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텅빈 집
처음 우리 부부 둘만의 성탄절을 보냈다.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
애들 어릴 때 부터 어김없이 해 온일...
올해도 우리집에는 아기 예수님의 구유를 만들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그 분 마음에 드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성탄절 밤 미사를 보아야 했기에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저녁도 간단히 먹어야 했다.
애들 집에 있었던 작년에는 바나나 새우와 스테이크, 선물받은 겨울 포도로 파티를 했던 기억...
선물 받은 케익을 먹을 사람도 없었다.
물론 지난주에 담근 맛있는 김장김치도 아직 꺼내지 않았다.
밤미사 가는 길...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랬듯이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라는 기도를 했다.
특별히 수험생이 되는 작은 아이 요한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가장 낮은 곳에서 왔다는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요셉과 마리아..그리고 순명.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남편과 안드레아수사에 관한 이야기를 오랜시간 나누었다.
기도하는 아이들로 키우지 못해 안타깝다.
남편은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순명하라고 한다.
25일 오전도 밀려있는 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집안일이 줄어드니 바깥일이 늘어난다.
11시반까지 바깥일을 하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성당으로 갔다.
언제 부터 였을까...성탄절 잔치후 설거지를 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는 일이지만 그릇 수백개를 씻지 않고는 서운해서 한해를 보낼 수 없었다.
김장과 성탄 설거지를 거른 해...그 서운한 기억이 잊혀지지 않기에..
그릇 수백개를 깨끗이 닦으며 한해 동안 잘 못했던 일들을 뉘우치며 보속을 한다.
물론 카톨릭에서는 성탄 판공미사를 보며 신부님께 한해 동안 저지른 잘 못을 고백하고 죄를 뉘우치기위해
보속을 받지만..,일일이 알아내지 못한 작은 죄들도 많기에...
이웃을 사랑하였는지...
넉넉히 베풀고 살았는지..
부모에게 효도는 하였는지...
내 일은 충실히 하였는지..아 부끄럽다.머리도 예전 같지 않고 공부도 하기 싫고..
음탕한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아..나의 가장 큰 고질병인 시기와 질투...
아이들을 다 키운 요즘의 삶에서도 내가 남을 시기 질투할 일이 있을까...물론 있다.
어찌 다 이 모든 죄를 보속받을 수 있으랴...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와서 수업을 했다.성탄절도 뒤로하고 공부를 해야만 하는 아이들..
풍요롭지만 행복하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 6시, 남편과 몇년만의 백화점 쇼핑을 하고 저녁먹고 마트에서 장까지 보려고 했다.
그러나 집을 나와 차로 걸어가는 순간..쓰러질 것 같은 피곤함이 몰려왔다.
집 근처 밥집에서 차려주는 밥상으로 저녁을 먹고 그냥 돌아왔다.
모처럼 둘만의 데이트를 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아이들 키우며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빨리 커서 내 곁을 떠나가면 훨훨 날아다닐 것만 같은 느낌.
두아이 모두 집을 떠나고 우리 부부는 빈둥지 증후군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다.
남편은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힘들어 한다.
10년이 넘도록 초등부터 두 아이들을 태우고 등교를 시켰다.
물론 아이들이 집에 없다고 신경 쓸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책도 주문하고 한국지리 인강도 신청해 다운 받아 배달해야 하고...생기부 연구도 해야하고...
큰아이를 뉴욕스타일로 만들어 주기위해 남편은 퇴근후 12월 내내 'SUITS'라는 미드를 본다.
하..애들이 없어도 바쁘고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인 나는 'SUITS'가 단순히 슈츠라는 의미인 줄 알았다.ㅋㅋ
영어공부 하는 사람으로 역시 영어 단어의 뜻은 깊고 깊어라...
애들이 없으면 한가하게 TV도 보고 다운 받아둔 미드도 볼 수 있을거라는 예감은...틀렸다.
애들이 집에 없어도 내 일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고 일은 자꾸 늘어나고...
김장 뒷정리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 독립하는 그 날을 그토록 기다렸건만....
참..별로다.
외롭고 쓸쓸하고 여전히 피곤할 뿐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올해 처음으로 ...비록 카카오톡으로 전달된 선물이지만...
천재 경제학자이시며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되시어 그분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제정한 김태성논문상을 수상하여 큰 장학금을 받았다는 간단한 소식..
올해는 이웃에서 보낸 케익선물 하나로 끝인가...했는데..
엄마에게 선물 보내라고 24일 발표하셨을까..ㅎㅎ
아이들과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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