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즈음 큰애가 고3 때는 무엇을 했을까? 궁금하여 칼럼을 찾아보니..
역시 빈 공간이네요.
'묵언수행'이라고 하나요?
요즘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학교를 다니는 학생 처럼 시간표에 맞추어 일과가 빈틈없이 짜여져 있습니다.
바쁜 일상이죠.
아이들이 크면 여유롭게 살 것 같았는데...
새벽 6시에 일어나 11시 반에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새벽에 일어나도 아침상을 차릴 일은 없다...는 것이 제 삶의 가장 큰 변화죠.ㅎㅎ
아이들은 모두 집을 떠나 있고 남편은 새벽 운동이 끝나면 연구실에서 아침 식사를 하거든요.
아침은 기도로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묵주의 구일기도를 바친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일과가 끝나고 기도를 바쳤기에 30분 기도에 15분은 졸며 기도를 하고
때로는 1시간이 넘어가 버리기도 했죠.
남편이 정성 없다고 잔소리 하기에 아침기도로 바꾸었습니다.
솔직히 제 기도는 모범학생이 숙제를 빼지 않고 답안지를 배껴내는 숙제와도 같은 것이죠.
10년간 기도를 했지만... 절실하게 마음깊이 스며들지 않아 늘 갈등이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숙제와도 같은 것...
기도가 끝나면 스맛폰으로 여기저기 들러보고 혼자 밥을 먹습니다.
4,5월은 중요한 과제가 있어서 오랜만에 공부를 하느라고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보다도 열정을 다해 어느 한 분야를 연구해 보았죠.
남편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지만...이 나이에 공부는 싫습니다.
이 힘들고 어려운 공부를 우리 애들이 평생 해야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사실에 회의를 가져보기도 했죠.
6월초 일이 마무리되면 머리도 하고 쇼핑도 하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지만..
아직도 머리는 하지 못했습니다.아..파마 염색할 시간도 없이 살고 있네요.
하루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오전 매일미사 입니다.
미사전례를 배우게 되면서 카톨릭의 미사 한대 올리기가 얼마나 공이 많이 드는 일인지 알게 되었죠.
요즘 제가 가장 열정을 다해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은 제대봉사입니다.
매일미사를 하면서...
일주일에 두번은 성당에 가장 먼저 나가 미사준비를 하고 미사가 끝나면 마무리 정리를 하고 제일 나중에
나오게 됩니다. 2시간 30분 정도를 오로지 그분을 위해 봉헌합니다.
세상의 모든 잡념을 잊고 몰두할 수 있기에 얼마나 행복한지...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았다는 자부심도 느낌니다.
천정이 높고 넓고 웅장한 성당을 혼자 차지하고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며 수련을 합니다.
제 나이에 무언가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스트레스도 있지만..
치밀하게 해야하는 일을 맡아 혼자 해야하는 긴장감..삶의 활력소가 되고..
너무너무 하기 싫은 살림살이...
베란다 청소 한번 하려면 한달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ㅎㅎ
집에 식구가 없어도 구석구석 먼지가 얼마나 쌓이는지..
어제는 드디어 장마맞이 베란다 대청소를 했습니다.뒷베란다는 아직입니다.ㅠㅠ
장아찌 담그려고 양파와 마늘 3접을 보관하려하니 청소를 해야만 했지요.
제가 살림살이를 게을리 하는 편입니다.집 지어 이사가면 살림살이 부지런이 할거라고 큰소리쳤어요.
정원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가는 것이 제 장래의 꿈입니다..
이번주는 장아찌 담그기에 재미를 붙여 양파 장아찌와 마늘 장아찌를 담그었습니다.
엄마가 보내주신 양파,마늘 장아찌를 먹으니 김치가 필요없을 정도로 입맛을 자극시킵니다.
어제는 드디어 새벽 2시까지 마늘 반접을 까서 식초에 절여두었습니다.한접 정도 더 담궈야 할 것 같습니다.
애들 오면 양파 장아찌에 고기를 구워 먹일 생각에 흐믓합니다.
큰아이는 복학해서 학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성취욕이 강한 아이...사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벌써 종강하고 계절학기 준비하며..요즘 계절은 대학생들의 필수조건입니다.
SK 후원으로 프랑스에 2~3주 가서 연구하는 팀을 조직하느라..방학을 했지만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에 가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아이는 그 시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갈등.
작은 아이는 고3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체중이 반년간 7Kg이나 빠지고 중간고사 끝나고는 코피가 지혈이 되지 않고 열이 너무 높아
응급실까지 실려 갔다 왔습니다.
큰애는 중3때 쓰러졌는데..작은 애는 고3때 쓰러지네요..
아이가 쓰러지고 일주일간 제 밥 맛이 없더니...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를 위해 뭐 하나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몸보신을 시켜주고 싶지만 외식 한번 못하고 주말에 고기나 구워 먹이는 정도..
아픈 만큼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고3은 누구나 열심히 하기에 성적을 받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죠.
극과 극...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남편이 아이들 크는 것을 '꽃'에 비유하더군요.
우리 부부가 정성을 다해 아이들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고요..
엄마표 공부가 아니었어도 엄마의 모범생 기도가 아니었어도..
아이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잘 자랐을 거라고요..
아파트 단지에 계절마다 피우는 꽃을 보니..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내 곁을 떠나면...
날아다닐 줄 알았는데...아니네요.
그래도 내년 정도에는 제 인생도 수채화 물감으로 물들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살아야 겠습니다.
일주일 이내로 제 글이 뒷 페이지로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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