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긴 나들이를 마치고 온 듯 해요. ^^
캐런은 초 6의 막바지에 있고, 사춘기는 얼추 지나간 것 같아요.
마음 표현도 안하던 녀석이, 이제는 "미안, 내가 실수했어."라는 사과도 할 줄 알네요.
지금은 "엄마도 외출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어." 라고 살갑게 위로도 하고
"내가 살아보니까 그런 것은 신경 안써도 되더라구." 라며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영어는...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영어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안하려고 하더라구요.
저도 잔소리 하기 싫고, 확인하기 싫고, 예전처럼 신경써줄 여력이 되지 않아
알아서 하라고 놔두었죠. 그래도 그동안 해온 습관 때문이었는지, 꾸역꾸역 책은 읽는 듯했어요.
한 1년을 그리두었더니, 어머나!
눈만 알파벳을 쫓아갔고, 입만 소리를 쫓아갔더라구요.
쉽게 읽었던 책들도 떠듬떠듬.
다시 단계를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동안의 시간들이 아까워서 화가 날 뻔 했어요. 대신,
그동안의 시간들은 반드시 아이에게 차곡차곡 쌓여있을 테니
다시 시작해도 분명 오래지 않아 자기 속도를 낼거야...빨리 마음을 바꿨어요.
그리고 캐런에게 다시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했죠.
자기도 놀랐나봐요. 단어 하나 하나 읽는 자신을 보고, 왜 이게 안되지?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노트에 적어온 계획!
단어 외우기는 이제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문법은...저와 공부하는 다른 초 6 아이가 영어시간에 칭찬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자기도 엄마랑 공부하겠다고 하네요. 엄마랑 공부하기 싫다고 입을 내밀던 녀석이,
그 친구의 달라진 모습에 자극도 받았나봐요.
그래서 요새 다시, 베렌스타인 집듣, 소리내서 읽기 하고 있어요.
ORT 5단계 읽기도 하고, 쉬운 독해집 풀어보기도 하고...
엄마가 사다놓은 영어책은 대부분 재미없었다는 고백도 하고...
그래도 자기 학년에서 자기가 제일 영어 잘 하는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제 나름대로는 서두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게 한다 싶었는데,
아이에게는 계단 계단 마다 쉬면서 둘러볼게 많았나봐요. 저만 저 만치 올라가고 있었나봐요.
그래도, 영어는 절대 안하겠다고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놓고 와서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는데, 잘 찾아서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요.
그동안 몸 구석 구석 쌓인 영어가 있어서 마음이 조급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아요.
언젠가는 제 속도를 낼 날이 오겠죠. ㅎㅎ
엄마표 영어 하다보면 이런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죠.
엄마의 속도가 빨랐거나, 엄마의 계단이 너무 높거나 가팔랐거나,
아이의 성향을 잘 몰랐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나....^^
그래도, 그동안 배워왔던 것들, 채워왔던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아요.
언제든 움을 틔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캐런도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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