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과거 세대들이 공부하던 방식( 이 글에서는 세계샘님의 주장을 말함)은 타당성을 논할 가치가 없다.
2. 다양성을 인정하기에 앞서 타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저는 독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를 두 가지에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세계샘님 특유의 화법이고, 두 번째는 "독해"라는 어휘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끼어들어 언급할 여지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 눈길을 돌려보면, 세계샘님의 글을 이해하는 데에는 제시하신 비유를 잘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비유를 읽으면서 저는 furniture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가구라는 물건은 실제로는 없습니다. 식탁, 의자, 침대등을 총칭하는 말이죠. 그래도 우리는 가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의사 소퉁을 하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세계샘님의 의도는 가구를 구성하는 요소들만이 실제 있을 뿐이다. 가구는 실재하지 않는다.마찬가지로 영어도 어휘들이 문법이라는 규칙에 따라서 배열된 것이므로 구조적으로는 독해라는 개념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구조론적 입장에서, 그 범위에서 말하고 계신 것이 아닐가 합니다. 식탁, 의자, 침대들을 모아놓고 가구라 불러도 문제가 없듯이 문법, 단어, 숙어를 잘 알면 독해는 잘 되는 것이다는게 요지이죠.
정리해보면, 세계샘님의 독해에 대한 정의는 문장은 단어로 구성도어 있고, 또한 문법을 " 글이 가는 길" 로 이해해보면 이는 어순을 칭하는 말이므로 문법은 어순을 익힌다는 말과 등치되는 것이죠. 홍박샘님이 세계샘님의 글에 덧글을 다신 내용을 보면, 독해의 정의를 목적과 다양한 이유에 따라서 구분하고, 세계샘님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세계샘님은 홍박샘님의 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으신 것으로 보아 타당성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하신 것으로 저는 해석했구요. 저는 이 글들을 보면서 참 건설적인 토론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샘님의 "독해"에 대한 정의는 제가 이해한 범위에서 제시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독해를 행간의 의미, 문학적 읽기등을 포함한 것으로 범위를 넓혀서 이해하고 계시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구요.
우리가 보통 글을 읽을 때에는 (수능 언어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덕목입니다) 작가의 글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으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이 읽는 것과 동시에 주입되면 글의 내용이 곡해될 소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능 언어에서도 이 덕목을 중시하는 것이죠. 올바른 읽기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글의 내용을 충실히 읽으면서 아~ 이 작가의 글의 요지는 이렇구나, 근거로 이러이러한 것들을 제시했구나~ 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글을 모두 읽은 후에,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어느 부분이 설득력을 갖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죠.
기어님이 오늘 올리신 글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우리가 글을 쓸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중의 하나는 예시(illustration) 입니다. 기어님은 쑥의 우수성을 설파하시고, 그 근거 ( supporting detail)로 따님의 사례를 사용하셨습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고, 타당한 근거입니다.
그렇지만 문법을 공부하고 단어를 외우는 방식이 왜 구시대적인 유물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리에서는 설득력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어님이 제시하신 근거는 1. 영어 공부의 역사가 말해준다 2. 우리가 피해를 본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우리 나라에는 지리적 환경, 경제적 빈곤 등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영어 공부의 수혜를 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책읽기를 싫어하고, 꼬부랑 글씨만 나오면 두드러기부터 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세계샘님이 영어 지도를 생업으로 하고 계시다는 점, 정확한 근거 위에서만 글을 쓰는 성격, 학원에 아이들이 오면 공부 자세부터 엄격히 지도한다고 했던 과거 게시글 등을 감안한다면, 현장에서 이러한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에게 영어를 읽게 한 많은 데이터와 경험치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사실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은 이러한 아이들과 만나는 것이 숙명과도 같죠.
이런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하나요?? 문법을 과도하게 공부시키고 단어를 줄창 외우게 해서 영어 글을 읽게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독해의 범위를 확대시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도 나아갈 수 있는것이죠. 마치 수학에서 자연수부터 시작해서 복소수까지 배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첨언하자면,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두신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텝스 고득점자가 중등 영어 내신 틀리면 안되죠.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이건 수능 시험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신 영어나 수능 영어는 성실성, 꼼꼼함, 실수하지 않으려는 메타인지와 치밀함등의 덕목이 근본적인 영어의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중등 영어 내신에서는 서술형에서 단어 사용을 교과서에 있는대로 쓰지 않으면 감점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이런 시험에서는 세계샘님의 말도 안될 것 같은 방법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구시대적인 영어 방법(?)은 영어를 잘하는 아이에게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저도 제 아이의 사례를 사용하겠습니다. 제 아이는 TEPS 800은 훌쩍 넘기는 정도의 실력은 됩니다. 그런 제 아이에게서도 정체기는 있었습니다. 그 때 돌파구가 되었던 방법이 세계샘님의 방법과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먼저 예문 하나 들겠습니다.
The cat switched its tail.
위 문장은 시사 YBM 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할가요? 고양이가 꼬리를 바꾸다? 말이 안되는 독해입니다. 이 문장이 해석이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는 switch라는 단어 하나 때문입니다. 텝스에는 이런 문제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switch는 자동사로는 바꾸다, 타동사로는 때리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 동사 뒤에 tail이라는 명사가 왔으므로 목적어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switch는 타동사입니다. 사전에 적힌 그대로 해석을 옮겨 보겠습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쳤다.
이런 공부 과정을 순차적으로 따져보면, 1. 단어 2. 문법 3. 독해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아이의 정체기는 이 방법으로 극복되었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제가 쑥을 찾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쑥의 방식에서 저의 아이들에게 부분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자료도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제가 받는 도움을 쑥에 돌려주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수학글 올리고, 영어글 올리는 것입니다.
오늘 제시한 사례 하나만으로 쑥이 폐쇄적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그동안 쑥에서 이런 경험들을 많이 하였고, 오늘과 같은 일도 하나의 사례가 되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도 서로간의 충실한 대화를 진행하다보면 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영어뿐만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조금은 더 개방적인 게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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