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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벼루, 천 자루의 붓

  • lazy
  • |
  • 2015-10-08
0

이 글은 제 블로그 글이라 올림체가 아닙니다.

공부와는 무관한 글이지만 가끔 이런 글도 올리려구요...

아이들 거의 다 자라면 이러는구나..하며 읽어주셔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추사선생의 이야기다.

 

추사체의 근간은 "70년동안 구멍 난 벼루가 열 개요, 닳아 몽당이 된 붓이 천 자루"였다는 선생의 말씀에 다 들어 있다.

 

 

 

거창허니 서체를 이루려는 것도 아니고, 글씨 자랑하러 세간에 머리 디밀 요량도 아닌

 

소박허게 말하면 늙어 소일거리를 미리 마련함이요,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추레해져가는 외모에 대한 서글픔을 정갈한 글씨로 위안삼을까 하는 것.

 

익히 알고있었던 글자를 못읽게 되는 황당함도 한몫한다. 읽어내도 쓰지 못하는 건 또 어떻고!

 

 

 

그래서 사흘 전부터 초등용 한자공책에 사자성어를 쓴다.

 

70년은 못되더라도 지금부터 시작하여 십여 년 쓰고 지우고 또 쓰다보면 몽당연필 천 자루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정도 썼을 때의 성취가 어느 정도 되려는지 알고 싶다.

 

 

 

연필로 나는 별 걸 다 한다.

 

하루 공책 한 바닥 쓰는 일기,

 

스케줄러 기입,

 

메모,

 

영어공부(생업에 필요한 만큼의 백만분의 1)

 

그리고 갓 시작한 한자쓰기...

 

 

 

사진의 몽당연필은 그러니까 한자를 제외한 일상의 흔적이다. 깜냥을 얄팍하게 굴려서 저것들을 내 '천 자루 붓'에 합산한다..쿠하하~~~

 

 

 

일기일회一期一會

 

일생에 단 한 번 만나지는 인연일지도 모르니 모든 스침에도 삼가고 공경하라

 

거기에서 확장하여

 

천재일우 만세일기千載一遇 萬歲一期

 

 

 

심한신왕心閒神旺

 

마음을 번다히 늘어놓지 않으면 정신활동이 오히려 왕성해진다...

 

왕성할 旺에서 가지를 뻗어 土旺用事, 和旺之節..등등 계절에 대한 사자성어를 몇 개 더 한다.

 

 

 

점수청정點水蜻蜓

 

물점 찍는 잠자리

 

 

 

선성만수蟬聲滿樹

 

나무에 가득 매달려 우는 매미소리

 

 

 

관물찰리觀物察理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피되 눈으로 보지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어라.

 

 

 

사간의심辭間意深

 

간결하게 하되 담긴 뜻이 깊어야 좋은 글이다

 

...까지 했다. 정민 선생의< 일침(日針)>으로 교본을 삼는다. 하루 한 시간쯤 쓴다.

 

 

 

말과 글을 닫고 지낸 지난 7년 여, 그렇다고 그것들이 속에서 와글거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돈된 것도 아니다.

 

그저, 미친 말(馬)처럼 풀어놓은 그 많은 말(言)과 글들에 민망해하며, 많이 반성하였다. 내어 놓은 말과 글은 쏟아진 물과 같아 수습하려면 절망이다.

 

쑥쑥에 얼굴을 디민 속내다..늙은이 주책을 면하려면 내 손에 말과 글의 고삐가 단단히 쥐어져 있어얄 것이다.

 

 

 

정민 선생은 근자에 들어 유독 그 '말과 글'의 엄중함을 강변하신다. 세태탓이리라...

 

 

 

그나저나...

 

한때는 제법 읽고 썼다. 전공이 법학이라, 조사와 종결어미, 일부 서술어만 한글이고 한자일색인 강의 판서며 사법고시를 위한 대비로 초고속 필기는 학부과정의 훈련 대부분을 차지했던 때이므로 한자는 당연히 초서 일색이었다. 사시 전공시험 서술은 주어진 논제에 대해 4절지 7페이지 정도를 써내야 했다 주어진 시간에! 그러면 모나미 볼펜 한 자루의 잉크가 바닥이 난다.

 

학교 시험은 보통 서너 페이지는 썼었다. 목포가 고향인 동기가 먼저 일어나 쓰윽 지나가며 "넌 먼 소설을 그러코롬 써쌌냐~" 이죽거렸었다.

 

분량 늘이느라 소설을 쓴 나나, 머리 쥐어짜다 한쪽 쓰고 더는 안돼 털고 일어나는 그 친구나 학점은 같다..

 

소설에 동정점수를 주셨나?

 

그때부터도 화려한 수사에 혹해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 이 나이에 만판 풀어놓은 말을 수습하랴 맘이 바쁜 것이겠지...응보다.

 

지도교수셨던 상법교수께서 늘 그러셨었다., 법대 출신이 소설을 더 잘 쓴다나 뭐라나~~기승전결, 논리 훈련이 저절로 된다고..ㅎ

 

결론은, 소설도 써본 적 없고, 사법고시도 응시한 적 없다.

 

 

 

 

 

왕희지 서체를 흉내내어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숫제 초등 수준이다. 연필 꾹꾹 눌러 쓰다 지우고 다시 쓴다.

 

 

 

그런데 무서운 것이 사람의 습관이라 30년도 더 전의 쓰기가 몸에 각인이 되어 있었는지 여기 불쑥 저기 불쑥 초서가 나온다..아이고...........

 

마음 心자 초서로 휘갈기다 지우고 다시 쓰면 또 그 짓을 하고 있길래 연필 내던지고 한숨 돌리며 이 글을 쓴다.

 

서두른다고 목적지에 더 빨리 갈 수 있으랴...제 길 꾹꾹 눌러 밟아 가다보면 저절로 보폭이 안정될 때가 있으려니, 초서는 그 때에 써야 하는 것일 터..

 

사람 사는 일이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지름길 찾는다고 허둥대다 그 길 되짚어 처음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참 싫다. 그러니 제발!!! 초서를 잊어달라고!!!!!!

 

 

 

 

 

마음 갈무리 쉽지 않은 거나 글자 하나 내 맘대로 안되어지는 것이나...참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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