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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교과서와 서술형 평가의 상관 관계

  • 강미선
  • |
  • 2013-04-08
5

지난 4월 5, 6일 이틀 동안 이화여대에서 '한국수학교육학회'가 열렸었습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중점 주제가 '스토리텔링 수학'이었어요.

그리고 교과부로부터 지원받아 서술형 평가 문항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과 서술형 평가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연구 책임자나 연구원들 중에 지인들이 많아서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구요.

 

현재 학부모님들이 알고 계신 정보 중에 잘 못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빌어 정리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 연구자들과 서술형 평가 연구자들은 서로 다릅니다.

스토리텔링 교과서는 스토리텔링 교과서이고, 서술형 논술형 평가는 서술형 논술형 평가입니다.

연구자들은 교과부 등으로부터 받은 연구 과제에 대해 각 팀별로 연구를 합니다. 서술형 평가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교과서가 스토리텔링이던 아니던간에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즉, 스토리텔링 교과서 때문에 서술형 평가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과서 연구와 평가 연구가 별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중학 수학과 고등 수학 교과서도 스토리텔링 형태가 될지 말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초등 교과서는 국정이기 때문에 한 가지 교과서가 전국의 학교에 배포가 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도 스토리텔링으로 하는 게 좋을까 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화두였습니다.

개발된 모델 교과서와 집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중지를 모으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하는 것이기에, 거기에 모인 분들끼리 의견 통일을 보았다해도 아무 의미가 없지요.

일단 연구과제와 연구비를 받았으니 연구를 하여 결과물을 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또한, 중등은 국정이 아니라서 교과서 집필 정책의 방향이 스토리텔링으로 결정이 된다해도, 각 출판사에서 제대로 반영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장 교사들이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교과서는 그 학교 교과서로 채택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출판사로서는 교과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으니까, 교사들 입맛에 맞추는 형태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가 어떻게 바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재 개발된 모델 교과서 중에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와 비슷한 형태도 있고, 거의 소설책인 교과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델은 모델일 뿐입니다.

 

3. 스토리텔링 교과서 때문에 서술형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학회에서 기조연설하는 교수님이 "이러다가 사교육 좋은 일만 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시더군요.

정확히 실상을 알고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교과서와 서술형 평가 연구자님들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아셨으면 합니다.

항간에 스토리텔링 교과서 때문에 서술형 평가가 어려워진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서술형 평가 개발 책임자께서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러면서 "서술형 평가는 장기 프로젝트로 계속 연구하는 중이었기에 스토리텔링 수학과 무관하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제가, "근데 스토리텔링 교과서에서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열린 문제도 좀 들어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학부모들은 서술형 평가과 연관시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4. 평가는 교육청이 결정합니다.

스토리텔링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자율로 진행합니다.

즉, 교과서 따로, 평가 따로라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부에서 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실제 하고 말고는 교육청이 결정합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이번에 서술형 평가에 논술형 평가도 도입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논술형 문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논술형과 서술형의 개념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어떤 이가 현재 개발중이고 앞으로 수정할 모델 문제들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나오는 게 확실하다."고 호언장담한다면, 그 사람은 지금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5. 시험 문제는 그 학교 교사가 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험은 그 학교 교사가 낸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팀을 짜서 공동으로 서술형 문항을 개발해서 공유하기도 합니다. 혼자 만들기는 어려우니까요. 이런 노력은, 각 학교 수학샘들이 모여서 할 수도 있고 지역별로 팀이 구성되어 공동 연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개발한 문제를 쓰던 본인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그 학교 문제는 그 학교 교사들이 냅니다.

채점 기준도 그 학교 교사들이 정합니다. 누가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어떤 학교 서술형은 지극히 복잡할 수도 있고, 어떤 학교 서술형은 아주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어떨까가 걱정되시겠지요? 그건 학부모의 목소리에 달렸습니다. 

학교가 학부모를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문제의 난이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6. 시험은 배운데서 냅니다.

시험은 배운 데에서 내게 되어있습니다.

교과서에 스토리가 가득하던 숫자만 가득하던, 중요한 건 '내용'입니다.

시험은 그 내용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평가합니다.

오지선다형 문제는 오지선다형에 맞게, 서술형 문제는 서술형 문제 평가 기준에 맞게 출제되고 채점 됩니다. 

시험 문제를 낼 때, 사교육 경감 대책에 의해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을 시험에 내면 제재를 받게 됩니다. 이번에 교육청에서 공문으로 시험 문제를 다 수거하라고 했답니다. 분석을 해서 만약 교육과정 밖에서 냈다면 처벌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에도 여러가지 학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는 학교라면 그 학교가 어떤 학교이던 원칙에 어긋나면 안됩니다.

만약 어떤 학교 시험 문제가 학교 밖에서 나온다면, 지침을 어긴 것이기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처벌될 것입니다.

 

7. 위기감을 조성하는 무리들에 제발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좀 이상하더군요.

제게 책 집필을 요청하는 출판사나, 칼럼 청탁을 하는 어린이 잡지사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교육 방송사나 한결같이,

"스토리텔링 수학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것이었어요.

"네? 교과서가 쉬워 지는 데 뭘 준비하죠?"라는 게 제 대답이었구요.

스토리텔링 교과서 도입 취지가 한 마디로, '수학에 대한 호감'인데 뭘 대비를 하는 건지??

그러면 그 분들은 "글이 아주 긴 서술형이 늘어나잖아요. 스토리텔링이니까요."라고들 합니다. "이런...누가 그래요??"라고 물으면, 책이나 신문 기사를 내미는데...흠...그 진원지가 어딘지 알겠더군요.  

 

8. 스토리텔링 교과서는 수학 불안 해소를 위한 교과서!

이번에 새 교과서와 모델 교과서로 과연 수학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었나를 검사했더니, 아직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중위권' 학생들의 수학 선호도는 올라간 것으로 보인답니다.

아주 못하는 학생은 여전히 못하고, 아주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다소 시시한 교과서지만 중위권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 교과서가 최상위권을 위한 교과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9. 스토리텔링 교과서에 따른 평가 문항은 이제 개발 시작

교과부에서 이번에 스토리텔링 교과서로 공부한 아이들에게 작년 시험지로 단원평가를 보았더니 평균 성적이 떨어졌더랍니다.

그래서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랍니다.

스토리텔링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한테는 기존의 평가와는 다른 평가를 해야겠구나하는 걸 이제 알았답니다.

아직 평가 문항이 만들어진 건 아닌 거죠. 아마도 이제 스토리텔링식 평가 문항 개발팀을 꾸리는 중...

 

10. ...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예전부터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짜고짜 진도부터 나가는 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도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많았지요.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수업 방식의 일종으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과대 포장해서 무슨 새로운 혁신이라도 세운 양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게 문제의 발단이고, 그것을 호재로 대형 설명회를 하고 전국 프랜차이즈 점을 늘리는 사교육업체가 있을 뿐인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신념대로 수업을 하는 이땅의 많은 교사들이 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도 뭔가 복잡하게 얽혀가는 지금의 상황을 답답해하는 현장 교사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눗셈의 몫에 0이 들어가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설명할 수 있냐는 어떤 교사분의 메일도 받았습니다.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밤새 연구하고 낯선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에게 가슴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내 아이의 담당 샘이 그런 열정이 있는 분이 아닐 것 같다고 너무 지레 걱정하고 지레 앞서가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아직까지는 기업형 사교육업자들보다는 낫습니다.

 

게으른 교육자분들께서는 부디 각성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무관심이 아이들을 병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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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님
  • |
  • 2013-04-09 19:20
답댓글

좀 감이 옵니다...쉬워진 수학.결국 최상위권이나 좀더 어려운 수학은

지금처럼 학원에서 해결하고..학교시험 문제가 쉬워질 것같네요.수포자는 좀 줄어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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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마녀
  • |
  • 2013-04-08 17:44
답댓글
네.긴 설명 감사합니다.
섣부른 걱정은 접어도 되겠지만 걱정이 좀 되는건 사실이에요.
아이가 중1이어서 새교과서를 구경했어요.
관심이 있어서 개정된 중2,3 교과서도 구입해서 보았구요.
전반적으로 많이 쉬워진 느낌이었어요.
깊은 사고를 요하는 문제도 줄었고
실생활 문제를 많이 끌어들여서
수학이 대학가는데만 필요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어느정도 불식시킬수 있겠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수월하게 가르쳐놓구 과연 수능에서는 변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더라구요. 테스트해보니 스토리텔링으로 배운 아이들의 성취도가 작년보다 낮다는 결과에서도 보여지듯이요.
정말 사교육시장만 배불리는 것 아닌가 몰러유.
무조건 불안한 학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교육시장의 움직임도 무시하기에는 새가슴이라서요...ㅜ
너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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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마녀
  • |
  • 2013-04-08 17:47
너무 자주 바뀌는 교과과정과 교육정책....
정말.... 아이들괴 학부모들에게 가혹한 것 같아요.
부모가 중심을 잘 잡아야...아이들도 흔들리지 않겠지요?
뒷이야기들까지 들려주어서 감사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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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3-04-08 13:12
답댓글

ㅎㅎ 저도 속시원. 최근 여러 성가신 문자, 메일들 받으면서 또 광풍이 불겠구나 싶었습니다.

개선이 개악이 되게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수학교사들께는 분명 요구되는 게 더 많을 터인데.. 더 좋은 수업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선생님들께 저도 가슴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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